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거짓말’이 남긴 ‘찝찝함’에 대하여 [이슈&톡]
2019. 12.03(화) 15:15
모두의 거짓말 이유영 이민기
모두의 거짓말 이유영 이민기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OCN ‘모두의 거짓말’(연출 이윤정 극본 전영신, 원유정)의 종영 이후 나오는 질문은 이것이다. 꼭 그래야만 했었나. 아들을 잃은 아버지와 연인을 잃은 친구의 슬픔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가지고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하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모든 것을 목격하게 하는 비극을 안겼다.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선 악마적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을 끌고 갔던 핵심 에피소드, JQ그룹의 아들이자 신사업 대표 정상훈(이준혁)의 납치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땅을 오염시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절망에 이르게 한 아버지의 죄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벌인 자작극이었다. 손과 발이 잘리고 눈이 도려지는 고통에 이어 죽음까지 감수한 그의 희생이 아버지를 포함하여 관련된 모든 이들을 처벌 받게 했으니 가치가 있다면 있겠다.

하지만 통쾌하다기보다 허탈하고 무언가 잔여물이 남아 있는 듯 찝찝하다. 아무리 본인의 의지라고 해도, 그 목적이 선한 것이라 해도, 살아있는 사람의 사지를 자르고 도려내야 했던 수의사와 친구를 죽이고 사체를 훼손하기까지 해야 했던 이가 겪었을 죄책감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만큼 절박하고 막중한 사안이긴 했다.

JQ그룹의 힘은 정치판에도 미쳐 있어 폐기물 투척 사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해도 사건을 파헤치는 사람들마다 회유되거나 죽음을 면치 못하니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을 터. 그리하여 정상훈은 JQ그룹의 회장이 가장 아끼는 아들인 자신의 목숨을 미끼로 내걸어 엽기적인 범죄 행위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세상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의문을 떨쳐 낼 수가 없다. 아무리 획기적인 게 필요했어도 굳이 그렇게 자극적이고 비인간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했는지, 목적이 선하다고 해서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취한 잔혹한 방법가지 용인되어야 하는 건지. 인간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다룬다는 점에서 JQ그룹이 잘못을 덮으려 한 방식이나 정상훈이 취한 과정이나 비인간적이고 악마적이란 것에서 별 다른 차이가 없지 않나.

문득 드는 비극적인 깨달음은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러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란 정상적이고 인간적인 방법으로는 상대하기 힘들만큼 부패하고 썩어 문드러져 있어, 선과 정의가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동일한 악마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은연 중에 사실로 동의하고 있는 이 같은 맥락이 ‘모두의 거짓말’에도 반영되어 자신의 신체를 덫으로 삼아버린 정상훈이란 인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와 그 속에 거하는 우리의 민낯이 모두 들켜 버린 느낌, ’모두의 거짓말’이 남긴 ‘찝찝함’은 여기서 기인한다.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서 악마적 희생이 필요하다, 이는 왜곡된 사회의 영향을 받은 우리의 편협한 시각에 불과하고 그 속내에는 스스로가 악하고 독해질 수밖에 없음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 또한 높다. 그래서 드라마만큼은 인간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이 통하길 바랐고 보여주길 바랐다. ‘모두의 거짓말’에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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