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현실 같은 우리의 '흑역사' [씨네뷰]
2019. 10.01(화) 14:53
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 공효진
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 공효진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가장 보통의 연애'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유머의 코드로 사용해 재미를 유발한다. 최신의 영화들이 특별함으로 중무장해 관객들에 소개되는 것과는 달리, 평범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는 점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제작 영화사 집)는 이제 막 연인과 이별한 두 사람의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극중 김래원은 파혼한 뒤 자신을 떠난 여자친구를 있지 못하는 재훈 역을, 공효진은 재훈(김래원)과 달리 만남과 이별에 대해 쿨하게 생각하는 선영 역으로 분했다.

재훈과 선영의 첫 만남은 영화의 제목처럼 평범하다. 선영은 재훈이 일하는 광고회사로 이직하게 되고 팀장 재훈이 부여한 업무를 끝냈음을 보고하기 위해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이후 초저녁부터 술에 취한 재훈은 부재중 전화 목록에 있던 선영에게 전화를 걸고, 통화는 2시간 동안 이어진다. 그러면서 재훈은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며 애걸복걸하고, 재훈을 안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선영은 이런 그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준다.

보통 로맨스 영화가 사랑이 시작하는 설렘과 결혼의 아름다움, 즉 이상적인 만남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러한 현실적인 로맨스를 담으며, 오히려 타 로맨스 영화와는 다른 특별함을 선사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 현실보다 현실 같은 주사, "나도 이랬었지…"

많은 이들이 기쁠 때도, 아플 때도, 위로가 필요할 때도 술잔을 기울이며 때론 홀로, 때론 함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풀어놓는다. 이러한 술은 현실적인 로맨스를 담은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도 사건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다.

극 중 재훈은 전 여자친구가 갑자기 파혼하며 자신을 떠나 큰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재훈은 자신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그의 친구들은 재훈을 위로하기 위해 술 한 잔을 건넨다. 또한 술을 마시며 재훈과 선영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각자 숨겨진 일화가 공개되고 관객들은 서서히 재훈과 선영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솔직한 속마음 토크로 이어진 이들의 음주는 두 캐릭터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웃음과 공감의 코드로도 작용했다. 술에 취한 재훈과 선영은 주사의 본보기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재훈은 술에 취해 전 연인에게 전화를 걸거나 '뭐해, 자니?'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이른바 '찌질한 전남친'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재훈은 길가의 고양이, 비둘기를 집에 들여오거나 먹지도 않을 옥수수를 사 오며 현실적인 주사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선영은 술이 들어가자 스킨십이 잦아진다. 평소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같이 실수하나 없을 것 같이 보이던 선영은 안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재훈에게 "넌 내 스타일인데"라며 직접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게 내뱉는다.

누구라도 한 번쯤 술을 마시고 실수를 했을 법한 술자리 흑역사를 떠올리게 해 웃음과 공감을 산다. 그렇기에 관객은 이들의 주사에 폭소하면서도 한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한다.

리얼한 공효진과 김래원의 주사 연기는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마치 진짜 술에 취한 듯한 이들의 연기는 자신의 친한 친구를 보는 듯한 친밀함을 느끼게 했고, 이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캐릭터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신 아파하게 된다. 특히 김래원이 연기한 재훈의 경우 찌질한 캐릭터로 묘사돼 더 큰 연민을 자아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 직장인 '공감도 UP', 경험담 같은 에피소드

‘가장 보통의 연애’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에피소드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재훈과 선영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 동료 사이다. 더군다나 대기업이 아닌 재훈의 '아는 형' 관수(정웅인)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다 보니 직원들이 적어 재훈과 선영은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술에 취해 선영에게 전화를 건 재훈은 민망함에 그를 피하려 한다. 이에 재훈은 직장 동료이자 친구 병철(강기영)에게 "외근 나가는 멤버를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직원이 적었던 터, 선영이 다시 재훈과 엮이게 되고 재훈은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외근을 나간다. 선영과 같은 차에 타게 된 재훈은 "회사가 작으니까 규율이 없어, 규율이!"라며 투덜대고, 이는 중소기업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회사의 대표인 관수는 직원들에게 "주말에 뭐 하냐"고 물으며 "팀워크를 끌어올리기 위해 등산을 가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직원들은 관수 앞에선 "너무 좋다. 역시 대표님은 생각이 깊으시다"고 칭찬하지만, 대표를 제외한 메신저 방을 만들어 '뒷담화'를 일삼는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은 "메신저 헷갈리지 않게 조심해라. 저번에도 들켰다가 큰일 나지 않았냐"며 '뒷담화'를 막기보단 오히려 주의사항을 언급하며 이를 독려한다.

'뒷담화'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지양해야 되는 일이지만,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몫했다. 관객들은 극 중 직원들이 대표 관수를 욕하는 '사이다 발언'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산악 모임 후 벌어진 회식자리의 '야자타임'에서 관수에게 거침없이 욕을 하는 병철의 모습은 시원함을 넘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했다.

이처럼 '가장 보통의 연애'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소재를 사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다. 특히 '보통'이라는 주제가 주는 공감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공효진이 인터뷰를 통해 말한 것처럼 '가장 보통의 연애'가 "호불호 없는 영화"가 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는 2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종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가장 보통의 연애 | 공효진 | 김래원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