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훨훨 날았는데, 인디신은 하락세? [인디는 지금①]
2019. 05.25(토) 13:00
라이브 클럽 데이
라이브 클럽 데이
[티브이데일리 공동취재기획팀] 4월의 마지막 금요일 서울 홍대. 손목에 팔찌를 건 인디 음악 팬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으로 흩어졌다. 그들을 따라 찾은 한 라이브 클럽에서는 관객 80명 남짓의 아담한 공연이 한창이다. 정해진 좌석도 없고, 공연 시간보다 늦게 입장해도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라이브 클럽 데이'는 홍대의 라이브 클럽들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여러 인디 뮤지션의 라이브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인디 음악 팬들에게는 인기다. 이곳을 찾은 한 20대 여성 관객은 "아이돌은 기획사에서 만들어져 나오지만, 인디 뮤지션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것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인디 음악 공연의 매력을 설명했다.

인디신의 대중화, '음원깡패'도 등장

인디 음악은 더 이상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느 때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만 봐도 단 번에 알 수 있다. 십센치, 잔나비, 혁오, 장기하와 얼굴들, 신현희와김루트 등 인디 뮤지션들이 이름이 상위권에 랭크된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요즘이다. 인기 아이돌처럼 신곡 발매와 동시에 톱10 안에 진입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일컫어 '인디 가요'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한다. 혁오는 과거 '무한도전'에 출연해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고, 잔나비 역시 최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올랐다. 공연장이 아니면 보기 어려웠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런 현상만 보면, 인디신은 그간 없었던 호황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속내도 그럴까. 인디신 종사자들의 직접 찾아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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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대중화 이면에 감춰진 하락세

"대중화요? 최근에는 신이 불황이에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인디신이 사실상 하락세에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관계자들이 말하는 인디신의 전성기는 1990년대 중후반이다. 노브레인과 크라잉넛 등이 활발하게 홍대 인근에서 활동했던 시기다. 이후 2010년 전후가 인디신의 2차 전성기로 꼽힌다. 스탠딩에그 등이 트렌드를 이끌며 인디 음악이 소위 '힙하게' 소비되던 때다.

반면 "2019년 현재는 2차 전성기 이후 다시 접어든 '인디신의 고난기'에 해당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인디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공연장 수가 줄어든 것이 힘들어진 인디신의 상황을 말해준다. 1995년에 홍대 라이브 공연장 롤링스톤즈를 개관해 현재 홍대 롤링홀을 운영하고 있는 김천성 대표는 "개관 후 몇 년 사이에는 라이브 클럽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하지만 최근엔 문을 닫는 클럽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브 클럽 데이'도 부진을 겪는 건 마찬가지.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클럽 중 하나인 에반스라운지 관계자는 "라이브 클럽 데이가 한 번의 휴식기 이후 다시 시작됐지만, 이전보다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10여개 정도의 클럽이 한 번에 참여해 공연 수가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4~6개 정도의 클럽이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 그 만큼 공연 수도, 관객 수도 줄었다.

신인이 줄어든 것도 하락세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인디신의 한 관계자는 "신인 팀의 등장이 얼마나 해당 신이 활발한지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인데, 최근 홍대에는 예전만큼 새 팀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인 등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폐업된 클럽이 늘면서 설 자리 조차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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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대신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됐을까. 인디 뮤지션들의 인기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짙기 때문이다. 혁오, 잔나비와 같은 인디 스타의 탄생은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을 뿐,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이 기회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

여전히 아이돌 편향적인 가요 시장도 인디신이 하락하는 원인 중 하나다. 김천성 대표는 아이돌 산업에 집중되는 대중음악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꼽았다. 그는 "특정 인디 뮤지션들은 대형 아티스트가 됐지만, 아이돌 산업에 대중의 전반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인디신은 대중과 한층 더 가까워졌지만, 오히려 내부적인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라이브클럽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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