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한지은, 부끄럽지 않게 걸어온 10년 [인터뷰]
2019. 10.13(일) 07:00
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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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한지은은 차근차근 자신의 속도로 첫 주연의 자리까지 걸어왔다.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공을 들인 시간은 성장이 되어 돌아왔고, 성장은 그에게 또 다른 동력이 됐다. 때문에 한지은은 그간의 10년을 돌아보며 “최소한 부끄럽지 않게끔 떳떳하게 잘 걸어오지 않았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한지은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황한주는 ‘서른 살의 싱글맘이자 드라마 제작사 마케팅 PD’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사연이 많은 데다,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어른스러운 면을 지닌 복합적인 면이 있는 캐릭터였다. 이에 한지은은 “참여하게 되면서 너무 기뻤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는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지은은 복잡한 사연을 지닌 황한주에게 단순하게 접근했다. 그는 “‘이런 옷을 입어야지’, ‘어떻게 해야지’ 잡고 가진 않았다. 사람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같은 사람인데도 여러 가지 모습이 보이지 않나. 한주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며 기본적으로 한주의 순수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뿌리로 두되, 아이와 있을 때, 친구들과 있을 때, 그리고 일을 할 때 등 상황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 집중했다.

겪어보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조심스럽기 마련. 더욱이 ‘싱글맘’ 캐릭터는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이를 대할 때의 ‘마음’을 갖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한지은은 “배가 아파 아이를 낳고, 길러본 적이 없으니 엄마들이 갖는 특별한 모성애를 100% 가질 수는 없었다. 고민이 컸고, 대본만 보면서 한주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주변 지인들 통해서 인국(극 중 한주의 아들, 설우형)이랑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분들을 찾아뵙고 이러한 상황에서 워킹맘으로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등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감정이 많이 깊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한주는 초등학생인 아들 인국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황한주는 가시 돋친 아들의 말에 ‘그러는 넌 아빠도 없잖아’라고 받아치는 엄마였다. 한지은은 “그런 말들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인국이한테 시작부터 결핍이라는 걸 안겨주고 시작했다. 그 말들이 한주에게도 상처이지만 인국이가 그만큼 힘들고 내가 이 친구한테 힘듦을 어릴 때부터 주는 것 같다는 마음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상황마다 특별한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한주의 마음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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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엄마 황한주가 아닌, 사회초년생 황한주로서도 공감을 그려냈다. 한지은은 “저 또한 연기를 안 했던 시기가 있었다. 나름대로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고, 공감이 많이 됐다. 한주는 제가 어렸을 때의 상황보다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많이 안쓰러웠다”고 이야기했다. 또, 극 중 작품의 PPL을 담당했던 황한주를 겪으며 실제 PPL 담당자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는 그는 이를 두고 ‘극한직업’이라 표했다. 한지은은 “담당 실장님이 촬영장에 오시면 그 마음을 알겠더라. 홍삼 스틱도 손으로 가릴까 봐 상표가 보이게 들면서 일부러 잘 나오냐고 물어보고 그랬다. 괜히 ‘이렇게 하면 되죠?’ 한 번 더 물어보고 그랬다”며 웃어 보였다.

싱글맘 황한주가 일로 만난 사이 추재훈(공명)과 미묘한 러브라인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한지은은 “처음 재훈과 하윤(미람)의 관계를 몰랐을 때는 한주도 희망을 가졌을 것 같다. 한주도 사랑이라는 걸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고, 자격이 있음에도 많은 것을 떠안고 살아간다. 아이 엄마라는 이유로 책임감을 안고 지내는데, 재훈이가 많이 힘이 됐을 것 같다. 한주가 갖고 있는 결핍 때문에 재훈이를 남자로 느낀 순간들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 조심스러웠을 거다. 그 와중에 하윤이와 관계를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깊게 알면서부터는 동료로서의 감정이 컸을 것 같다”며 “충분히 티 안 내고 접을 수 있을 정도의 감정이고 깊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이해한 재훈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놨다.

결말에서는 재훈도, 전 남편 노승효(이학주)도 아닌 제삼자의 인물과 사랑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지은은 “한주와 재훈은 둘 다 배려도 많고 예쁜 인물이라 생각해 만나면 예쁘겠다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결말로 간 게 맞고 예쁜 결말이라고 느껴졌다”며 “한주가 클럽에서 만난 남자를 만나는 게 의아했는데 5회 때 친구들과 놀러 간 클럽에서 만난 분이었다. ‘애 엄마다’라고 했는데 다가온 그 남자였던 거다. 곱씹어보니 한주는 그만큼 선입견이 없는 친구였다. 장소에 대한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그 사람을 보고 만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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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회초년생으로. 또 그 인물이 새로운 사랑을 겪기까지의 과정까지. 다양한 역할로 극에 존재해야 했던 황한주 역, 그리고 ‘멜로가 체질’은 한지은에게 위로와 공감을 안겨준 작품이 됐다. 그는 “배우 한지은, 사람 한지은이 성숙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위로받고 싶거나 기쁨을 얻고 싶을 때, 일상에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다. 시청자분들께도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멜로가 체질’을 통해 첫 드라마 주연 신고식을 마친 그는 “색깔이 많은 배우”를 꿈꾼다. 한지은은 “각자만의 연기 스타일이 있고 방식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걸 찾는 것도 배우의 몫이다. 이번에 느낀 건, 극에서의 캐릭터를 내가 갖고 있는 옷처럼 입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에 내가 입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예전에 작은 역을 했을 때부터 지켜봐 주신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다’였다. 작품이 달라지면 매치를 못 시키는 것에 대해 한때는 ‘나를 몰라주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만큼 작품에서의 저를 잘 봐주시는구나 라는 마음이 든다. 이게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지은은 연기 방향을 ‘여러 색이 묻어 있는 배우’로 가져가면 좋겠다 싶었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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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한지은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져 주연을 맡은 배우가 아니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이 된 한지은은 “아쉬운 부분도,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제가 걸어온 방향에 있어서 부끄럽지는 않고 후회도 안 된다”며 “쌓아온 것들이 저한테 큰 힘이 됐다. 힘든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래도 제가 반 계단이라도 조금씩은 성장을 하고 있더라. 이 되새김들이 저에겐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고, 배우로서 더 진솔하게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줬다. 최소한 부끄럽지 않게끔 떳떳하게 잘 걸어오지 않았나 싶다”고 10년간의 배우 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꿈꾸는 그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자신의 방향에 맞게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그런 배우 한지은은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인간 한지은을 꿈꾼다. 충실하게 쌓인 오늘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해 있을 배우 한지은이 보여줄 또 다른 색이 기대되는 이유다.

“예전엔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었던지라 현재의 자신을 괴롭힐 때도 있었어요. 미래의 목표를 위해 더 열심히 산 건 있는데 현재를 즐기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때, 그때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이나 생각하고 있는 것들 온전히 바라봐 주지 못하고 있던 것 같아요. 이상과 현실의 갭이 생겼을 때,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그걸 견디는 게 힘들었어요. 지금은 그냥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의 나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되물어보고 나 자신과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제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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