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복서’ 엄태구 “혜리에게 힘 얻고 희원 선배에게 의지” [인터뷰]
2019. 10.04(금) 09:28
판소리 복서 엄태구 인터뷰
판소리 복서 엄태구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엄태구가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기존의 강렬한 인상의 연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병구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이 함께 호흡을 맞춘 두 배우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엄태구는 정혁기 감독의 단편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 때부터 팬이었다고 했다. 27분짜리 단편 영화를 보고 엄태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짠했다. 소재 자체가 독특하고 이상했다”며 “병구가 내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응원을 하게 되더라”고 했다. 엄태구는 단편을 보면서 정혁기 감독이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이런 관심이 있었기에 엄태구는 ‘뎀프시롤: 참회록’이 장편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대본이 나에게 올 줄은 몰랐다. 시나리오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장편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이 단편에서 느꼈던 감정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태구는 작품을 선택하기에는 일주일간 고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병구가 왕년에 프로 복서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엄태구는 프로 복싱 선수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는 “감독님을 만나서 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기에 더욱 고민이 됐기에 자신이 있게 하겠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고민에도 그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 엄태구는 프로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하루 5시간씩 운동을 하면서 어떻게든 프로 복서가 보기에 가짜 같지 않은 복싱 자세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에 복싱 코치마저 쉬라고 제안을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엄태구는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건 복싱 자세였다. 물론 실제 선수보다 부족한 건 당연하지만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서 후련하다”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병구라는 인물은 복서에게 치명적인 펀치드렁크라는 병이 걸린 인물이다. 그렇기에 엄태구는 펀치드렁크라는 병에 대해 집중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병을 가볍게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병 자체도 위험하고 함부로 표현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병구라는 인물은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이 느리다. 더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미숙한 태도를 보인다. 엄태구는 병구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병의 증상 중에 말이 어눌해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평소 말투보다 더 느리게 대사를 했다”고 했다. 또한 인간 관계에 있어서 미숙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자신의 실수로 추락한 병구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나는 사람 없이 혼자 있고 고립되었을 것”이라며 “체육관에서 살면서 똑 같은 생활이 반복되고 매일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고 지내다 보니까 펀치드렁크 병과 결합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병구는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장구 장단에 맞춰 기괴한 포즈를 취하는 병구의 모습이 관객의 웃음을 자극한다. 엄태구는 이를 위해서 “장구 장단만을 생각했다. 차에서도 장구 장단을 틀어 놓고 계속 들었다. 장단을 틀어 놓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지겹도록 들었다”고 했다. 그는 병구 역시도 몸이 저절로 반응할 때까지 들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극 중 병구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링 위에 올라 복싱을 한다. 위기의 순간 민지(이혜리)의 장구 장단에 맞춰 미완의 꿈인 판소리 복싱을 펼친다. 엄태구는 해당 장면에 대해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시합장에 관객이 앉아 있는 상황에 판소리 복싱을 펼쳐야 되는 상황이 민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업이다 보니까 해야 했다고 했다.

엄태구는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걸 쏟아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흥과 한이 같이 올라오면서 어느 순간 재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해당 장면을 찍을 당시를 떠올린 엄태구는 마음대로 동작을 하다가 ‘이쯤 되면 컷을 해야 하는데 왜 안하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컷을 하지 않아서 도저히 서있을 수 없을 때까지 움직이다 쓰러졌다”고 툴툴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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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구는 체육관 신입관원으로 들어온 민지와 서서히 가까워진다. 풋풋하게 서로의 감정을 키워나가던 두 사람은 야심한 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마음을 고백한다. 엄태구는 “이혜리가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호흡을 맞췄다. 병구가 민지라는 아이 옆에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그래서 가만히 내버려 둬봤다”고 했다.

이렇게 한 것에는 이혜리의 덕이 컸다고 했다. 그는 “어떤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공을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공을 잘 받기만 하면 됐다”며 “한 마디만 해도 웃어주고 좋게 봐줘서 두 사람이 귀여워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엄태구는 병구가 고백을 하는 장면이 오글거려서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병구가 고백을 하고 창틀을 잡고 잔망스러운 손동작을 하는 장면에 대해 그는 “쑥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나온 에드리브였다”며 “고백을 하고 나니 어쩔 줄 몰라서 쑥스러워 나온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쑥스러움이 많아 쉽게 타인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그는 김희원과 이혜리가 먼저 다가와 준 덕분에 나중에 먼저 말도 걸고 장난도 쳤다고 했다. 특히 엄태구는 김희원에 대해 “평소 팬이었다. 교회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함께 연기를 한 것이 영광이었다”고 했다.

엄태구는 초반에 등장하는 교회 장면을 찍을 때 너무나 신이 났다고 했다. 그는 “몇 개의 대사만 정해지고 자유롭게 연기를 해야 했다. 희원 선배와 상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신이 났다”며 “또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을 만큼 재미 있었다”고 했다.

엄태구는 “너무 친해졌다. 가끔 연락도 드리고 만나면 이야기도 하고 연기 고민도 나눈다”며 ‘판소리 복서’를 통해 소중한 선배를 만나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는 병구가 박관장을 의지하듯 현장에서 중심을 잡아준 김희원을 의지했다고 밝혔다.

“이혜리에게 힘을 얻고 김희원 선배에게 기대서 의지하며 촬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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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머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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