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 든 ‘윤종신’이 좋다 [이슈&톡]
2019. 09.17(화) 11:43
윤종신
윤종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늦바람, 제 삶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맞닥뜨릴 수 있는 바람이 아닐까. 물론 이 때의 ‘성실함’은 개개인에 따라 해석되는 바가 다르겠다. 윤종신에게 성실함은 삶에 주어진 재능과 환경에 최선을 다해 응한 것. 그러니 한 달에 한 번 곡을 내겠다는, ‘월간 윤종신’이란 어마무시한 프로젝트를 십년째, 여전히 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방인 프로젝트’란 새로운 모험을 시도해볼 수 있었으리라.

‘황금어장 무릎팍도사’가 ‘라디오스타’가 되기까지 12년간 자리를 지켜온 ‘윤종신’이 프로그램에 작별을 고했다. ‘월간 윤종신’의 해외 버전인 ‘이방인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 위함으로, 되도록이면 그가 아는 사람도, 그를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 실제 이방인이 되어 보고 느끼고 겪는 감정들을 노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너무 늦었다고 하겠지 무책임한 늦바람이라 하지만 너무 많은 남은 날이 아찔해오는 걸”
혹자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물질적 여유가 되니까 누리는 호사라고. 사실 누구나 마음 한 쪽에 품고 있을, 그러나 어린 자녀의 생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로서, 함께 가정을 책임져야 할 배우자로서 이루기 쉽지 않을 꿈이, 바로 훌쩍 떠나 자유롭다 못해 외롭기까지 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떠날 수 있는 윤종신이 부러울 수밖에.

여기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윤종신의 떠나는 행위가 부러운 걸까, 아니면 떠남을 가능하게 한 그의 재정적 환경이 부러운 걸까. 대부분 후자일 터. 이유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이든 뭐든, 현실의 족쇄를 느슨하게 할 자유 또한 돈이 있어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의 사고 기저에 깔려 있는 까닭이다. 어느 정도 옳은 말이지만 우리가 윤종신의 ‘이방인 프로젝트’에서 ‘굳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나 조금 더 멋있어질래 남들 얘기 속 그거 말고 뭐가 더 내 거인지 내 마음인지 이젠 내가 보여”
“좀 더 꿈꾸겠어 생각보다 훨씬 해 볼 게 많아 바람 맨 앞에서 숨지 말아야 해 겪는 게 이득이래”
재능과 운을 기반으로 그 위에 성실한 삶을 얹으며 오늘의 현실을 일구어낸 그가 선택한 앞날은, 으레 그 즈음의 나이와 그 정도의 성과를 지닌 인물이 취하곤 하는 방향과 모양새가 달랐다. 얻은 부와 명성을 좀 더 늘린다거나 안정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짜 이방인이 되어 노래 속에서 가늠만 해오던 이방인의 마음을 제대로 읊조려 보겠다니. 가늠만 해온 것이었다 해도 그동안 윤종신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즉, 본인이 인지하고 말하기 전까진 어쩌면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부분이다. 하지만 좀 더 멋있어지고자 하는, 좀 더 꿈 꾸고자 하는 마음이 그로 하여금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했고 ‘이방인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가 ‘굳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이겠다. 여전히 현실 이상의 것을 바라며 좀 더 꿈을 꾸는 쪽을 택할 수 있는 윤종신의 열정, 삶을 향한 성실함. 그래서 윤종신의 늦바람은 그의 삶에 있어, 그간의 성실한 행보가 낳은 가장 현실적인 모험이자 가장 이상적인 도전이다. 그는 아마도 더욱 견고하고 견실한 노래들로 우리 곁에 돌아올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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