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2’, 빌런을 벗어나 히어로가 되다 [무비노트]
2019. 10.23(수) 09:26
말레피센트2
말레피센트2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영화 ‘말레피센트’ 시리즈는 모티브로 삼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달리 주인공을 ‘마녀’로 택한다. 공주에게 저주를 걸 수밖에 없었던 마녀의 속사정을 심화시켜 단순히 초대받지 못해 심술이나 부리는 사악한 마녀에서 누구나 납득할 만한 사연이 있는 마녀로 구현화시킨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에게 마녀로 불리기 이전의 그녀는 요정이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이란 종족보다 편견없는 시선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여 따를 줄 안다. 강인한 두 뿔과 날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요정들이 모여 사는 숲, 무어스를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사용될 뿐이다. 그러니까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는 호시탐탐 무어스를 침략하려는 인간들에겐 빌런일 지 모르겠으나 무어스의 세계에선 히어로다.

싸움도 인간이 일으킨 것으로, 말레피센트에게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 살아있는 어떤 존재를 공격하는 일은 비정상이다. 그렇게나 강력한 말레피센트가 쇠에 약하다는 설정 자체가 그녀가 악함이나 욕심, 싸움 등과 상관이 없는 존재임을 입증하는 것이고. 예상보다 더 잔악한 족속인 인간이 그녀의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두 날개를 빼앗아가지만 않았다면 그녀가 어두움에 휩싸일 일도, 갓 태어난 아기에게 찾아가 끔찍한 저주를 내릴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말레피센트의 본 모습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자신이 저주를 건 대상인 오로라(엘르 패닝)가 자라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돌본다. 본심이 따뜻한 그녀로서 어린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었던 것. 이 과정에서 사랑을 느끼고 이전의 분노와 복수심은 잊은 채 오로지 오로라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물론 오로라를 향한 진심 어린 사과도 잊지 않는다. 정작 말레피센트의 두 날개를 꺾은 인간은 사과는 커녕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즉, 말레피센트를 전설의 빌런, 동화 속 사악한 마녀로 만든 것은 철저히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말레피센트’ 시리즈의 독특한 관점으로, 이는 ‘말레피센트2’에서 한층 더 견고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여전히 인간들 사이에서 사악한 마녀로 통하는 말레피센트는 딸 오로라와 왕자 필립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간의 세계로 들어갔다 공격만 받는다. 때마침 그녀가 속한 요정 종족 다크페이의 리더 코넬(치웨텔 에지오포)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끝도 없는 욕심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멸종 위기를 눈 앞에 둔 다크페이에게 인간은 물리쳐야 할 빌런 중의 빌런이다. 그러니 말레피센트의 등장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어서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그간의 복수를 비롯하여 다크페이의 번영을 이끌어 내길 바랐을 테다. 만약 그러했다면 말레피센트는 다크페이에겐 히어로이나 인간에게 있어선 완벽한 빌런이 되었겠으나 오로라를 딸로 품어낸 말레피센트가 그런 욕망에 매일 리도, 매일 수도 없다.

결국 오로라를 향한 절대 끊어지지 않을 말레피센트의 사랑이 전편에 이어 전편보다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갈등을 해결하고 불필요하게 팽창되어 있던 욕심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화합을 달성한다. 그리고 자신을 마녀로, 빌런으로 묶고 있던 모든 속박을 끊어내고 온전한 수호 요정이자 두 세계의 히어로가 되어 다시 하늘 높이 비상하는 것이다. 중간중간 이야기의 상투적인 흐름 등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분하게 만들긴 하다만 영화 ‘말레피센트2’의 존재가치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말레피센트2’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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