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어중간한 나이 30대의 불안, 통과 중인 천우희 [인터뷰]
2019. 10.15(화) 17:53
버티고 천우희 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천우희는 ‘한공주’를 통해 충무로의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굵직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30대 여배우가 됐다. 그런 그가 30대만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제작 영화사 도로시)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다. 천우희는 극 중 30대 여성 직장인이자 계약직으로 인해 자리가 위태로운 서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천우희는 ‘버티고’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영화 속 마지막 대사가 마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고 했다. 그는 배우 일을 하면서도 나름 건강한 정신과 뚝심으로 연기를 해왔다고 자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각을 못했을 뿐 힘든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로 인해 작년 한 해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순간 천우희는 ‘버티고’의 시나리오를 받게 되고 마지막 대사가 마치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를 통해 천우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했다. 또한 힘든 시기도 있지만 결국 이것을 극복하는 것도 연기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버티고’를 하면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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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그간 작품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주로 해왔다. 하지만 이번 역할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연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주변 사람들에게 본격 성인 연기”라고 소개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나이가 드러나지 않거나 자신의 나이보다 어린 역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 역시도 자신을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버티고’를 통해 자신의 나이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더구나 입어본 적 없는 오피스룩을 입어본다는 점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이나 관객들이 이런 내 모습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반아들여지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천우희는 서영의 의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계약직이라는 현실적인 부분과 생활 여건에 맞추면서도 최대한 회사 안에서 잘 보이기 위한 의상과 색감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의상팀과 많은 의견을 주고 받으면 의상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천우희는 자연스러운 직장인의 모습을 위해서 일반인 친구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의 관계나 대화에 대해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심지어 사원증을 어떻게 찍고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대한 서영이라는 인물이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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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라는 인물은 직장 내에서 불안정한 위치, 비밀 연애, 복잡한 가족사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로 인해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서영을 연기한 천우희는 감정을 외부로 분출 시키기 보다는 내부에서 응축시켜야 했다. 천우희는 서영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 특성 상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그 인물 자체로 존재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진심으로 연기를 하다 보면 담아주는 건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천우희는 서영이라는 인물의 선택에 대해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서영이라면 성격상 바로 회사를 뛰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관계 안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천우희는 “목소리를 내라고 하고 싶지만 자기 일이 아닌 이상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천우희는 ‘멜로가 체질’과 ‘버티고’를 통해서 갓 서른을 넘긴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재미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30대가 가진 특성에 대해 “30대는 20대를 지나 뭔가 이루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 능숙 하기를 요구 받는 나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경력이 쌓이긴 했어도 여전히 일을 하는데 미숙하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어색한 것이 30대라고 했다.

많은 것을 요구 받기에 불안하고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30대다. 그렇기 때문에 천우희는 30대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제시하기 보다는 그 자체를 보여줌으로 관객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우희는 30살을 갓 넘을 시기에 기대라는 감흥에 취한 상태였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10부터 1까지 카운트를 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 해가 갈수록 하고 싶은 게 많지만 그렇지 못해서 불안해지고 조급해졌다고 했다. 이런 조급함이 오히려 독이 돼 열의가 많았던 시기가 지나자 의욕이 떨어져 버렸다고 했다.

천우희는 이러한 조급함을 내려 놓고 나서야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그는 “계획을 한다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며 “그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돌이켜 보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게 마음을 바꿔 먹은 뒤에야 천우희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이 30대이고 안 되도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30대라고 생각하게 됐다.

“20대가 청춘이고 30대가 어른이라고 해요. 하지만 40~50대는 30대를 어리다고 생각하고 20대는 늙었다고 생각해요. 어디에도 끼기 어려운 어중간한 나이가 30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어중간한 위치가 좋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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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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