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장혜진의 따뜻한 위로 [인터뷰]
2019. 06.07(금) 15:14
기생춫 장혜진 인터뷰
기생춫 장혜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장혜진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굴곡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기생충’에서 자신이 연기한 충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혜진은 영화를 보고 먹먹함, 절망감에 사로잡힌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배급 CJ 엔터테인먼트)은 기택 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 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 영화다. 극 중 장혜진은 기택(송강호)의 아내 충숙 역할을 맡았다.

장혜진은 자신이 봉준호 감독의 눈에 띌 수 있었던 작품이 있다고 했다. 바로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장혜진은 엄마 역할로 출연을 했다. 장혜진은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 속에서 인상을 쓰는 장면을 캡처해 놨다고 전했다. 장혜진은 “어찌 보면 ‘우리들’의 엄마와 ‘기생충’의 충숙이 다르다. 그럼에도 봉 감독님이 ‘우리들’ 속 내 모습에서 충숙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라는 영화는 친정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더구나 ‘우리들’을 제작한 제작사, 윤 감독 등을 볼 때마다 친정 동생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잘 돼서 다음 영화를 또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장혜진은 윤 감독과는 연기를 하는 한 함께 갈 것 같다며 “작은 역할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기꺼이 윤 감독의 작품에 출연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장혜진은 “나 뿐만 아니라 ‘우리들’ 팀 역시 나를 한 식구로 생각을 한다”며 “내가 ‘기생충’에 합류하게 되니까 다들 마치 돈 많은 시댁에 보내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혜진은 그런 그들에게 ‘내가 가서 노하우를 많이 알아오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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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혜진은 충숙이 자신과 너무나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부담을 느꼈다. 장혜진은 “충숙은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나가지만 사건에 대해는 살짝 뒤로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본래 성격은 어떻게든 참견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혜진은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말로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충숙을 보면 입이 근질근질 했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들이 충숙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장혜진은 충숙을 연기하면서 어느 순간 충숙과 자신의 살아온 환경이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동선수로 최고를 꿈꾸던 충숙은 결국 운동을 그만두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다. 장혜진 역시 연기를 하고자 했으나 졸업 뒤 연기를 그만두고는 결혼을 해 아이를 키웠다가 뒤늦게 되돌아왔다. 장혜진은 그런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충숙과 자신이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연기를 그만둔 장혜진은 영화 ‘밀양’을 시작으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을 하면서 영화, 드라마 등의 단역으로 연기 생활을 이어갔다. 단역을 하고 오디션에도 떨어지지만 힘들어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다시 연기를 시작한 것 자체가 너무 행복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 오디션에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무슨 이유 때문에 떨어진 지를 생각하고 고치는데 열중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명의 설움 같은 것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다시 시작하는 만큼, 무명인 만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런 경험 때문에 유독 기택 네 가족들에게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이들이 더 행복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이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능력이 없는 이들이 아님을 장혜진이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지면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단지 그 기회가 정당하지 못했을 뿐이다”고 했다.

장혜진은 박사장 가족이 캠핑을 간 뒤 기택의 가족이 박사장 집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하지만 기택 가족에게 닥칠 비극을 이미 알고 있기에 마지막으로 가장 행복한 기택의 가족의 순간이 짠하고 슬프게 느껴졌다고 했다.

장혜진은 반지하와 박사장의 고급 주택 중에서 차라리 반지하가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헐렁한 옷을 입고 늘어져 있어도 마음이 편한 반지하가 좋았다”며 “박사장 집에 들어가서는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연기지만 그 안에서 또 다시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내 세상 같은 반지하가 좋다고 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박사장의 고급 주택을 채워 넣은 소품의 가격 때문이기도 했다. 장혜진은 “어마어마한 가격을 듣는 순간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는 거실에 있는 그림 옆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비싼 소파에도 앉아 보면서 박사장의 부를 만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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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장혜진은 ‘기생충’을 통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뒤를 돌아 보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생충’을 통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자 주변에서 자기의 일처럼 기뻐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히 장혜진은 “가족들이 다들 너무 좋아해준다”며 “내가 미쳐 몰랐는데 가족들이 나를 많이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되고 응원이 되어 줬다고 말했다.

‘기생충’을 보고 나면 관객들은 다양한 감정에 휩싸인다. 특히 넘을 수 없는 선과 계층,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진 비극이 주는 허망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장혜진은 영화를 보고 이러한 감정에 느끼더라도 주변을 돌아보라고 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와 우울한 감정을 나눌 사람이 있다”며 “아무도 없다고 생각을 하지만 삶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한걸음 떨어져 멀리서 내다 보면 마냥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겨내고 치유할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점점 단단해 지는 거 거에요. 내일이 있기에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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