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을 이루는 사소한 것들 [인터뷰]
2019. 06.21(금)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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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밝은 목소리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거나 인터뷰를 마친 후 깔끔하게 자리를 정리하는, 사소하지만 돌아보면 기분 좋을 배려를 갖췄다. SNS에 글 하나를 올릴 때도 많은 고민을 거치는 자신을 위한 신중함도 지녔다. 다른 이를, 그리고 자신을 위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배우 문가영을 이뤘다.

문가영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게 어렵다. 시간이 지나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게시글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극본 김기호·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2’)가 끝난 후 가장 먼저 찾은 게 서점이었을 만큼 ‘책 덕후’이지만, 굳이 개인 공간에 제 생각들을 크게 표출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SNS 글을 올릴 때도 사진만 올리거나 짧은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다. 대신, 자신의 생각은 따로 자신만의 공간에 메모한다. 때문에 문가영은 “실수를 하지 않는 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고민을 거듭하는 문가영이다. 그런 문가영의 고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차기작. 문가영은 특히 더 신중을 기해 ‘와이키키2’를 택했다. 시즌1이라는 뚜렷한 비교대상이 있었지만 걱정보다는 기쁨이 컸다. 전작을 끝낸 뒤, 데뷔 후 가장 긴 시간인 6개월을 쉬었다. 6개월의 공백 속에서 ‘어떤 작품으로 인사드리면 좋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위대한 유혹자’ 속 최수지의 강렬함을 벗기 위해 ‘와이키키2’의 유쾌함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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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해 선택한 만큼 공을 들였다. 극 중 차우식(김선호), 이준기(이이경), 국기봉(신현수) 세 남자의 첫사랑 한수연 역을 맡아 활약한 문가영은 캐릭터의 외적, 내적 모두 신경 쓰며 자신만의 한수연을 완성했다. 포털사이트에 ‘와이키키2’ 문가영을 검색하면 한수연의 패션 정보가 뜰 정도였다. 밝은 느낌의 한수연 캐릭터를 위해 문가영은 파스텔 톤의 의상을 주로 입었다. 전작에서 화려하고 진한 컬러의 옷을 입었다면, 이번엔 컬러풀한 세트나 소품들과 매치하기 위한 고민도 했다. 한수연과 대비되는 김정은(안소희) 캐릭터가 내추럴한 분위기의 스타일링을 했다면 한수연은 “(가세가 기울기 전) 자신이 살았던 부잣집에서 옷을 가져온 느낌이 묻어 나오도록”했다.

내면적으로도 고심했다. 문가영이 가장 크게 걱정했던 부분은 “민폐가 되지 않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한수연은 게스트하우스에 얹혀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문가영은 “수연이는 마지막까지 와이키키를 제 집 마냥 돌아다닐 수 없었던 역할이었다”며 한수연이 할 줄 아는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만 받는 것에 대한 개연성이 필요했다고 했다. 문가영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한수연의 제한적인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 감독과 상의하면서 한수연이 “너무 미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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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회사의 부도에 파혼까지 겹쳐지면서 한수연은 감정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문가영은 “촬영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한수연이 ‘와이키키2’ 속 다른 이들보다 동떨어진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타 캐릭터들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줄 수 있었다면, 한수연은 집안과 파혼 문제로 늘 한구석에 짐을 지고 있어야 했다.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 무사히 작품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은 작품이지만, 함께 웃음을 주고 싶었던 마음을 억눌러야 했던 것만큼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온실 속 화초가 꿈을 찾고, 험난한 사회에 나가 야생의 들꽃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그렸다. 꿈을 모르고 살던, 사회초년생 한수연이 되면서 문가영은 실제 자신과 다른 점도, 닮은 점도 찾았다. 어릴 때 일을 시작해 일찍 꿈을 찾았다는 점은 다르지만, 사고 치고 자괴감에 빠지는 한수연의 모습에서는 잘하는 일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며 공감하기도 했다.

문가영은 “내가 하고 싶은 걸 일찍 찾긴 했지만, 직업과 일로 삼기 시작하니 즐거움 하나만을 믿고 가기엔 힘들 때가 있더라”고 털어놨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일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욕심, 욕심에서 파생된 스트레스로 인해 끝없이 감정이 부풀게 된다고. 같은 맥락일까. 문가영은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제 입으로 만족스러웠다는 말은 죽을 때까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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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은 일찍이 꿈을 찾아 드라마, 영화, 웹드라마까지 장르 불문 다양한 필모를 쌓아왔다. 어느덧 14년 차 배우가 됐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의 연기 생활을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이유도 여러 가지 도전을 많이 한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다.

인생의 반을 넘는 시간 연기를 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하며 슬럼프도 왔다. 하지만 이는 곧 오랜 시간 연기를 하게 한 원동력으로 바뀌었다. 그는 “아역 때 키가 갑자기 컸다. 아역을 하기엔 크고 성인 역을 하기엔 앳된, 애매한 위치가 있다”며 그 무렵 일이 잦아들었다고 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문가영은 진지하게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문가영에게는 배우가 인생의 목표가 됐다. 문가영은 “배우의 장점이자 원동력이 경험이다. 좋은 일이든, 사람한테 상처를 받았던 일이든 ‘훗날 내가 연기를 할 때 표현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자신이 겪는 모든 경험 역시 연기를 하는 데 필요한 자양분으로 흡수시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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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들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게 했다. 문가영이 꿈꾸는 배우로서의 방향성 역시 “한정적 이미지가 아닌,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다. 때문에 문가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배역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불리는 게 좋다는 그는 “그게 제가 작품을 잘 끝냈다는 증표가 된다”며 웃어 보였다.

끝으로 문가영은 “저도 저에 대해 알아가고, 변화해가면서 크고 있다. 그 과정에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열정은 곧 애정이 됐고, 애정은 작품과 캐릭터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게 했다. 그렇게 문가영은 차곡차곡 배우로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증표를 모았다. 한 번이라도 그의 증표를 확인한 이라면, 문가영의 다음 과정에는 무조건 함께하고 싶어 지지 않을까 싶다.

“많이 들었던 노래를 시간이 지나 다시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잖아요. 저 또한 지금의 제 모습을 시청자 분들께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내가 그 작품을 좋아했었지’ ‘그 작품에 문가영이라는 배우가 있었지’ ‘이런 모습으로 연기를 했었지’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의 세월 사이사이에 책갈피처럼 꽂혀 있을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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