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성 인식이 가져온 파국 [이슈&톡]
2019. 07.12(금) 15:01
강지환
강지환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상황을 파국에 이르게 하는 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의 범죄 행위가 밝혀질 리 없다는 자신감은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의 신뢰를 받았던 전 SBS 아나운서 김성준이 던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배우 강지환이 성폭력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황은 이러하다. 배우 강지환이 소속사 사람들과의 회식에 이어 자택에서 술 자리를 가졌는데 이 때 함께 한 여성스태프 두 명에게 성폭력을 가했고 이들의 다급한 연락을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가장 의아한 점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나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한 치도 내다보지 못한 그의 어리석음이다.

혹자는 그의 집으로 간 두 여성 스태프의 실수를 지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정이 다채로운 배우란 직업군과 함께 일하는 그들로선 출퇴근 시간이 선명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여 업무의 연장선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어떤 사적인 만남에서 일어난 경우로 보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는 것. 그래서 앞서 언급한 시선을 잘못 가져왔다가는 여론의 뭇매는 물론이고 자칫 사건의 본질마저 훼손될 위험이 크다.

결국 쟁점은 강지환이 평소 여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도 영역만 다를 뿐 함께 일하는 동료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성폭력을 가할 수 있었냐는 대목이다. 이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벌어진, 악질적인 형태의 범죄다. 강지환이 스스로를 여성 스태프에게 있어 일종의 권력자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할까. 아마 그는 자신이 신고를 당할 수 있다고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술에 취했건 어찌 되었건, 강지환의 사고의 밑바탕에서 상대 여성은 당해도 아무 소리 낼 수 없는 약자였던 거다. 그동안 함께 일하며 동등하게 쌓아온 관계는 무참히 무너지고 남성은 강자고 여성은 약자라는 왜곡된 권력만 남는, 상당히 위험한 인식이다. 그러니 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어느 때보다 책임감 있고 주의 깊게, 작은 실수라도 조심해야 할 판에, 참 대담하게도 이런 끔찍한 사건을 벌일 수 있었던 게다.

덕분에 제작진과 배우들 작가들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을 드라마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인공을 교체해야 하는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손해는 그나마 양반이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두 여성의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는가. 뿐만 아니다. 적지 않은 미투를 비롯하여 버닝썬 사건, 최근 거대 소속사 대표의 성접대 추문까지, 연예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왜곡된 성 인식과 맞닥뜨리고 있는 대중은, 회의감에 이만저만 고달픈 게 아니다.

누구보다 믿을만한 목소리로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해온 이는 지하철에서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하고 얼굴이 알려진 스타로서 귀감이 되어야 할 이는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을 동료 여성을 성폭행한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지고 왜곡된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마음 한구석이 쓰리다. 그럼에도 얕게나마 숨통이 트이는 바는 과거엔 숨기기 바빴다면 오늘날엔 신고를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 이제 남은 바람은 다신 이런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사법기관의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적확한 처벌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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