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부터 강다니엘까지, '압박'과 '악플'에 지친 아이돌 [가요결산기획③]
2019. 12.07(토) 09:00
2019 연말결산
2019 연말결산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수많은 카메라가 터트리는 플래시, 무대 위 화려한 조명, 그 앞에서 늘 빛이 날 것만 같았던 아이돌 혹은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의 ‘어둠’이 드러나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육체적 피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으로 ‘마음의 병’이 쌓인데 무분별한 ‘악플’ 공격이 더해지며 이들을 세상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2019년 가요계를 정리하며 빼놓을 수 없는 감정이 있다면 ‘슬픔’이다. 수년 전부터 ‘문젯거리’로 거론돼 온 아이돌의 ‘정신 건강 상태’가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왔음이 드러났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젊은 청춘들까지 생겨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 설리 이어 구하라까지... 별이 지다

지난 11월 24일 그룹 카라 출신 가수이자 배우인 구하라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되고, 외부인의 출입이 확인되지 않는 등 타살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카라 활동 때부터 가요계와 방송계, 광고계를 오가며 국내외에서 사랑 받아온 구하라에게 최근 몇 년은 말 그대로 ‘힘든 시기’였다. 전 남자친구와의 법정 공방과 리벤지 포르노 피해, 성형 논란 등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해 우려를 샀던 그는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마음이 괴로워졌다”라며 “이제부터는 든든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심경을 전한 후 일본 등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절친’인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이자 가수 설리의 비보가 전해진지 42일 만에 전해진 소식이라 더욱 더 큰 충격을 줬다. 구하라에 앞서 설리도 지난 10월 1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부검까지 진행됐지만, 역시 타살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아역 배우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로 전향, 수년간 활동 후 배우로 전향한 설리는 말 그대로 ‘인싸’였다. 열애를 비롯한 자신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대중과 공유, 소통했다. 때로는 ‘파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과감했지만, 꾸밈없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입에 올리기 힘들 정도의 성희롱 악플과 루머도 따랐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 탈퇴 혹은 활동 중단 이면에는 ‘우울증&공황장애’

올해는 우울증과 정신건강 문제를 고백, 치유를 위해 활동을 중단하거나 연예계를 떠나는 스타들도 유독 많았다. 그룹 트와이스의 미나 세븐틴의 에스쿱스,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과 그룹 더보이즈의 활 등이 이와 같은 케이스다.

특히 강다니엘은 지난 3일 팬카페에 직접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팬들의 우려를 샀다. 소속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면역력 저하에 따른 잦은 건강 악화에 심리적 불안 증세로 병원을 방문, ‘우울증 및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강다니엘은 현재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활동 중단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증상을 팬들에 공유, 극복해 나가고 있는 사례도 있다. 그룹 소녀시대의 태연과 포미닛 출신 가수 현아 등 중견급 아이돌들이 용기를 냈다.

태연은 지난 6월 자신의 SNS에서 팬들과 소통하던 중 이와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약물치료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현아는 지난 11월 SNS에 쓴 장문의 글을 통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라며 “씩씩하게 나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용기에 응원이 이어졌다.

그룹 빅스의 레오는 군 복무를 앞두고 정신 건강 무제를 털어놨다. 지난 2일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시작한 레오는 입대 소식과 함께 “지난 2013년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아 왔고, 지금까지 약물치료 등을 해오고 있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 원인으로 지목된 ‘압박’과 ‘악플’

이들에게 생긴 ‘마음의 병’의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한국 아이돌 시장의 특수한 성격과 악성 댓글과 루머 등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데뷔에 성공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늘 안고 산다”라며 “완벽한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된 연예계에서, 꼭대기를 사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강박을 갖게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악의적 비방글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단순히 포털 사이트 기사란에 등장하는 댓글들을 넘어 SNS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전해지는 글들은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또 “최근 거의 모든 연예 기획사들이 이런 악성 댓글들에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지만,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처벌 수위는 세지 않아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팝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 언론은 한국의 아이돌 육성을 이와 같은 ‘사고’의 원인으로 봤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스타로 유명해지기까지의 시간뿐 아니라 유명해진 후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 악성 댓글 등 신뢰할 수 없는 평가에 노출된 아이돌 산업의 민낯을 조명하며 “빛나는 스타가 관대하지 못한 K팝 산업 한가운데 죽다”라고 비판했다.

설리의 사망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룬 미국 매체 CNN은 “지난 10년을 봤을 때 한국에서 아이돌 상품은 가장 큰 수출품 중 하나”라고 짚은 후 “연습생들은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노래, 춤, 연기를 수년 동안 훈련한다. 이 과정에서 강한 압박을 받고, 이는 곧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 소속사의 방관? 지속적 노력 필요해

‘육성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만든 가요 기획사들의 방관이 아이돌들의 정신건강 악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원조 아이돌’로 통하는 그룹 신화의 김동완은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난다”라며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향정신성의약품이 얼마나 ‘간편하고 빠른 일’인지,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갖고 있는지,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가 말해 주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라며 “대형 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물론 가요 기획사들이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심리 상담 시간을 갖고 있다. 치료의 의미가 아닌 상담 개념”이라며 “병원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으로 심리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시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 심리상담사를 회사에 두는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악플’, 처벌 수위 높여야

악성 댓글에 대한 연예 기획사의 노력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기획사 관계자의 말처럼 법적 대응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악플러들에게 경고하는 회사들이 늘었다.

일부에서는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금 더 강력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벌금형 등의 처벌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포털 사이트 역시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음은 설리의 비보가 전해진 후 연예 뉴스의 댓글란을 폐지하며 책임을 통감했다. 네이버 역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물론 “댓글란을 폐지하는 것은 모든 누리꾼을 잠재적 악플러로 보는 행위”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온라인 언론의 큰 강점 중 하나인 ‘소통’ 기능을 포털의 힘으로 누른 행위라는 지적이다.

미디어 학계 관계자는 “댓글의 ‘비방’이 아닌 ‘심판’의 기능을 간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YG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연예인과 연예 기획사의 기사 등에 “단순 비방만 등장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인으로서의 연예 종사자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도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댓글을 통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는 장이 마련되기도 한다”며 긍정적 기능들을 짚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지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구하라 | 설리 | 아이돌 정신건강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