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영화, 얘는 되고 쟤는 안 되는 이유 [무비노트]
2019. 08.08(목) 17:03
나랏말싸미 봉오동전투
나랏말싸미 봉오동전투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여름 극장가 성수기를 맞아 두 편의 역사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다. 하지만 두 편의 역사 영화의 흥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제작 빅스톤픽쳐스)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첫날 33만419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반면 지난 7월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제작 영화사 두둥)는 15만1261명의 관객에 그쳤다. 더욱이 ‘나랏말싸미’는 개봉 2주만에 일별 박스오피스 TOP10 안에서 종적을 감췄다. 8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94만1423명이다.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함께 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한글 창제설 중 하나를 선택해 재구성했다. 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에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 창제를 두고 영화는 세종대왕이 아닌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에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그렸으니 관객들의 거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조철현 감독은 영화 도입부에 여러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를 재구성한 작품이라는 자막을 넣은 것에 대해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반면 ‘봉오동 전투’는 실제 사건과 기록을 토대로 최대한 고증을 거친 뒤 독립군의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낸 영화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신문 88호를 근거로 제작됐다. 원신연 감독은 “독립신문에 보면 봉오동 전투 과정과 승리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 기록이 역사에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빈 부분을 아시는 분, 역사학자나 전투 참가자 후손이 있다면 이번 기회로 봉오동 전투가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랏말싸미’와 ‘봉오동 전투’ 두 영화는 짧은 역사적 사실, 혹은 하나의 가설 안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덧대어 만든 영화다. 그러나 하나의 영화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해 관객에게 외면을 받았고 또 다른 영화는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두 영화의 차이는 국민이 가진 역사적 자긍심에 대한 이해도 차이다. 아무리 작가적 상상력을 덧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거나 역사에 기술되지 않은 부분을 채워 넣는다 하더라도 관객이 불쾌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명량’ 역시도 역사 왜곡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역대 흥행 영화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 역사적 자긍심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적 상상력이 역사를 왜곡하더라도 관객들이 이를 문제삼지 않기도 한다. 아예 팩션 사극 장르가 그러하다. 21일 개봉 예정인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과 관련해 이를 조작한 광대패가 있다는 설정이다. 황당한 이야기임에도 역사 왜곡 논란이 휩싸이지 않는 이유는 ‘팩션 사극’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는 오히려 기발한 상상력일수록 관객이 즐거워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된다.

그럼 면에 있어서 ‘나랏말싸미’는 소재 선택, 장르, 감독의 대응 모두 반감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봉오동 전투’는 일제 강점기 시기 승리의 역사라는 소재,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태도 모두 논란을 피해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영화적 완성도까지 더해지니 ‘나랏말싸미’는 안 되도 ‘봉오동 전투’는 잘 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나랏말싸미’ ‘봉오동 전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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