'열혈사제' 고준의 아우라 [인터뷰]
2019. 05.11(토) 14:00
열혈사제 고준
열혈사제 고준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개인의 성공보다는 '함께' 나아가는 삶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 표현 방식이 투박하고 서툴지만, 그 안에는 올바르고 확실한 신념으로 가득하다. 그런 배우 고준은 단단한 내면에서 기인된 아우라로 가득했다.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으로 인상 깊은 악역 연기를 선보인 고준. 이후 악역을 주로 연기하며 자신 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해 온 고준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연출 이명우)로 그 방점을 찍었다. 악역이지만, 매력적인 '고준표 악역'의 탄생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극 중 고준이 맡은 역할인 황철범은 구담구 카르텔의 '행동대장'으로,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며 권력에 붙어 기생하는 불량배다. 황철범은 구수한 사투리로 능청을 떨지만, 살기 어린 눈빛과 위압적인 태도를 지닌 악역이기도 하다. 또한 늘 여유로운 자세로 '구담 어벤져스'를 곤경에 빠뜨리고, 악행을 저지르는 황철범은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능청과 서늘함을 오가는 황철범의 야누스 적인 면모는 특유의 말투로 완성됐다. 전라도 사투리와 서울 말을 오묘하게 섞은 황철범의 말투는 고준과 제작진의 아이디어였다고. 이미 '타짜2'와 영화 '변산'으로 전라도 사투리 연기 경험이 있다는 고준은 "두 작품 때문에 제게 체화돼 있는 언어가 많았다. 이후 제작진과 이야기했을 때 서울 말과 전라도 사투리의 중간 지점을 잡고 가자고 이야기가 됐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와 서울 말을 오묘하게 섞은 황철범의 말투는 '비즈니스형 조폭'이라는 캐릭터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 마디만으로도 뿜어져 나오는 황철범의 위압감은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될 정도였다.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말투와 눈빛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황철범의 모습은 '열혈사제' 메인 빌런다웠다. 정작 고준은 비속어 하나 없는 대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그는 "대사가 다 존댓말이었다. 메인 빌런 역할을 맡았는데 비속어 없이 어떻게 악역을 소화할까 싶었다"면서 "다행인 건 시청자분들께서는 욕을 많이 한 것처럼 기억하고 있더라. 나름 고민한 결과가 좋게 반영이 됐구나 싶었다"고 했다.

고준의 수준 높은 액션 연기도 황철범의 카리스마를 극대화시키는데 한몫했다. 원래 황철범 역할엔 액션이 없는 설정이었지만, 이명우 감독의 제안으로 설정이 추가됐다고 이에 그는 "황철범을 더 풍성하고 멋지게 꾸미고 싶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운동을 했다"면서 "대역을 써서 한 부분도 있지만, 99%는 제가 하긴 했다"고 멋쩍어했다. 액션 연기 호평에는 "이제는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청년 경찰'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1, 2년 새 말을 잘 안 듣기 시작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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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악역 연기로, '메인 빌런' 임에도 황철범은 시청자들이 꼽는 '열혈사제' 속 애정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아버지 처럼 따르던 이영준(정동환) 신부 죽음을 목격하고도, 자기 식구들을 살리기 위해 이를 은폐할 수밖에 없었던 황철범의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라이벌인 박경선(이하늬) 검사와의 '케미'도 시청자들이 고준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됐다.

정작 고준은 이 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믿기지가 않는다"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고준은 "어느 지점에서부터 갑자기 저를 응원해주시고 좋아해주시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황철범을 연기하면서 품었던 정서를 읽어낸 시청자들이 놀랍단다. 그는 "저는 이영준 신부님을 실제로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고, 박경선을 바라볼 때에도 단순히 라이벌이 아니라 예쁜 여자에 대한 호감을 녹여냈는데 그걸 다 아시더라"면서 "연기할 때 잘 준비하고, 진솔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을 속이려 드는 순간 다 걸리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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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은 작품을 향한 호평의 공을 다른 배우들에게 돌렸다. "'열혈사제'를 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배우들"이라는 고준은 "서로 합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생긴 시너지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고준은 "선한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져서 만든 작품이다. 저한테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 "'열혈사제' 이야기처럼 '선의 승리' 같은 느낌이다. 현장이 치열하고 욕이 난무해도 잘된 작품이 있지 않나. 그런데 이번 현장은 선의 승리인 느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칭찬에는 인색했지만,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아낌이 없었다. 고준은 자신을 향한 호평을 그저 받아들이며 조금은 즐길 법 한데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눈앞에 놓인 성공에 도취되기보다는 묵묵히 후일을 준비하는 것이 배우로서 나은 삶을 살아가게끔 한다는 걸 알아서였다. 이는 고준이 20대를 지나오며 쌓은 경험의 산물이었다.

기회만을 쫓다가 실패하기 일쑤였던 20대의 고준은 이를 자양분 삼아 점차 성장하게 됐다. 남들은 힘들어하는 무명 시절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배우로서 온전한 성장의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준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좀 더 본질에 집중했던 것 같다. 배우로서 내가 뭘 더 보완해야 하는지 알고 그걸 채워나가는 시기였다"고 했다.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이유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후배 배우들은 자신이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고준은 "배우를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렇게 살길 바란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하지 말고 배우가 하고 싶어서 했으면 좋겠다"면서 "되고 싶어서 하는 것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라고 강조했다.

고준의 최종 목표는 선배 배우로서 힘든 처지에 놓인 후배들을 돕는 것이었다. 최단기간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할리우드 입성인 것도, 더 큰 영향력을 가져서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한 것 같았다. 고준은 "누군가를 돕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사건사고들이 생기지 않나. 그런 걸 연거푸 겪다 보면 더 이상 도와주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싶다. 한 번 더 해탈할 수 있는 경지까지 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담담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목표를 전한 고준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비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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