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엄태구 [인터뷰]
2019. 07.15(월) 11:00
구해줘2 엄태구
구해줘2 엄태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겉모습만 보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당신이 모르는 배우 엄태구에 대해서 영영 알 길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선이 굵은 남성적인 마스크 이면에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한 그를 말이다.

OCN 드라마 '구해줘2'(극본 서주연·연출 이권)에서 월추리의 소문난 '꼴통' 김민철 역을 맡아 연기한 엄태구와의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필자에게도 어떠한 선입견이 있었다. 평소 엄태구는 낯을 심하게 가려 말수가 적기로 유명했고,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면 어떡하나라는 일종의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엄태구는 이러한 선입견을 단번에 깨부술 정도로 선한 아우라를 지닌 사람이었다. 마주 모은 두 손을 가슴께 얹어두고 "안녕하세요"라고 조심스레 건넨 엄태구의 인사로 선입견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호감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순박한 청년의 아우라를 풍기던 엄태구는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구해줘2'는 애니메이션 '사이비'(감독 연상호)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궁지에 몰린 마을을 구원한 헛된 믿음, 그 믿음에 대적하는 미친 꼴통의 나 홀로 구원기를 그린 작품이다. 엄태구가 '구해줘 2'를 선택한 건 원작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원작을 워낙 재밌게 보기도 했고, 대본이 지닌 힘 자체도 어마 무시했단다. 또한 '안티 히어로'라는 설정인 김민철 캐릭터도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엄태구다.

다만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원작 속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들을 어떻게 극에 살려낼지 고민했단다. 이에 엄태구는 "현장에 임할 때는 원작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면서 "새로운 작품에 새로운 캐릭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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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2'는 엄태구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기도 하다. 영화 '베테랑' '밀정' '택시운전사' '차이나타운' 등 주로 스크린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엄태구다. 의외로 첫 드라마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느끼지 않았다고. 분량이 많아졌을 뿐이지 원래 하던 대로 맡은 부분을 열심히 하면 됐다고 말하는 엄태구에게서 제법 강단이 느껴졌다.

주연의 무게보다 엄태구에게 더 크게 다가왔던 무게는 천호진이었다. 천호진은 극 중 사이비 목사 최경석 역을 맡았고, 김민철 역의 엄태구와 맞붙는 장면이 많았다. 이에 엄태구는 "천호진 선배님과 일대일로 대결하는 장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선배님께서 첫 촬영 현장에서 '네 맘대로 해'라고 하셨다"고 했다.

천호진의 한마디는 부담감에 짓눌려 있던 엄태구를 무장해제시켰다. 제 덩치보다 2배 큰 재소자를 때려눕히고, 교도관에게도 밀리지 않는 기세를 연기하며 김민철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한방에 각인시켰다.

또한 목사에게 빼앗은 돈으로 도박하고, 다혈질에 사사건건 마을 사람들과 부딪히며 '문제아' 취급을 받았지만, 최경석의 의뭉스러움을 가장 먼저 눈치채고 그와 정면에 맞섰다. 엄태구는 김민철이 무식한 힘과 집요함으로 최경석을 추격,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고 점차 '안티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그려내 몰입감을 더했다. 엄태구는 자신이 마음껏 프레임 안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게 해 준 천호진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김민철 캐릭터로서 연기할 때에는 제가 생각하는 대로 연기하는 게 선배님에 대한 예의이고, 그래야 드라마가 살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구해줘2'는 지금까지 찍었던 작품 중에 여운이 가장 크게 남은 작품인 것 같아요. 월추리 마을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요. 누구 하나 크게 안 다치고 잘 마쳐서 다행이에요. 함께했던 배우분들이 벌써 보고 싶어요. 그저께는 아직 촬영이 남았다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여운을 계속 느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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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며 말 한마디 한 마디 조심스레 내뱉는 이 엄태구가 스크린 속 그 엄태구가 맞는지 매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실제 엄태구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변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흥이 많지는 않지만, 카메라가 돌면 김민철에 빙의(?) 된 것 마냥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내가 아닌 캐릭터가 되는 것. 그것이 엄태구가 꼽은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었다.

연기를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꺼내는 과정이라고 말한 엄태구는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 그 시간만큼은 즐기면서 자유롭게 카메라 틀 안에 꺼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마치 엄태구라는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파도, 파도 전혀 몰랐던 면이 불현듯 툭 하고 튀어나오고는 했다. 큰 소리도 못 낼 만큼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연기에 대한 질문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다가 또 "본인이 알고 있는 최신 노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5년 전 노래를 언급하며 머쓱해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신이 모르는 엄태구는 이토록 순수하고, 또 열정적이며, 강직한 내면을 지닌 사람이었다.

"잘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어서 했던 시기도 있었죠. 지금은 조금씩 재미를 찾아가는 시간 같아요. 제가 느꼈던 연기적 재미들을 현장에서도 시도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프레인 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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