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일에서 ‘재미’를 추구할 때 [이슈&톡]
2019. 10.01(화) 10:47
놀면 뭐하니
놀면 뭐하니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이 예능프로그램엔 뚜렷한 폼이나 틀, 매뉴얼 따위는 없다. 유재석과 카메라, 그로부터 하나의 마인드맵처럼 갖가지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아이디어의 가지들 뿐이다. 각 연상단어에 위치한 출연자들은 그저 ‘유재석’이라는 소재를 받아 제 마음껏, 능력껏 즐기고 난 후의 결과물을 다음 연상 주자에게 넘기며 되고, 시청자들은 이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이 어디에 다다르는 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와중 ‘유플래쉬’는 이러한 MBC ‘놀면 뭐하니?’의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장 잘 드러난 프로젝트다. 유재석이 3시간 만에 완성한 드럼 비트를 뮤지션에서 뮤지션으로, ‘릴레이 형식'으로 전달하면 각 순서에 해당하는 뮤지션이 자신만의 색을 입혀 넘기고, 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다채로운 음들이 입혀지면서 전혀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까닭에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등장하는데 당연히 즉흥 연주나 창작이 가능해야 하므로 출연하는 뮤지션 대부분의 음악적 수준은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마음, 열정 등도 실력에 못지 않아, 유재석의 지극히 단순한 드럼 비트를 가지고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일을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고 즐기는 게 눈에 보인다 할까.

사실 전문인들이 나오는 거라 어렵거나 지루할 위험성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우선 주체가 음악에 있어서 보통의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유재석이어서 간간히 설명을 곁들여 주니 설사 음알못(음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큰 걸림돌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출연하는 음악인들의 열정에 취해, 고수들끼리의 만남에서 나오는 어떤 낭만적 동경에 취해 오히려 없던 관심이 생길지언정 스스로의 음악적 수준에 난관을 느끼며 브라운관에서 뒤로 물러날 일은 없다는 소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어떤 뮤지션으로 연결되어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질 지 다음 릴레이 순서에 도달하기 전엔 예상이 불가능하고, 각 분야의 고수라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어떤 모습으로 작업을 하는지 볼 수 있다. 그들이 즐거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른이 되어 소멸된 줄 알았던 우리 안의 창작 욕구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 또한 느끼니 설레기까지 하다.

음악을 만드는 동력 자체가 ‘놀면 뭐하니?-유플래쉬’에서 만큼은 ‘재미’인 까닭에 가능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유세윤과 뮤지가 ‘이거 재미있겠는데?’하며 끼어든 것처럼 릴레이에 참여한 뮤지션들 모두, 진심으로 이 작업을 재미있어 한다. 마치 작가 헤밍웨이의 초단편소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이 사용한 적 없는 아기 신발을 파는 이의 사정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지극히 단순한 유재석의 드럼 비트로 인해 작동하는 창의력이 희열을 안긴 결과다.

보는 우리들까지 덩달아 얻은 깨달음은, 일이라는 게 노동이라는 게 괴롭지만은 않다는 것, ‘재미’를 추구할 때, 일로 ‘놀이’를 만들어낼 때 멋진 일이 벌어질 수 있고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 주어진 틀에 맞추어 열심히, 고통스럽게 일하며, 노동하며 살 것을 강요받고 그렇게 스스로를 압박하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유재석이 스케쥴이 없는 날이면 하곤 했다는 말, ‘놀면 뭐하니?’를 시작점으로 삼았다는 것조차 의미심장한 이 자유분방한 프로그램의 앞날이 심히 기대되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놀면 뭐하니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