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가 보여준 스토리의 힘 [종영기획①]
2019. 08.21(수) 11:00
60일 지정생존자
60일 지정생존자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미국 원작보다 다소 빈약한 스케일을 상쇄시킨 건 결국 스토리였다. '60일 지정생존자'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연출 유종선)가 지난 20일 밤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작품은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한국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한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이 폭발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개를 시작했다.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테러 사건이 일어난 날, 대통령 양진만(김갑수)에게 해임된 환경부 장관 박무진이 유일했다. 현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면서 박무진은 승계 서열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해야 했다.

원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대규모 폭발신이 리메이크되면서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기대를 모았지만, 다소 아쉬웠다. 스케일이 다소 축소됐고, 국회의사당 테러 장면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오히려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려 아쉬움을 더했다. 집약적으로 폭파 장면을 구성해 소위 '한방'을 선보였다면 더욱 임팩트 있는 장면이 완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장면을 반복하기보다 권한대행을 마주한 급박한 상황과 인물이 마주한 내적인 혼란스러움에 집중했다면 국회의사당의 붕괴 장면은 더 큰 시너지로 극에서 호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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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의 강점은 압도적인 스케일이 아니라 스토리였다. 박무진이 정치엔 뜻이 없는 천생 학자에서 대선 주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박무진은 원리원칙만 고수하던 인물에서 정치를 통해 선을 실현하는 방법을 깨닫는 '이기는 리더'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는 그의 참모진 차영진(손석구), 정수정(최윤영), 강대한(공정환) 등의 역할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박무진의 백면서생같은 태도를 불신했으나 극이 흘러갈수록 좋은 리더의 자질을 가진 박무진의 모습에 진심으로 그를 보필하게 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또한 도덕성 있는 지도자를 내세우며 그의 참모진들이 이상적인 리더를 따르게 되는 과정에 집중했다. 박무진의 주변인들이 그에게 마음을 내주는 모습을 담아 시청자들도 박무진을 응원하도록 만들었다. 이들의 변화가 보는 이에게도 박무진 같은 리더가 존재했으면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박무진은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좋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 테러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특수부대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무보다도 이들의 목숨을 더욱 중요시하는 장면이나, 가족을 둘러싼 스캔들에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가족을 지킨다는 점이 큰 귀감이 됐다.

악인으로 지칭되는 인물의 서사도 세심하게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오영석(이준혁)을 백령해전으로 무책임한 국가와 권력에 분노를 느껴 악의 길로 들어서는 설정을 추가했다. 이는 그가 정치판으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내 설득력을 더했다.

테러의 배후로 밝혀진 한주승(허준호) 역시 단순한 테러범으로 만들지 않았다. 앞선 양진만 정부의 참모진이던 한주승은 민주적인 대통령 양진만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것을 보고 "이 나라 국민들은 좋은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없다"라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게 된 인물로 그려내 몰입감을 높였다.

'60일 지정생존자'는 한국과 북한, 미국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를 구체적으로 반영하면서 인물 간의 서사에 집중해 집약적인 스토리를 구축했다. 또한 이상적인 지도자와 참모진들의 호응을 통해 현실성을 높인 점도 괄목할만하다.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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