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이 말한 패키지 여행 ‘기생충’ [인터뷰]
2019. 06.04(화) 11:31
기생충 이선균 인터뷰
기생충 이선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이 마치 패키지 여행과 같다고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자신이 할 일은 봉 감독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고 했다.

‘기생충’(감독 봉준호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기택 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 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 영화다. 이선균은 극 중 IT 회사를 이끄는 박사장 역할을 연기했다.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한 것에 대해 “어릴 때부터 동경한 작품의 감독님과 함께 한다는 것이 꿈과 같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배우들이 봉 감독과 영화를 하고 싶어한다”며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가 온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이선균은 “학교 다닐 때부터 봉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려’(1994)부터 좋아했다고 했다. 과거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 봉준호 감독의 단편부터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등 모든 작품이 좋아했던 팬임을 자처했다.

동경의 대상인 봉준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 이선균은 너무나 편안한 현장이라고 기억했다. 대단한 감독님과 함께 하기 때문에 자칫 현장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하지만 봉 감독이 권위적이지 않고 모든 배우를 편안하게 대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감독님과 편안한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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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의 별명인 ‘봉테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설명이 대본과 콘티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첫 촬영을 떠올렸다. 이선균은 극 중 기택을 테스트하기 위해 차 안에서 머그컵에 커피를 잔뜩 담은 채 손에 들고 차량 뒷자리에 앉아 있던 모습을 언급했다.

그는 “대본에는 없는 장면이었는데 콘티에 있었다”며 “그 장면 하나로 박사장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표현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과 상상력에 감탄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의 촬영 현장이 마치 패키지 여행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허나, 모든 것들이 대본과 콘티에 들어가 있다 보면 자칫 배우의 상상력에 제한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의 대본과 콘티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느낀 봉준호 감독은 모든 그림이 명확하게 잡혀 있는 이었다. 그는 “콘티에는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어떻게 할지 모든 것이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 스타일에 대해 이선균은 “효율적이다”고 했다. 이러한 작업 스타일을 처음 경험한 이선균은 촬영 초반 낯섦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 촬영 현장도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작업 스타일에 적응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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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기생충’에서 박사장 역할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이선균은 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폭발하는 등의 모습을 주로 보여왔다. 그러나 ‘기생충’에서 이선균은 기존의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역할이니까 짜증을 낸 것”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작품에서 맡은 역할이 상황에 쫓기고 절박하고 억울한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선균은 절제된 짜증을 보여준 박사장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짜증에도 선이 중요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박사장 캐릭터 역시 봉준호 감독의 설계 안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이 템포, 리듬, 톤 등을 명확하게 짚어줬다”고 말했다. 심지어 봉준호 감독은 박사장의 포즈와 의상까지도 이미 머리 속에 그려 놓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선균은 장난스럽게 “내가 할 건 그저 대사를 외우는 것 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호방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낸 박사장에 대해 “천박하지만 예의를 차리려는 욕구가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러한 박사장의 모습이 주는 극적인 모습이 재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선균은 박사장을 연기하면서 “천박하게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박사장이 기택(송강호)에게서 맡은 냄새에 대해 “키워드는 선과 냄새이다. 그런데 이게 보여지는 게 아닌 각자가 느끼고 구분 짓는 어떤 것”이라고 했다. 기택 가족이 느끼지 못한 냄새가 박사장을 통해서 인지된다는 점에서 박사장이 중요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선균에게 연기를 하면서 상상했던 기택의 냄새가 무엇이냐고 하자 그는 “우리가 상상한 그 냄새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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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기생충’을 보면서 유독 기우(최우식)에게 감정이 이입됐다고 했다. 그는 “20대들이 기우가 경험하는 현실에 공감이 클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이분법적으로 규정 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이들의 절망이 느껴져 먹먹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선균은 “영화를 보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행복의 기준이 부와 연결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니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선균은 ‘기생충’을 다시 극장에서 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내 영화를 극장에서 별로 안 본다”며 “이번에는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또 다시 볼 때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관객이 보는 호흡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관객으로서의 궁금함이 또 보고 싶은 이유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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