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 캠핑카 속에 담긴 ‘핑클'의 시간 [이슈&톡]
2019. 07.24(수) 13:55
캠핑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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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여년을 돌아 다시 한 곳에 모인 여자들은 흐른 시간만큼 애틋해지고 돈독해졌다. 당시 수많은 일들 속의 크고 작은 감정들, 갈등들은 이제 되돌릴 수 없어 더없이 소중한 그들만의 역사가 되었고 떨어져 있는 시간의 양이 무색할 정도로 금새 하나로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은 동일한 시간을 공유한 자들만이 누리는 어떤 것이었다.

이효리와 옥주현, 이진, 성유리, 아직 어린 티가 잔뜩 묻어나는 네 명의 여자 아이들로 구성된 그룹 ‘핑클’은 90년대에 푸른 나이를 지녔던 이들에겐 모든 게 붉게 영글어 심장이 고동치던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다. 물론 이제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어엿하게 책임지며 살고 있는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핑클’이란 이름으로 21년만에 만나 서로를 대하는 그들의 눈빛엔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돌아가겠냐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지도.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는 일종의 불안정을 의미하기도 하기 까닭이다. 안정감과 안도감, 편안함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매순간 자각하며 지금까지 온 탓에 현재의 삶이 얼마나 귀한지 알며 이를 잃고 싶지 않다. 낯가림이 심했던 유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알아가는 중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 걸 좋아했던 효리는 이제 와서 낯가림을 하기 시작했지만 쌓인 시간이 만들어낸 변화가 불편하진 않다.

과거의 나도 나고 오늘의 나도 나다. 그래서 한편으론 어색할지 모른다고, 과거의 관계가 남긴 생채기가 있을지 모른다 여겼던 이들의 오래간만의 공존은 예상보다 더 평안해 보였다. 어떤 위화감도 없었고, 설사 아직 남아 있는 생채기의 흔적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그들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위한 동력이 될 지언정 걸림이 되진 않았다. 오히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기억이 있다는 사실(그것이 어떤 시간과 기억이던) 하나만으로 20여년 전보다 더욱 끈끈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JTBC ‘캠핑클럽’이 추억을 소재로 하는 여타의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점이 여기에 있다. 굳이 옛 추억을 눈에 보이는 어떤 형태로 소환하려 하지 않고 추억의 실마리들이 자연스레 마주보도록 돕는다. 추억의 주인들은 그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며 과거의 기억을 되짚고 공유하면 된다. 흥미로운 건 되짚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버린 시간을 사무치게 그리워 한다거나 돌아오지 않는다며 서글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잊혀질 뻔한 삶의 한 조각을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워할 뿐이라 할까.

캠핑카라는 공간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동수단인 캠핑카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현실에 온전히 속해 있다 보기 어려운,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특수한 장소다. 이 안에서 추억의 주인들은 캠핑카 특유의 유랑의 감성을 힘 입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함께 한 과거와 함께 하지 못한 과거,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각자의 삶이 교류를 펼치는 활동을 만끽할 수 있다. 삶과 삶이 지나온 과거에 덧붙일 새로운 추억을 쌓기에 이만큼 딱 좋은 장소가 또 없는 것이다.

좋은 취지에, 참 잘 어울리는 구성이고 출연진이다. 덕분에 ‘캠핑클럽’을 시청하는 우리도 지나온 시간을 되짚으며 당시 우리와 동일한 시간을 공유했던 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아마 우리 중 누군가는 연락을 취했을 지도 모르겠고. 흐를 수밖에 없는 시간 속에서 언젠가 사라질 운명을 지닌 우리들이 결국 붙들 게 있다면 행복했거나 불행했던, 화려했거나 초라했던 시간을 어떤 모양새로라도 함께 했던 이들이 아니겠는가. 그 모양새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 진 모르겠다만 시간의 막중한 흐름 앞에선 결국 그리움으로 점철되고 말 테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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