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상, 배우 인생의 새 장(章)을 열며 [인터뷰]
2019. 10.20(일)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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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인생의 이사분기를 시작했다"는 한지상의 목소리에는 무대를 향한 열정이 묻어났다.

한지상은 지난 13일 막을 내린 뮤지컬 '벤허'(연출 왕용범)에서 주인공 유다 벤허 역을 맡아 열연했다.

'벤허'는 루 월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한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로마 제국 시대에 고난과 역경을 겪는 예루살렘의 귀족 벤허의 삶을 통해 신의 섭리를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사랑과 헌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극이다. 2017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 공연을 성료했다.

한지상은 "재연 '벤허'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준 시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2017년 초연에 비하자면 관객에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한층 친절해졌고, 그만큼 배우가 해석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고통을 받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들이 단계별로 더 친절하게 쌓이는 구조로 변했다. 특히 '살아야 해'라는 넘버가 추가되면서 감정선을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열쇠가 됐다"며 "극도의 좌절을 느끼고 더러운 땅에 구르며, 더러운 피를 마셔도 된다는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기까지의 감정선이 잘 설명돼 다음 서사로 넘어갈 수 있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다는 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에요. 인간은 신에게 묻고 해답을 구하고 싶고, 끊임없이 의지하고 싶은 원초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벤허'가 이 보편적인 지점을 통해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메시아에 대한 신의 해답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이기에,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다루는 여타 극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죠."

한지상은 "유다는 그간 맡아왔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더욱 불완전하게 시작하는 인물이다. 조금 더 처절하게, 힘들게 만들어 낸 '정의' 같은 느낌이고, 완전하게 완성되고 다면 극 초반과의 간극이 매우 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인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극이라며 '벤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욱 섬세한 표현을 위해 말 한마디, 글자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 메시지를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유다 벤허가 내레이터로서 극의 첫 지문을 읽다가 어느 순간 극 안으로 들어와서 문제의식을 가진 유대 귀족으로 변하는 모습에서 현대와의 공감대를 찾을 수 있어요. 연극은 결국 그 사회의 거울이니까, 수천 년 전 로마의 식민 지배를 받던 유대의 이야기가 유다를 거쳐 오늘날 우리의 역사와도 어느 정도 이어지는 거죠. 결국 인간의 역사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그 점이 '벤허'가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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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를 만난 한지상은 "내 배우 인생의 일사분기는 이미 끝났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른일곱 살이었고, 배우 생활을 한지는 15년이 됐다. 평생 배우를 한다는 가정 하에 시기를 나눠 보면 4분의 1 지점을 지난 것 같더라"며 "올해 초 '젠틀맨스 가이드'가 한 단락을 구분 지은 느낌이고, '킹 아더'가 봄을 열었고 그 이후 '벤허'를 만났다. 이사분기의 시작을 여는 묵직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12월 개막을 앞둔 '영웅본색'에서 송자걸 역을 맡아 또 한 번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그다.

한지상은 "이제 막 이사분기가 시작되지 않았나. 남은 날이 너무 많다"며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대한 의욕을 다졌다. 단편 영화에 출연하고, 무명의 신인으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당시에 정립한 자신만의 개념들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다는 그다. 시행착오를 통해 컨디션에 지장이 생길 만한 야식의 유혹을 참고, 술을 절제하고, 신체를 단련하고 관리하는 일들이 바로 그가 말하는 '개념'들이다.

"가끔은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지만, 커튼콜 때면 그 해답을 얻어요. 관객들을 봤을 때의 느낌, 그 순간에 객석과 나누는 소통의 짜릿함을 생각하면 그간의 고생을 합리화할 수 있죠. 이게 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생 이 운명에 순응하면서, 무대 위에서 관객 분들과 호흡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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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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