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을 제 손으로 무너뜨린다는 것 [이슈&톡]
2019. 06.28(금) 11:29
YG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빅뱅’의 등장은 당시 획일적인 외모와 노래, 안무를 가진 아이돌 그룹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이었다. 기나긴 연습생 시절을 거쳐 직접 만든 곡과 그들의 개성이 스며 있는 무대로, 그리고 여타의 아이돌에 비해 그리 예쁘장하지 않은 외모로 나타난 그들은, 대중의 구미에 맞춘 탐스러운 것으로만 존재해야 했던 아이돌의 생태계를 단번에 압도했다.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잭팟이 터진 셈, 하지만 하늘에서 굴러 떨어 졌다기보다 이유 있는 잭팟이었으니, 그간 쌓아온 YG만의 색깔과 분위기를 ‘빅뱅’이란 통로를 통해 성공적으로 표출시킨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어 걸그룹 ‘2NE1’의 성공까지,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이들의 막대한 인기는 YG를 이제껏 없던 힘을 지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시켰다.

항상 그렇듯 진부하고 또 진부한 부패의 스토리는 이쯤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 해외 활동이 많고 소속 아티스트들 자체가 다국적이라 그런가 유독 YG에서는 마얀 관련 논란이 빈번히 일어났는데 때마다 별 탈 없이 잘 넘어갔다. 의혹으로 그친 것일 수 있지만 대부분 수사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느낌이라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임을 주장하며 검경유착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레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해진 YG를 상대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고 이 때 당시 문제 삼을 수 있는 거라고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관리 소홀이 전부였다. YG를 아끼는 대중에게 이것은 콧대 높은 대상에게 던지는 가소로운 딴지에 불과했다. 그들이 지닌 위상은 무너지지 않으며 어떤 흠집에도 지금껏 증명해온 바처럼 그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감탄하는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는 엔터테인먼트로 존재할 테다.

이것이 당시 YG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었으리라. 빅뱅과 2NE1이 이끈 황금기가 저물기 전까진, 정확히 승리의 버닝썬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진 그러했다. 누가 가늠할 수 있었을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내놓은 영화같은 이야기들이, 루머로 치부한 그들의 딴지가 실은 진실이라는 가능성을. 실력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른 YG가 마약을 비롯하여 검경유착, 성접대 의혹에까지 자신의 이름을 오르내리게 할 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버닝썬에서 시작된 현 YG 사태가 우리에게 안기는 경악스러움은 부패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 출중한 상품을 내놓았고 그 덕에 몸집을 키운 어느 회사가, 부와 권력의 맛, 그러니까 좀 더 쉽게 돈을 버는 길에 눈을 뜨게 되면서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땀과 노력으로 얻은 성취감은 어느새 지워지고, 오로지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게 만드는 권력의 달콤함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된 것이다.

어쩌면 그간의 딴지는, 제 목을 조르고 말 YG의 비극을 어느 정도 예감한 이들이 던지는 나름의 경고라 보는 게 옳을지도. 세계에 한류의 위엄을 보인 우리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인데 처참한 선의 파국에는 다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담긴, 그들의 욕망에 거는 제동. 이를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받아들였다면 공들여 쌓은 탑을 제 손으로 무너뜨릴 일은 없었을 테다. 어느 드라마(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언젠가부터 선배 말에 딴지를 안 걸면 너무 마음대로 지우더라고요.”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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