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짐 없는 주조연들의 활약이 ‘동백꽃 필 무렵’을 활짝 피우다 [이슈&톡]
2019. 11.21(목)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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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여러 모로 좋은 평가를 받는 드라마가 으레 지니기 마련인 요소들이 있다. 좋은 소재와 구성, 이야기의 완성도, 안성맞춤인 연출력, 출연 배우(특히 주인공)의 특출 난 연기 등, 이 중 두개 이상만 들어 맞아도 성공적이라 할 만한데, 여기에 주조연 배우들이 힘까지 합세했다. 시청률 기근을 겪던 지상파에 과거의 명예를 되찾아준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의 이야기다.

뭐 이런 복 받은 드라마가 다 있는지, 주인공인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 주변에 놓인 크고 작은 배역들 중 어느 하나 빠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빠짐없이 듣는 감탄사가 있다. ’인생 캐릭터(어떤 배우에게 있어 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훌륭하게 연기한 캐릭터)’를 만났다는 것. 배우로서 영예로운 칭찬으로, 이후로 이들은 대중에게 배우다운 배우들로 인식될 테다.

‘향미'부터 시작해보자. ‘손담비’는 동백과 대칭 구도를 이루는 존재인 향미를 맡아, 기구한 인생살이를 탓 삼아 스스로의 삶을 가벼이 대해왔던 그녀의 서글픈 시간을 때론 무심한 표정으로 또 때론 한없이 순수한 미소로,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르고서야 드러나는 그녀의 속내와 같이 아프고 아픈 눈빛으로 완벽히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는다. 이제 누구도 그녀를 가수 출신 배우, 그러니까 반쪽자리 배우로 볼 수 없다.

동백과 용식, 각각의 엄마로 나온 곽덕순(고두심)과 정순(이정은)은 이미 입증된 배우들의 향연이라 더 말할 것도 없고, 노땅콩, 노규태존으로 사랑을 듬뿍 받은 ‘오정세'와 시어머니 앞에서도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던 현대판 평강공주 홍자영 역의 ‘염혜란'을 언급할 차례다. ‘노규태'는 야망만 컸지 철 좀 많이 없고 모자른 데다 다른 여자에게 눈까지 돌리려 했다. 그저 밉상으로 낙인찍힐 뻔한 이 인물은, 운 좋게 ‘오정세’를 만나며 얄미움과 귀여움 사이에 놓인, 어디에도 없는 마성의 남자로 재탄생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의 똑똑한 변호사 아내 ‘홍자영', 어쩌다 ‘노규태존’에 갇혀 마음 고생 깨나 했다만 이혼을 했으면 했지 절대 움츠러드는 법 없는 멋진 여성이다. ‘염혜란’은 겉모습에서부터 능력이 철철 넘치는 이 여자를, 표면적으로는 감정의 큰 요동 없는 표정과 여유 가득한 몸짓, 들을 때마다 명쾌한 그녀 특유의 촌철살인 어법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특정 순간마다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진솔한 모습 또한 놓치지 않고 담아내어, 노규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절로 ‘누나’라 외칠 만큼의 압도적인 매력녀로 완성했다.

변 소장(전배수)과 준기엄마(김선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용식이가 용감한 청소년일 때부터 지켜봐온 ‘변 소장’은 눈치는 좀 없어도 경력과 능력은 좀 있는, 용식이가 지닌 경찰로서의 가능성을 제일 먼저 알아봐 준 경찰이자 옹산 파출소 소장이다. ‘전배수'는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에 따뜻함을 담아내는 연기 권법으로, 그의 등장만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고 안정감이 돌게끔 만들었고, 이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옹산 어벤져스, 옹심이(옹산의 심장을 이고 가는 사람들)의 중심, ‘준기엄마’, 드라마사에서 준기엄마만큼 입체적인 인물이 또 있을까.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오롯이 준기엄마가 되어준 ‘김선영' 덕에 허구의 장소일 뿐인 옹산과 허구의 인물일 뿐인 옹산의 사람들이 현실성을 부여 받았다. 매순간 준기엄마로서 과하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연기력을 보여주며 드라마 한 귀퉁이를 넘치게 채워준 김선영의 모습은 절대 잊지 못할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 받은 복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아역배우마저 시청자들을 울린다는 것이다. ‘김강현'은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내는 하나뿐인 엄마 동백의 사랑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아직은 어리고 여린 아이인 ‘필구’를 맡아 어린 연기자 못지 않은 표현력으로 보는 이들의 눈물을 쏙 뺐다. 이쯤 되면 ‘아역’이고 ‘어린’이고 빼야 옳지 않을까.

주연 배우들은 물론이고 조연 배우들,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배우들까지 생각하면 ‘동백꽃 필 무렵’이 현재 얻고 있는 성과는 충분히 납득되고도 남는다. 하나같이 이리 한가득 채우고 있는데 ‘동백꽃 필 무렵’이 어찌 피어나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에게 드라마가 지닌 따뜻한 심장을 더불어 경험하고 겪게 해준 이들의 정성스런 연기력에 감사의 뜻을 담아, 필 무렵을 한 움큼 품어낸 연기의 힘으로 앞으로의 배우의 인생 또한 활짝 꽃 피워 내길 바라고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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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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