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인간 [종영기획]
2019. 09.20(금) 09:28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인간이기 때문에 욕망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다시 희망을 얻는다. '악마가'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애를 심도 있게 조망했다. 또 배우 정경호와 박성웅은 호연으로 이를 현실성 있게 그려내는 저력을 보였다.

20일 밤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극본 노혜영·연출 민진기, 이하 '악마가')가 16회 방송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악마가'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스타 작곡가 하립(정경호)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인생을 건 일생일대 게임을 펼치는 영혼 담보 코믹 판타지 극이다. 이 작품은 하립이 자신이 누렸던 성공이 한 소녀의 재능과 인생을 빼앗아 얻은 것임을 알게 되고 소녀와 자신, 그리고 주변의 삶을 회복시키며 삶의 정수를 깨닫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괴테의 고전 명작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적 설정 위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실패한 말로를 사는 인물 서동천이 악마와 영혼 거래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악마의 속삭임을 거절하지 못한 서동천은 곧 젊고 성공한 인생 하립의 삶을 얻었다. 그러나 하립은 영혼 계약 만료 날짜가 다가오면서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립은 현재의 성공한 삶을 욕망하고 또 이어가고 싶은 것이다. 하립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 군상을 닮았다. 하립은 자신을 대신해 악마에게 데려갈 1등급 영혼 김이경(이설)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악마가'는 하립이라는 인물부터 악마 모태강(박성웅), 그의 본체인 류까지 인물의 내면을 확장시키면서 이들이 가진 다양한 감정과 본성에 집중했다. 특히 살아있다면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랑과 연민 등 감정적인 부분을 통해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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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공밖에 모르는 것 같았던 하립의 영혼 계약 이면에는 자신의 아픈 아들 루카(송강)이 있었다. 아픈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악마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뭉클한 감정을 끌어내면서도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을 위해 김이경에게 영혼 계약 사인을 부탁한다는 점에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하립이 이해되면서도 김이경을 향한 안타까움 역시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한 부성애, 그리고 이들을 위해 영혼 계약을 하는 김이경. '악마가'는 선과 악의 기로를 묘하게 담아내며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었다.

'악마가'는 이처럼 개인들이 겪는 때론 악하고, 선한 감정을 보여주며 인간의 현실적인 고민과 사랑, 죄책감, 자유의지 등을 폭넓게 담아냈다. 김이경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는 하립의 모습과,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과거인 서동천의 삶까지 받아들이는 장면은 악마의 장난도 아니었고, 신의 실수도 아니었으며 오로지 서동천 개인의 의지임을 드러냈다. '악마가'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마무리를 맺었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극 중 김이경이 하는 말인 "인간이니까"로 귀결된다. 인간이기 때문에 욕망하고, 실패하고 그리고 뉘우치며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표현했다.

배우들의 시너지 역시 극의 완성도를 더했다. 악마 류 역할인 배우 박성웅은 인간의 영혼을 매매해 계약을 이행하는 악마 같은 면모를 드러내야 하는 인물이었다. 정경호 역시 음악가의 삶을 살았으나 비참하게 말로를 맡고 있었던 서동천부터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새 인생을 살게 된 하립까지 아우르는 연기를 보여야 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맡은 인물을 각자의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해내 매력을 더했다.

악마 류 같은 경우, 인간으로부터 고통스러운 감정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면모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박성웅은 류를 단편적인 인물로 연기하지 않았다. 천사였던 류가 악마가 되기까지 겪었던 고통과 슬픔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위트를 놓치지 않았다. 하립에게 노래를 배우는 장면이나 뻔뻔해 보이는 대사 등이 캐릭터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정경호도 마찬가지. 정경호는 한 인물이나 1인 2역을 넘나들어야 했다. 실패한 노년의 음악가인 서동천과 명예와 부를 축적한 하립을 동시에 연기해야 했기 때문. 정경호는 서동천과 하립을 변주하며 성공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열망, 부성애 등을 드러내 서동천과 하립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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