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노행하,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인터뷰]
2019. 07.24(수) 10:30
녹두꽃 노행하
녹두꽃 노행하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촌스런 분장도, 사투리 연기도 괜찮다며 눈을 반짝였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이런저런 이유로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쟁취해냈고, 또 끝내 해냈다. 화려한 비주얼 안에는 연기 열정으로 가득한 배우 노행하와 만났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노행하는 극 중 최경선(민경욱) 부대의 저격수이자 동학군인 버들이 역을 맡아 연기했다.

노행하는 '녹두꽃' 오디션 당시 사극에 맞지 않은 자신의 이미지 탓에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주어진 대본에 충실히 연기해 제작진이 '다음' 작품의 캐스팅을 할 때 '노행하'라는 배우를 떠올릴 수 있게끔 하자라는 태도로 임했단다.

또한 전라도 출신이라는 노행하는 오디션 당시 전라도 사투리로 된 대사만큼은 맛깔스럽게 소화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가능성을 본 신경수 감독은 노행하를 버들이라는 역으로 캐스팅하게 됐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한 노행하와 버들이는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작 노행하는 "제가 시골 출생이라서 그런지 버들이라는 인물이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음료수 하나를 사기 위해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어려서부터 지리산 자락을 누비며 사냥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인 버들이와 어릴 적 시골을 누비며 자란 자신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느꼈고, 그 부분을 잘 활용하면 연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노행하다.

노행하는 대본에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버들이의 태생부터 이후의 삶까지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려 했다. 이에 노행하는 "버들이가 자라온 환경을 토대로 제 나름의 관통선을 만들어 디테일하게 구축하는 작업을 했다"고 했다.

버들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이에 노행하는 "학창 시절 역사를 배웠을 때 동학농민혁명은 크게 다루지 않은 역사 중 하나여서, 저에게 동학농민혁명은 전봉준 장군이 끝이었다"면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다 비슷한 정보들만 나왔다. 몇 개의 정보는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어서 정보를 잘못 접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노행하가 택한 해결책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몸소 느끼는 것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장소들을 직접 방문했다는 노행하는 "이런 곳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얻기 위해서 그런 일들을 했다"면서 "이후에는 도서관에 가서 여러 자료들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행하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도 사전답사를 다녀왔다고 하더라. 다들 애정을 갖고 작품에 임했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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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민초들이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즉천(人卽天) 사상을 가지고 싸워나간 동학농민혁명은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항일 운동의 모태가 됐다. 동학농민운동은 끝났지만 민초들이 남긴 '녹두꽃'이 그들의 정신을 푸르게 피워냈다. 버들이의 죽음도 그 의미에서 마냥 비극적이라고 볼 수 없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도채비' 백이현(윤시윤)에게 총을 쏜 버들이의 정신만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노행하는 버들이의 죽음을 연기하며 "버들이의 마음 가짐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고 했다. 끝까지 강인한 버들이를 보여줬으면 하는 신경수 감독의 주문도 있었지만, 버들이로 살아온 노행하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고. "그때 가졌던 감정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는 노행하는 "버들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했다.

버들이의 죽음은 '녹두꽃' 시청자들에게 아련한 여운을 남겼다. 노행하에 대한 호평 역시 뒤따랐다. 이에 노행하는 "저는 정말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작가님이 써주신 좋은 대본으로 만들어진 완성본이지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면서 겸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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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이 끝난 뒤에도 노행하는 작품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현장은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래서 노행하는 어느 순간부터 촬영장에만 가면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고 했다. 그것이 노행하만의 감사함에 대한 표현 방식이었다.

"좋은 분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기도 했고요.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조정석 선배님이 종방연 때 '녹두꽃'을 한 게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휴식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는 노행하는 발 빠르게 다음 작품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닥터 탐정' 후반부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쉼 없이 달려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역시 연기였다.

올해로 30대가 된 노행하는 "연기적으로 봤을 땐 나이가 빨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감정들을 연기에 투영시키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어느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니 더 넓은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노행하는 "연기가 발전하려면 내가 못하고 내가 모자람을 인정해야 한다. 한없이 고민한다고 한들 해결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틀을 깨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는 연기를 향한 노행하의 열정에서 비롯된 신념이나 다름없었다.

"전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느 순간이 와도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제 주변 인물과 상황도 되돌아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SBS,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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