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전여빈, 배우가 체질 [인터뷰]
2019. 10.13(일) 06:30
전여빈
전여빈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고, 작품에 대해 말할 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자신이 연기한 이은정 캐릭터가 한 발 나아가며 끝을 맺는 것에는 반가워했고, 함께 기뻐했다. 은정의 성장 덕분에 ‘멜로가 체질’을 마친 후에도 “마음이 많이 좋다”는 배우 전여빈의 이야기다.

전여빈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사랑하는 연인 홍대(한준우)를 떠나보낸 뒤 홍대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 역을 맡아 활약했다. 전여빈은 이런 은정을 “흥미로운 서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저 ‘상처를 입었던 사람’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는 것. 전여빈은 “외면적으로나 일을 하는 방식으로 볼 때는 누구보다 강해 보이고 아픔이 없을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가 위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극단적 행동 후 홍대라는 환상을 만들어냈을 때, 가까운 사람들은 은정이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못한다. 은정이 놓여있는 상황들이 대조적이면서 묘하게 어우러지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거침없는 사회초년생의 모습부터 홍대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 홍대를 잃은 후, 왜 홍대와 환상으로 함께하게 됐는지까지. 은정의 전사는 1회에서 모두 그려졌다. 그렇게 1회부터 8회까지 홍대를 묶고 있고, 8회 마지막이 되어서야 홍대의 환영을 마주하게 됐다. 처음으로 홍대가 없다는 것을 인지한 은정의 이야기는 9회의 시작이 됐다. 이 같은 은정의 서사에 대해 설명한 후 전여빈은 “은정은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는 줄 알았던 소민(이주빈), 그리고 자신이 잘 사용하던 카메라를 통해서 진실을 바라보게 된다”며 “이 강해 보이는 사람이 홍대를 바로 발견했다고 해서 쉽게 잊지 못한다. 죄책감 때문에 홍대를 틀어져 있는 형상으로도 마주하기도 하고. 상태를 견지한 후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힘들다는 감정을 표하기도 한다”며 은정의 서사들에 대해 풀어놨다.

큰 상실의 아픔을 지녔고, 떠난 연인의 환영을 마주하기까지 한다. 또 그를 보내주기까지의 과정들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호평 속에 이은정 캐릭터와의 작별은 마친 전여빈은 “글의 흐름들이, 배우로서 이해하기 쉬웠다. 이해가 너무 잘됐다. 은정이에게 물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넉넉했고, 저도 모르게 입혀졌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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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임진주(천우희), 황한주(한지은)의 톤이 높아 은정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전여빈은 ‘작은 디테일’들을 만들었다. 전여빈은 “은정이 일할 때와, 편하게 친구들, 동생과 있을 때가 다르다. 또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홍대와 연애를 할 때의 톤, 뉘앙스와 환상으로 마주했을 때가 다르다. 욕을 할 때의 뉘앙스도 그때 상황에 맞게 나름으로 연구했다”고 세심한 변화를 준 부분들을 밝혔다. 또 그는 “은정이가 너무 아픈 사람으로 보여 (시청자들에게)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게 될까 봐 텐션 조절이 필요했다”고도 덧붙였다.

전여빈은 은정을 떠나보내며 ‘네가 바라보는 세상을 같이 느끼고 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어’라는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전여빈이 가장 가까이서 은정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면서 느낀 건 이은정이 너무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 전여빈은 “뚝심 있게 자신의 일을 추진해서도 있겠지만, 상흔을 발견했을 때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를 닮고 싶었고, 은정이라는 사람 자체를 만날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전 재산을 기부하는 모습을 통해 은정에게 소중한 건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 할 법한 사람임에도 점점 은정을 알아가면서는 그 마음을 제법 알 수도 있었다고 했다. 전여빈은 또 한 가지. 상담사와 이야기하는 은정의 모습에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추측을 봤던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생각에 은정이 부모님은 엘리트이고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 어떤 모자람 없이 자랐을 거다. 다만 제가 유추할 수 있던 것은, 환경이 불우해서 그 사람에게 상처가 생긴 게 아니라는 것.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어떠한 상처는 큰 사건이 없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거다”라며 은정과 함께 세상을 알아가면서 느낀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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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역할과 극에서 이해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들려준 전여빈이었지만, 무궁무진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에는 여지를 남겨뒀다. 바로 은정의 남자들인 홍대와 상수(손석구)에 대한 부분이다. ‘환승은 무료니까’라는 대사에 대해 “재해석이 너무 좋았던 대사”라고 입을 뗀 그는 “작가님에게 일부러 그에 대한 질문을 하진 않았다. 야감독(상수)이 은정에게 하는 것들에 재밌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은정이 친구들에게 처음 아픔을 고백했을 때 ‘안아줘’ 하는데, 야감독이 대뜸 ‘안아줄까요?’ 묻지 않나. 또 가까이 있는 지하철역 이름과도 같은 홍대와 상수 사이 은정이가 있다. (이름을) 의도한 건 맞다. 이 부분에 대한 의미는 해석들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전여빈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만큼 뜻깊었던 ‘멜로가 체질’은 전여빈의 배우 인생에 성장을 안겨준 작품이다. 전여빈은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놓여있는 것 같다. 감사한 출발을 하고 기분 좋게 끝내고 보내게 됐다. 은정이가 성장하면서 저도 함께 성장한 것 같다. 이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서 그다음 작품 할 때도 은정이에게 누가 되지 않게 잘 만들어 보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새겼다.

