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브로커를 만났습니다”…기획자의 고백 [인터뷰]
2019. 11.27(수) 15:36
음원 사재기 인터뷰
음원 사재기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마치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듯, 커버곡을 부를 유튜버를 고르라고 제안했다. 얼핏 들으면 ‘마케팅’ 같지만 곱씹어 보면 분명 ‘음원 사재기’인 행위가 대놓고 이뤄지고 있다.”

최근, 소속 가수의 신곡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가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27일 가수 성시경이 KBS 해피FM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해 말했듯 “꺼져”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관계자는 “‘음원 차트 조작’이 최근 몇 년 새 굉장히 조직적인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털어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멜론 등 인기 음원 사이트 아이디를 대량 확보, 5000대에서 많게는 1만대가 넘는 컴퓨터를 활용해 음원을 재생하는 게 ‘사재기 방법’으로 통했지만, 요즘에는 ‘음원 순위 상승’을 뒷받침할 ‘증거’를 마련하는 작업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음원 순위를 올린 후, 이를 의심하는 대중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의심을 보내는 시선은 대개, 역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다. 이들은 이른바 ‘총공’ 시간을 정해두고, 동시에 스트리밍을 해 순위를 올리는 방법을 활용해 차트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돌 팬덤의 문제제기를 통해 올해 초에도 일부 가수들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다. 문체부 등에서 별다른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의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주로 기획자들과 만나고, 이런 행위를 제안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브로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음반 쪽 일을 한다면 누구나 알법한 사람이 이런 브로커로 활동하며 사재기를 위한 전산 작업을 하는 업체를 연결해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브로커들은 ‘증거 마련’을 위해 바이럴 마케팅을 먼저 제안한다. 인기 유튜버들의 커버 영상이나, 인기가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고 조회수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자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나 음악 콘텐츠의 경우,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역주행’을 하게 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계약에 따라, 돈을 주고받았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케팅 비용이라고 포장할 수 있지만, 돈을 받았다는 내용을 숨긴 채 나오는 콘텐츠는 이 콘텐츠를 이용한 누리꾼에 대한 ‘사기 행위’로도 볼 수 있다.

관계자는 “(브로커가 그 자리에서) 커버곡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가 정리돼 있는 자료를 보여주더라. 구독자별로 금액이 달랐다. 누구는 200만 원, 누구는 50만 원 선이다. 만약 500만 원을 커버곡에 쓰겠다고 하면 금액대별로 맞춰주고 몇 명은 ‘서비스’라며 더 얹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브로커와 계약을 할 경우 음원이 나오기 전부터 이 유튜버들에게 노래 연습을 시키고, 미리 찍어둔 영상을 음원 발매 직후부터 업로드하는 식이다.

관계자는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홍보 등의 작업도 이 브로커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있다”라며 “소속 가수가 녹음한 음원만 가져가면 마케팅에 관한 모든 것을 해주는 형태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사재기’를 통해 음원 순위를 올려두고 여기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맞춰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익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관계자는 “미리 돈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브로커가) 이 음원으로 생길 수익을 3대7로 나누자고 했다. 그쪽에서 7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7’을 주면 연예 기획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남는 것이 없지만, 인지도 등을 높일 요량으로 제안을 받아들이는 기획사 관계자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3대7을 이야기했지만, 26일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음원 사재기 브로커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라며 “브로커가 10 중 8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브로커들 자체가 일부 가요 기획자들과 친분이 두텁기 때문, 수익 분배는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관계자는 최근 이 브로커들의 활동이 점점 ‘선을 넘고 있는’ 상황도 우려했다. 라디오에서 성시경이 한 말처럼 ‘전주를 없애라’ ‘가사를 이렇게 고쳐라’ ‘후렴구는 이런식이 좋겠다’는 등 작품에 관여를 해 콘텐츠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사재기 의심’을 받는 곡들이 대부분 “비슷한 장르에 비슷한 가창 스타일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고, 뮤직비디오 등도 “어떤 노래에 가져다 대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일반화 된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등을 중심으로 K팝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을 때, 이와 같은 사재기 브로커가 활개를 쳐 ‘K팝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관계자는 “브로커나 사재기 업자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발굴해 키운 가수가 아니기 때문 쉽게 생각하고 쉽게 이런 부정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기획사 입장에서는 하면서도 반가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관계자는 “일부 기획자들이 마케팅이란 착각 속 사재기 행위를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수와 소속사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이 브로커들이 굉장히 많은 기획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래픽 등을 조작하는 업체와 브로커도 문제지만 음원 사재기 논란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멜론 등 음원 순위를 공개하는 사이트들의 자체적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점점 가요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터질 것이 터졌다”라며 “음원 시장이 바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의혹은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지난 24일 자신의 SNS 계정에 적은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에서 시작됐다.

박경이 실명을 언급한 가수들은 모두 신곡을 발매할 때마다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박경의 폭로는 누리꾼의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다.

박경에 이어 래퍼 마미손과 김간지, 성시경 등도 가세해 ‘음원 사재기’ 의혹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언급된 6팀 모두 박경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박경뿐만아니라 그동안 온라인에서 허위사실, 악의적 비방 등을 해온 누리꾼을 대상으로도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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