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캡틴 마블’의 세대에서 ‘블랙 위도우’가 지니는 의미 [무비노트]
2019. 05.23(목) 17:50
캡틴 마블 블랙 위도우
캡틴 마블 블랙 위도우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현 추세에 맞추어 제대로 등장한 여성 히어로인 ‘캡틴 마블’ 이전에, 가장 현실적인 여성 히어로, 그러니까 히로인에 걸맞는 역은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다. 기존의 사회가 주입시킨 여성의 매력이라 여길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요소 없이도 특별한 무기나 옵션 없이도 그저 맨몸으로도 충분히 강했던 캐릭터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히어로군단인 초기 ‘어벤져스’에 등장한 나타샤는, 이성을 끄는 아름다운 외모로 그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며 대중의 시선에 안착했다. 비서로 가장해 아이언맨에게 접근한다거나 캡틴 아메리카와 연인의 모습을 연출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그녀의 진짜 위력은 위기나 곤경에서 나타나곤 했는데,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누군가의 도움이나 구원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갔으며, 단 한 순간도 비극의 여인과 같은 요소를 허락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배역을 맡은 이는 스칼렛 요한슨, 그녀의 외모가 주는 치명적인 매력으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분위기가 주는, 어떤 태도가 주는 강인함이 또 다른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배우가 아니던가. 덕분에 블랙 위도우는 아름다우면서도 묵직한 여성 히어로로서, 가장 먼저 ‘어벤져스’에 합류하여 수많은 기념비적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당연시 여기고 또 요구해왔던 외적인 요소를 갖춘 그녀는, 그것 때문에 일찍이 등장했고, 또 그것 때문에 더더욱 폼 나고 용맹하게 싸웠다. 해당 요소에 얽매이지 않는 온전한 히어로가 되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며 악에 대항하고 맡겨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후 생명의 기운의 절반이 소멸했을 때, 누구보다도 사라진 존재들을 향한 고통스러운 마음을 품고 어벤져스 막사를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몸을 던져 지키는 것, 사실 그녀만이 할 수 있고 해 왔고, 또 가장 잘 하는 것이다. 캡틴 마블처럼 우주를 종횡무진하며 거대한 우주 함선 하나를 순식간에 괴멸시킬 수는 없을지 몰라도 맨 몸으로 붙는 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결국 그녀는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뿔뿔이 흩어진 히어로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한 어벤져스 멤버들을 모아 타노스와의 마지막 접전, 엔드 게임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연결고리가 되며, 초기 여성 히어로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고야 만다.

이제는 캡틴 마블과 발키리로 대표되는 2세대 여성 히어로들의 시기다. 나타샤 로마노프를 얽매고 있던 요소들로부터 해방된 이들. 흥미롭게도 모두, 출신지가 우주에 있다거나 지구에서 태어났는데 우주의 한 행성으로 납치가 되었다거나, 하는 등 어떤 사연으로든 우주를 발치에 둔 캐릭터들로 외모가 거의 강조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지구에서 좀 벗어나야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도된 발상인가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나타샤가 오롯한 인간의 몸, 지구인 여성의 몸으로 다져 놓은 입지를 잘 전해 받았으니 앞으로 더욱 확장시킬 것을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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