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때린 방탄소년단(BTS) 문화신드롬 [이슈&톡]
2019. 10.12(토) 15:31
방탄소년단 BTS 사우디아라비아 콘서트 아랍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BTS 사우디아라비아 콘서트 아랍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어떤 이들의 목소리, 메시지, 퍼포먼스는 시공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생활문화를 송두리째 흔들기도 한다. 인생은 짧을지언정 인간의 예술은 영원하다는 방증이다.

방탄소년단(BTS)(RM 슈가 제이홉 진 지민 뷔 정국)이 여성들에게 다소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흔들었다. 현지에서 무려 3만석이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2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크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 공연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며, 국내는 물론 외신들의 대서특필이 이어지고 있다.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음악관계자들이 이번 공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위세도 그렇거니와, 이들의 스타디움 방문이 곧 아랍권의 보수성을 상쇄시키는 이례적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수 만 관객석을 꽉 채운 아바야(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주로 입는 검은색 통옷) 물결은 유튜브, 온라인 채널, 미디어 등이 전 세계 생중계되는 현 시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그간의 사회 억압을 해갈하려는 봇물이었을까.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뜨거운 ‘떼창’은 방탄소년단의 의도된 무대 퍼포먼스에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정상에 오른 주류임에도 한결 친숙하고 대중적인 ‘하이틴+스트리트’ 스타일의 가사를 통해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음악스타일을 고수했다. 가령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작은 것들을 위한 시’ 中)를 읊조리는 이들에게 ‘날개’란 세상의 모든 낮거나 평범한 자들에게로 향하는 통로일 뿐이었다. 도리어 열 개를 가진 사람이기에 두 개를 가진 사람보다 단 한 개도 남에게 내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수 천 개를 가진 방탄소년단은 수 천 개의 마음과 재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눠 갖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세한 중소기획사에서 맨 땅 헤딩을 시도한 7명 청춘의 초창기 목표는 성공과 수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했던 등산의 과정이 시나브로 그들의 직업윤리와 인생 가치관을 변화시켰다. 방탄소년단의 크고 작은 무대 경험, SNS를 통한 지속 어필, 전 계층 팬들과의 살뜰한 소통이 이들의 심지를 굳혔다. 이제 방탄소년단에게 음악이란 영리 활동일 뿐 아니라 사람들을 위로해야 하는 필생과업으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그들은 음악 속에 자신의 심사를 녹여내면서 평범한 청춘 경험치를 고백하길 서슴지 않았고, 이는 음악예술이 사람들을 위로해온 시대불변 방법론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엄정한 이슬람 율법 탓에 공연장 주변에 텐트촌이 형성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현지 여성들은 전쟁·폭력·편견·차별에 반(反)하는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에 반색했다. 숱한 부녀자들이 굿즈(상품)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방탄소년단 대형사진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지난 201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한류박람회 ‘KCON(케이콘)’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3년 만에 아랍권 스타디움에 재입성했다. 다시금 히트곡이 아랍권에 울려 퍼진 2019년, 발목까지 온몸을 가린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어쩌면 모든 딸들의 세상이 조금은 바뀔 수 있으리라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비단 공상만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임시 방문 비자를 발급해 시범 관광 산업을 실시했고 올해 사상 최초 관광 비자도 발급했다. 보수국가의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찰나, 비틀즈를 방불케 하는 시대아이콘 방탄소년단이 마침 이들의 빗장을 여는 문지기로 기능했다.

멤버들은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다. 이 순간을 계속 기억할 것”이라며 후일을 기약하는 소회를 빼놓지 않았다. 꿈인들 어떠랴. 세상의 모든 새장과 자신만의 감옥을 이겨내는 사람들에게 방탄소년단은 미래적인 낙관의 제스처를 띄웠다. 이른바 ‘BTS 문화신드롬’이 아랍권으로 대유되는 전 지구 사각지대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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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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