전여빈은 이 출발선의 시작을 가능하게 해 준 게 영화 ‘죄 많은 소녀’라고 했다. 해당 작품을 보고 제안이 와 ‘멜로가 체질’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죄 많은 소녀’ 개봉 당시 그는 “제 시간을 잘 쌓아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 주연에 이어 드라마 주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현재, 본인의 시간을 ‘잘’ 쌓아 온 것 같은지에 대한 물음에 전여빈은 깊은 고민과 함께 자신을 돌아봤다.

그는 “스무 살 때 나에 대해 돌아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배우라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나름 열정적으로 시간을 쌓는다고 사투를 벌였던 것 같다. 그런데 현장에 뛰어들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된 것 같았다”고 털어놓으며 “직업으로 배우가 됐을 때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에 있어선 훨씬 더 디테일해졌다. 앞으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다시 공부 시작인 것 같아 모든 것을 배워 나가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기쁘기도 하다. 제 안의 열정이나 호기심이 다시 일어났다”고도 덧붙였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쌓아왔고 앞으로 또 쌓을 것인지에 집중한 전여빈은 “부지런히 자신을 갈고닦아 어떤 작품에서 만나든 좋은 마음을 안겨드릴 수 있는 괜찮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며 “나 자신으로서도 그 역할을 만들어 나가고, 그 작품을 위한 시간을 보낸 후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제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다시 많이 노력하고 싶다”는 진중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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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전여빈은 자신을 ‘부담을 가질수록 잘하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는 “응원과 기대가 있을 때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다”며 “사실 성공의 척도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저를 선택해준 작품에서 그 캐릭터로 잘 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그렇게 집중하기 위해선 체력을 열심히 키우려고 한다. 또 연기는 표현하고 감각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계속해서 연마해나가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작품을 위해 배우로서 어떤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오랜 시간 꿈꿔온 일을 하게 됐다. 쫓을 때와 이뤄진 후가 다를 법도 한데, 전여빈에게 꿈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배우는 맡는 역할에 따라, 만나는 환경에 따라 호흡하는 언어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짜 유동적인 직업인 것 같다. 잘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는데, ‘잘하는 연기라는 게 뭘까’ 고민이 많이 들더라”며 자신이 고민 중인 ‘잘하는 연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여빈은 작품의 리듬, 호흡을 따라가며 앙상블이 되는 것. 또 그 앙상블 속에서도 나의 의미는 어떤 걸까를 찾고 있다. 그는 극 중 은정이 소민에게 했던 ‘난 사실 잘하는 연기가 뭔지 모르겠어. 잘하는 연기가 뭐지? 못하는 연기는 알아 거짓말이 보이는 거’라는 대사를 통해 조금의 힌트를 얻었다. 전여빈은 “은정이가 소민이에게 용기를 주는 말인데 은정이가 배우 전여빈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현장에서 제 불안을 누군가에게 전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저 혼자 오롯이 안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대사를 주신 감독님, 작가님께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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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전여빈은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구성원이 되는 일이 너무나 보람차고 기쁘다”며 “나라는 사람을 책임질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모든 걸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인 것 같다”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직접 현장을 겪으면서, 이전보다 조금 더 확장된 꿈을 꾸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그는 “문소리 선배님이 영화를 더 잘 알고 싶어서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영화를 만드시지 않았나. 훗날 저도 이야기를 써보고 작은 영화를 만들어보면, 대중과 만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아직은 연기에 궁금증이 많아 그건 머나먼 꿈으로 두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 이야기에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추가적으로 답을 덧붙이기도 했다. 전여빈은 “언젠간 무대에도 꼭 설 거다. 학생 시절 선배님들을 많이 지켜봤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언젠간 좋은 기회를 만나면 무대에서 관객들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연기에 보람을 느끼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행한다. 충분한 이해와 애정 없이 불가능한 진중한 답변들은 그가 어떤 태도로 이은정의 곁에 있었는지를 감히 짐작케 했다. 더할 나위 없이 해냈고, 과정에도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났지만 아직도 ‘배움’을 강조하는 전여빈은 정말로 ‘배우가 체질’인 사람이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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