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최우식, 잊을 수 없는 엔딩 그 표정 [인터뷰]
2019. 06.11(화)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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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배우 최우식을 ‘충무로의 기대주’라고 칭하는 건 이제 식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영화 ‘기생충’에서 최우식은 그간 필모에서 보여 준 다양한 얼굴들을 농축하면서도 새로운 얼굴을 보인다.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아버지 기택(송강호 역)이 감탄한 기우(최우식 역)는 치밀한 청년같지만 어리숙하다. 몹시 현실적이면서도 이룰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몽상가이기도 하다.

실제 최우식의 모습도 그렇다. 질문에 곧바로 답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유형의 인터뷰이다. 그런 고민 속에 내놓은 답변은 정작 치밀하지 못하다.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그저 답변 사이 사이, 행간을 두고 고민하는 신중함일 뿐. 답변을 고민하는 중에 짓는 표정은 어린아이 같고, 대답은 그에 걸맞게 단순한데 꾸밈이 없어 새롭다. 최우식의 매력은 아직 농익지 않은 소년 같은 어리숙함에 있다. 기우가 곱게 자랐다면 이런 모습일까.

본의 아니게 분량 자랑을 했다지만, 할 만하다. ‘기생충’을 관람한 평범한 관객들 모두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기우는 젊은 청년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최우식이 느끼는 한국의 청년은 어떤 모습일까. 그 역시 잡히지 않는 것을 바란 적 있기에 젊은이들의 목마름을 잘 이해한다.

“젊은 관객들은 기정(박소담 역)과 기우를 보면서 많이 공감할 것 같아요. 기우가 안은 돌이 많은 걸 상징하는데, 자꾸 따라오는 그 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요. 어떤 분이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 조사는 많이 해봤냐’고 질문하던데 제가 데이터를, 어떤 숫자적인 것을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도 분명 어려운 시기가 있었어요.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이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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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묘한 영화다. 블랙 코미디 요소가 강해 관객을 마구 웃기다가도 돌연 슬퍼지게 만든다. 특히 기우의 얼굴을 담은 엔딩신은 많은 걸 느끼게 한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핑크빛 미래를 상상하는 마지막 기우의 표정에서 관객들은 궁금증을 넘어 묘한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그 엔딩신은 마지막이 아닌 촬영 중간에 찍었어요. 촬영을 다 진행하지 않은 상태라서 기우가 느끼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 다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 보다 잘 담겨진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님이 촬영할 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는데 도움이 됐어요. 돌이켜보니 오히려 그 엔딩신을 마지막에 막바지에 촬영했다면 너무 많은 걸 얼굴에 담으려고 했을 것 같아요. 뒷 이야기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상태에서 끄집어 내려고 하니 오히려 생각치 못한 감정이 나왔고, 저의 낯선 모습과 얼굴이 보여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칸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좀 여유를 가졌지만, 막상 칸에서 상황을 많이 즐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살이 찌는 바람에 레드카펫에서 많이 웃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고. 틸타 스윈튼과의 짧은 만남은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순간으로 기억됐다.

“사진을 보니까 저만 너무 폼을 잡고 있는거에요. 저도 좀 많이 웃을 걸 그랬어요. 그 틸타 선배? 뭐라고 불러야지? 틸타 스윈튼 선배가 ‘기생충’을 보고 나서 박수를 쳐주는데 너무 좋았어요. 영화에서 본 그 우아한 말투로 ‘기생충’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 저한테 볼뽀뽀를 해주는데 너무 떨려가지고, 아 정말 너무 떨렸어요. 그런 인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인사를 못했는데 좀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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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을 본 많은 관객들이 놀라는 첫 지점은 배우 박서준의 등장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해 최우식에게 의미심장한 물건을 건네고 사라진다. 그의 제안으로 모든 일이 시작된다. 극중에서처럼 최우식, 박서준은 실제로 친한 친구다. 박서준은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제 일처럼 기뻐해줬다. 최우식은 박서준을 "둘 도 없는 친구"라고 표현하며 그 덕에 영화 초반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덕담을 건넸다.

‘거인’부터 ‘마녀’까지 자신만의 필모를 차곡히 쌓아가며 주목 받는 배우로 성장한 최우식은 요즘 주변의 칭찬을 제법 많이 듣고, 기대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이런 상황을 잘 즐기지 못한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우로 입지를 굳혀가는 단계이기에 다음 선택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배우가 계획을 세운다고 작품이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 성격이 잘 즐기지 못하고,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좀 ‘어버버’하는 게 있어요. 요즘에도 생각이 많긴한데 이젠 너무 걱정 안하고 즐기고 싶어요.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게 너무 감사할 뿐이죠.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되어야 겠다’ 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연기 자체를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뭔가를 기대한다고 해서 결과가 따라주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앞으로는 과정을 더 즐길거에요. ‘기생충’이 준 변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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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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