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효진’ 필 무렵 [이슈&톡]
2019. 09.30(월)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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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 공효진의 연기는 극 중 인물을 현실, 바로 우리 곁으로 소환하는 힘을 지닌다. 그것도 억지로가 아닌 즐거이. 그녀가 담아내는 인물들은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곁에 두고 사랑에 빠지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한다 할까.

새로이 시작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의 ‘동백’(공효진)도 마찬가지. 고아로 자란 것도 모자라 홀로 아들 하나 키우는 미혼모가 되어 술집을 운영하는 인물 동백, 이렇게만 들으면 누구나 박복하게 여기며 혀를 끌끌 차겠다만, 그러고 천박하다며 뒤에서 흉을 보겠다만, 이 여자 적어도 웅산 지역에 사는 어느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왠지 모를 기품이 넘친다.

무엇이 동백을 사랑스러운 데다 기품까지 넘치게 만들었을까. 물론 예쁘장한 외모도 한 몫 했으나 알다시피 외모의 어여쁨이 천박함과 고상함을 가르는 기준이 되진 못한다. 외모는 그 안에 담김 성품과 맞닿을 때 제 빛을 발하기 마련인데, 자신에게만 야박하게 굴고 망신을 주는 세계 속에서도 착하게 살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모습이, 아들 필구(김강훈)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뚜렷하고 대쪽같은 원칙을 가지고 술집을 꾸려 나가는 모습이, 우리로 하여금 그녀를 동백의 다이애나(영국 황태자비였던)로 여기게 했다 하겠다.

이러한 동백의 매력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공효진이다. 인물 본연의 것도 있지만, 연결점이 되어주는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보는 이들에게 하등 감흥을 주지 못할 수밖에 없다. 공효진은 말끝을 흐리는 말투에서부터 두루치기 값에는 자신의 웃음이나 손목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강단 있게 이야기한다거나 처음으로 듣는 ‘최고다’, ‘대(大)자다'라는 칭찬에 얼굴을 붉히면서 좋아하는 모습까지 완연한 동백이었다.

“학교 때는 반에 고아도 나 하나, 커서는 동네에 미혼모도 나 하나, 48만원 때문에 아들내미 철 들게 하는 것도 나 하나. 나도 좀 쨍하게 살고 싶은데 아 참 세상이 나한테 그렇게 야박해. 나만 자꾸 망신을 줘.”

그 중에서도 감탄스러웠던 대목은 바로 여기, 아들 필구가 돈 때문에 엄마 동백에게 말도 꺼내지 못한 중국 전지훈련을 친부의 도움으로 가게 되었단 사실을 알고 홀로 속 아파하는 장면이다. 솔직히 동백의 사정에 처해 보지 않은 보통의 사람은 가늠도 어려운 감정으로, 자칫 상투적인 신파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공효진이 현실 속 우리와 허구 속 동백 사이에 형성해놓은 수많은 몰입의 점점들이 우리로 하여금 동백의 아픔을 가늠하게 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실재하지 않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인물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실재하는 지인 혹은 나 자신의 것인 마냥 동백이의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동백이의 상처를 나의 상처로 받아들이게 했다. 그리하여 사람과 세상의 편견에 갇혀 있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착실한 동백이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해야 우리의 마음이 놓이는 데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때때로 만나는 좋은 드라마, 좋은 등장인물은, 허구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삶을 보는 시각을 정화시킨다. 여전히 선하고 착한 게 이기며 꿈이라는 설렘과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를 되새기게 함으로써 우리 내면에 지닌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동백꽃 필 무렵’이, ‘동백’이 그러하다. 이것을 온전히 전달해준, 완연한 동백으로 다시 피어난 배우 공효진이 더욱 고마운 지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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