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결국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이슈&톡]
2019. 08.31(토) 23:45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악마에게 한 가지 결핍된 게 있다면 바로 ‘사랑’일 터. 즉 악마란 게 별 게 없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 또는 증오로, 증오로 가득차 있으면 누구든 악마가 될 수 있고 증오를 사랑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악마도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독일의 소설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 드라마로 재해석한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이야기다.

정경호와 박성웅이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가 된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연출 민진기 극본 노혜영, 고내리)는 불운의 싱어송라이터 서동천(정경호)이 악마(박성웅)에게 영혼을 팔고 스타 작곡가 하립이 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때론 진지하게 또 때론 코믹하게 담아낸다. 악마라는 판타지적 존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특성 상 자칫 유치할 수 있으나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주제와 중간중간 위치한 속 깊은 대사들, 정경호와 박성웅, 이설, 이엘 등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의 힘이 이를 충분히 보완한다.

와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등장인물은 단연 배우 이설, 그리고 그녀가 맡은 배역 ‘김이경’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불운한 사건에 휘말리며 18세에 소년범이 된 그녀는, 이 과거로 인해 꿈을 꾸고 싶어도 꾸지 못했고 음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누구보다 증오로 영혼이 병들어 있어야 할 그녀이지만 어디서 나오는 선한 힘인지 어떤 박해와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과 삶을 증오로부터 꿋꿋이 지켜내고 있다.

“지금도 매순간 증오를 이겨내고 있어요, 죽도록 괴로운데 이겨내려고 하는 중이에요”
이경이 널 때린 아버지가 죽길 바라지 않냐는 하립의 물음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살아야 사과도 받지 않겠냐고 답하며 한 말이다. 악마가 탐낼 만큼 선한 영혼의 소유자인 그녀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아야 했을 소년원에서 죄인의 신분에 몸과 영혼을 맞추며 깨달았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일은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영혼을 좀 먹기만 한다는 사실을. 아마 이 때부터 그녀와 증오와의 싸움이 시작되었으리.

이경의 이러한 태도는 동일하게 불운했으나 이경과 달리 자신의 삶을 증오하여 악마에게 영혼을 판 서동천, 즉 하립과 정확히 상반된다. 신의 징벌로 증오를 쌓은 악마와도 마찬가지고. 문제는 이경이 자꾸 하립과 얽혀 그가 그토록 싫어하여 망각의 세계로 던져버린 서동천의 삶을 하립 앞에 데려 온다는 데 있다. 게다가 이경이 기억하는 서동천이란 좋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좋은 사람이었다니.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이경과 하립이 얽히는 데 악마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하립을 성공에 이르게 한 악마가 건넨 몇몇 히트곡이 실은 이경이 만든 노래였던 것. 어쩌면 사랑을 모르는 증오의 존재인 악마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노래를 만드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하여 훔치는 게 능사였을지도. 어찌 되었든 이런 악마 덕분에 하립은 서동천의 삶과 세계를 다시 맞닥뜨리며 잃어버렸던 사랑의 감정을 되찾고 있는 중이며 악마 또한 들어갈 몸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사랑을 아는 고통 중에 처해 있다.

‘죽도록 괴로운데’라는 표현처럼 매순간 증오를 이기는 일이란 쉽지 않다. 증오는 그럴 만한 상황에서 태어나 우리를 납득시키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과 영혼이 증오의 모습을 취한 악마에게 먹히는 일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방법은 하나, 우리의 삶과 영혼을 사랑하는 것. 결국 사랑만이 증오를 압도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때’가 이경을 통해, 이경과 만난 서동천의 모습을 통해 말하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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