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기존의 사극과 다른 가치 [씨네뷰]
2019. 07.17(수) 16:22
나랏말싸미 씨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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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역사를 영화에 담을 때 논란이 되는 부분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다. 더구나 영화 ‘나랏말싸미’의 경우 한글 창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를 가지고 만들었기에 역사적 사실성에 대한 논란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 시각을 달리하면 ‘나랏말싸미’의 새로운 가치가 보인다.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배급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세종(송강호)과 신미(박해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종은 새로운 문자를 만들고자 억불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신미의 손을 잡는다. 그 과정에서 세종은 대신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끊임없이 고뇌를 한다. 신미 역시 조선이 불자의 나라가 되기를 꿈꾸며 세종에게 힘을 보탠다. 자신의 신념을 앞세워 끊임없이 세종과 부딪히며 글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한다.

세종과 신미가 발성 기관의 모양을 따 기본자를 만들고 나서 된소리를 만들기 위해 벽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면 자음이라는 새로운 벽이 등장한다. 세종과 신미가 산을 넘으면 새로운 산을 마주하는 것처럼 영화 역시도 계속해서 갈등이 등장한다. 억불 정책으로 인한 갈등, 한글 창제와 관련된 갈등이 복합적으로 다뤄진다. 그렇다 보니 영화 자체의 재미가 아쉽다. 뚜렷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영화 전체의 느낌이 밋밋한 인상을 받게 한다.

허나, 영화적 재미보다는 가치적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이전까지 세종 대왕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성군, 태평성대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나랏말싸미’는 이러한 모습이 아닌 세종의 인간적인 고뇌에 집중한다. 송강호는 완벽한 세종 대왕의 모습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늙고 병든 나약한 왕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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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소헌왕후다. 세종과 신미를 만나게 해주는 인물도, 의견 다툼에 서로 등을 돌린 두 사람을 다시 돌려세운 것도 모두 소헌왕후다. 기존의 사극에서 보여준 왕실 속 여성의 모습은 왕의 애정을 둘러싼 암투를 일삼는다. 반면 소헌왕후의 모습은 누구보다 현명하고 당당한 현대적 여성 캐릭터로 그려진다.

신미 일행을 중전의 거처에 숨겨 한글 창제를 돕고 세종과 신미가 충돌하자 이들의 인연을 이어준다. 또한 소헌왕후는 세종의 약한 모습까지 품는다. 더불어 세종과 신미보다 더 큰 도량으로 조력자가 아닌 길을 터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철현 감독은 이에 대해 “두 명의 졸장부와 한 명의 대장부”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소헌왕후야 말로 한글 창제의 당당한 주역임을 보여준다.

특히 소헌왕후는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에 대해 “암탉이 울어야 나라도 번성하리라”고 말하며 새 문자를 익혀 각자 사가의 여인들에게 퍼트리라고 지시한다. 세종과 신미도 갖지 못한 새 문자가 살아남을 길에 대한 혜안까지 보여주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나랏말싸미’는 기존의 세종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 왕실의 여성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대장부로 그려냈다는 점만으로도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가치를 지닌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나랏말싸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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