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전투’ 유해진 “이름 없이 숫자로만 남은 독립군 한 명” [인터뷰]
2019. 08.01(목) 17:09
봉오동전투 유해진 인터뷰
봉오동전투 유해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전쟁의 역사에는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면 이름조차 남겨지지 않은 채 전투 참여자 몇 명, 혹은 사망자 몇 명과 같이 숫자로만 남겨진다.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가 이렇게 숫자로만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ㆍ제작 빅스톤픽쳐스)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유해진은 전설적인 독립군 해철 역을 연기했다.

유해진은 영화 ‘말모이’에 이어 다시 한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고민이 안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더욱이 ‘봉오동 전투’에서 감자를 가지고 팔도에서 모인 독립군들이 각자 자신의 지역에서 부르는 명칭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말모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유해진은 원신연 감독에게 해당 장면에서 빠져 있겠다고 했다. 그는 “전 작품이 ‘말모이’인데 내가 등장하면 관객들이 전작을 떠올릴 수도 있다. 작품에 피해가 갈까 봐서 누워 있는 설정으로 갔다”고 했다. 그럼에도 해당 장면은 영화적으로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했다. 그는 “팔도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럼에도 유해진이 ‘봉오동 전투’를 선택한 것은 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끌림’이라고 했다.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에 끌리기도 하고, 메시지가 없더라도 재미에 끌리기도 한다고 했다. 또는 새로움에 끌리기도 한다고 했다.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후련함, 그리고 통쾌함이 끌렸다고 했다. 더구나 원신연 감독의 “암울한 시절의 이야기지만 승리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말에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허나 유해진은 ‘말모이’의 판수에 이어 ‘봉오동 전투’의 해철 역을 연기하는 것이 양심상의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는 “판수는 서민 중의 서민이다. ‘봉오동 전투’의 해철 역시 민초 중의 민초이자 수많은 독립군의 한 명을 연기한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량하고 희생적인 인물을 자신과 같은 사람이 연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뇌가 있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해진은 판수를 연기함에 있어서도, 해철 역을 연기함에 있어서도 진정성에 중점을 뒀다. 오로지 그는 흠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에 해철이 보여주는 액션도 조금은 달랐다. 해철은 총보다는 칼을 주로 사용해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 그는 항일대도를 기교없이 휘두른다. 이에 대해 해철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액션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유해진은 “원 감독에게 기교를 부리는 액션을 하지 말자고 제안을 했다”고 했다. 원 감독 역시 유해진과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모든 액션을 살아남기 위한, 나라를 빼앗긴 이가 분출하는 한이 서린 동작처럼 보여주고자 했다. 더구나 칼 자체가 기교를 부릴 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그는 “한 손으로 들고 있기도 힘들었다”며 “액션을 할 때 가짜 칼로 하는데도 무겁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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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철은 일본군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이지만 마냥 진지한 캐릭터가 아니다. 때로는 마병구(조우진)와 가벼운 장난을 치기도 하고 늘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는 이장하(류준열)의 긴장을 풀기 위해 장난을 걸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봉오동으로 일본군을 유인하는 작전 중 팽팽한 긴장감 가운데 관객이 잠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해철을 연기한 유해진은 진중함과 가벼움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내 연기에 관객이 박장대소를 하면 잘못된 연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요소요소에 가벼운 코믹 요소를 넣은 것에 대해 “영화가 전하고자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용서가 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웃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너무 묵직하게만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그 무게에 짓눌리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유해진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코믹 요소가 쿠사나기(이케우치 히로유키)와 대결을 앞두고 대화를 나눌 때 모습 정도라고 했다. 대결을 앞두고 쿠사나기는 해철에게 “눈빛이 왜 그러냐”고 지적을 한다. 이에 해철은 병구의 통역을 듣고는 자신의 눈을 깜빡이는 행동을 한다. 이러한 요소가 관객을 웃게 만드는 지점이다. 유해진은 이런 정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코믹 요소이자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의 용서 받을 수 있을 만한 정도라고 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해철 무리와 장하는 일본 군을 봉오동까지 유인하기 위해서 산을 뛰고 또 뛴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이번 작품으로 정말 원없이 뛰어봤다”고 했다. 산을 자주 가는 것으로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유해진은 “평소 산에 다니는 습관이 이번 작품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좋았다. 바람이 불고 원없이 뛰고 나면 후련함이 있다”며 “요즘 나에게 한이 있는지 홧병이 있는지 뛰고 나면 그렇게 좋더라. 안 뛰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산은 나이를 먹어야 더 좋아하게 된다”며 “산악 영화 ‘빙우’를 촬영하면서 암벽 등반도 하고 빙벽 등반을 연습하면서 취미가 붙기 시작했다”고 했다.

“예전에는 갔다가 바로 내려왔어요. 요즘에는 산에 가서 잠깐씩 바람을 맞으며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명상 중에 생각이 흘러 가는 대로 두다 보면 잠깐이나마 편안해져요. 산 정상의 고요함과 잔잔함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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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봉오동 전투’ 포스터 중 유독 좋아하는 포스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장하가 돌무덤에서 기관총을 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찍은 뒤 조우진이 다 같이 사진을 한 번 찍자고 했다”며 “비가 우중충하게 왔는데 사진을 찍고 났더니 그 시절의 사람들처럼 나왔다”고 했다. 그는 포스터를 보고 누군가는 엣날 독립군 사진에 합성을 해놓은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역사책에서 봉오동 전투가 크게 성공을 거뒀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 주목하지는 않는 점을 지적했다. 유해진은 그런 면에서 ‘봉오동 전투’는 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강조했다.

“해철도 이름 없이 숫자로만 남은 독립군이에요. 저도 그런 숫자 중의 한 명이었어요. 그게 참 슬픈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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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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