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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 오롯한 우리네 청춘의 얼굴 [무비노트]
2019. 06.24(월) 10:39
기생충 최우식
기생충 최우식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버지의 업은 하는 족족 망하고, 다 기운 집에서 몇 년째 입시에 매달렸으나 별 소득이 없는 기우의 얼굴엔 지울라야 지울 수 없는 허기심이 잔뜩 묻어 있다. 허기짐에 묻힌 꿈은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 얻을 수만 있다면 귀한 요행, 운을 얻어 배곯지 않는, 남들 만큼의 배부른 삶을 사는 것이 유일한 꿈이자 근본적인 계획이 되었다. 새로운 청춘의 얼굴로 등장한 영화 ‘기생충’의 ‘기우’의 이야기다.

으레 이런 상황에서의 자녀들이라면 부족한 부모의 사정을 탓하기 마련인데 기우가 아버지나 기운 집에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해볼만 하다. 오히려 군대를 다녀와서도 여전히 어느 것 하나 자랑스러울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을 가질 뿐(이마저도 약간) 비틀어진 상황을 두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진 않는다. 아비와 어미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 왔고 살아 가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니까. 아니, 너무 잘 알아서 문제일지도.

결국 이 문제적 상황은 세계의 구조 자체에서 발생된 것이고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기우도 은연중에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미 오류에 세뇌되어 있는 그의 정신은 노력이 좀 부족했다는 등, 운이 좋지 않았다는 등 다분히 기만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괜한 자책감만 쌓으니 그가 고작 고안한 방법이라는 게 ‘pretend(흉내내다)’, 누군가와 누군가의 성공을 흉내내고 가장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명문대생임을 가장하고 교환학생으로 해외를 나가는 친구 민혁을 흉내내며 고풍스러운 저택의 삶에 자신을 구겨넣어 본다. 하지만 허구의 삶은 그를 곧 쫓아내고 지하도 지상도 아닌, 폭우가 내릴 때면 물에 잠기는 반지하를 가리키며 그곳이 바로 그의 실제적 삶이 존재하는 장소임을 상기시킨다. 이내 그의 표정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기묘한 모양새를 띠게 되는데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뒤틀린 현시대에 놓인 청춘의 얼굴이라 하겠다.

마른 몸과 앳된 얼굴로 소년과 청년이 공존하는 모습을 지닌 ‘최우식’은 이런 기우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한 배우다. 특히 그의 눈빛, 억눌린 삶이 잘못 구겨넣은 욕망 탓에 선명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한 느낌이 감도는 기묘한 눈빛은, 재물운, 합격운을 지녔다는 돌에 새겨진 헛된 희망을 붙들고 현실 세계에 진입하려 애쓰지만 결국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남는 기우를 제대로 담아낸다.

뿐만 아니다. 돌이 자꾸 자신에게 붙는다며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있던 두 손, 하강하고 또 하강중인 거대한 물줄기 사이를 힘없이 지탱하고 있던 두 발, 계획과 책임이란 단어를 실어 내기엔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한 여린 목소리까지. 이렇게 기우는 최우식에 의해, 현실보다 아니, 현실만큼 엄혹한 ’기생충’의 세계 속에서 소년도 청년도 아니고, 어른이라고도 볼 수 없는 모호한 개체, 우리네 청춘의 얼굴로 성공적으로 승화했다 하겠다.

극단적 요소가 포함된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우리가 어떤 곳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짐작하고 파악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그래야 희박한 성공률이더라도 현실을 꿰뚫는, 넘어설 방법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고, 괜한 곳에서 지쳐 포기하는 비극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다. 메소드 연기로 오롯한 기우가, 청춘의 얼굴이 되어 주어 우리의 몰입을 도운 최우식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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