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코-녹두전' 강태오, 성실함의 미학 [인터뷰]
2019. 12.08(일) 11:00
조선로코 녹두전 강태오
조선로코 녹두전 강태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소소하게, 그러나 성실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단숨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대박'은 없어도 괜찮다. 이렇듯 배우 강태오는 이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 나갈 성실함이라는 무기를 지닌 배우였다.

강태오가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극본 임예진·연출 김동휘)로 데뷔 7년 만에 배우 인생 전환점을 맞이했다. '조선로코-녹두전'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반전 있는 처자 동동주(김소현)의 발칙하고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다. 강태오는 극 반전의 키를 지닌 인물 차율무를 맡아 연기했다.

강태오에게 차율무는 여러모로 '새로운' 캐릭터였다. 그동안 주로 연기해왔던 일일드라마의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 인물이었다. 다정다감한 성격에 동주를 향한 순애보를 지녔지만, 훗날 광해군(정준호)을 끌어내리고 왕좌에 오르는 능양군 인조라는 반전을 지닌 인물이다.

양면적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강태오는 부단히 노력했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라 참고할 자료는 없었지만, 차율무가 지닌 설정들은 배우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좋았다는 강태오다. 차율무만의 시그니처 제스처와 표정을 만들어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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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극 초반의 차율무와 6회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반전의 간극을 좁히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다고. 강태오는 "거의 1인 2 역이라고 할 정도로 율무가 너무 변하면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강태오의 걱정이 기우였을 정도로, 차율무의 '흑화'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상한 차율무가 사실은 왕좌에 대한 욕망을 지닌 빌런이었다는 반전은 큰 충격을 자아냈다. 특히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고 얼굴에 피를 묻힌 채 활짝 웃는 차율무의 모습은 강태오의 연기력과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극단을 오가는 차율무의 흑화는 강태오의 진면모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차율무의 반전이 공개되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강태오를 비롯해 차율무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오를 정도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차율무가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이었음이 밝혀지자,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치욕적인 역사의 주인공이 차율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도 많았다. 강태오는 이에 대한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인조이기 전에 우리 드라마가 픽션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고 저는 율무가 가지고 있는 서사로부터 출발해서 크게 인조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했었다. 조화롭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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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밝혀진 뒤 차율무는 '조선로코-녹두전'의 2막을 끌고 가는 주요 서사 중 하나였다. 광해군 앞에서는 정치를 모르는 순한 양처럼 굴면서 신하들을 모함하고, 동주와 녹두를 시련으로 몰아넣는 '빌런 중에 빌런'으로 활약하며 극을 다채롭게 꾸몄다. 강태오는 차율무의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하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반정을 꾀하기 위해 몰래 모임을 갖지만, 광해 앞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식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차율무라는 캐릭터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고 했다. 허윤(김태우)과 조저에서 대치하는 장면에서 차율무가 벌벌 떨며 광해에게 읍소하는 모습은 강태오가 생각해낸 설정이었다. 이에 강태오는 "계산적인 율무라는 인물을 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게 만든 설정"이라고 말했다.

차율무가 왕위를 꿈꾸는 이유는 동주에 대한 순정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왕위에 오르면 동주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비뚤어진 사랑 방식이었다. 그러나 동주는 차율무에게 단 한 번도 틈을 내주지 않고 오로지 녹두만을 바라봤다. 이에 차율무를 두고 '짠내 나는 서브남'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길 정도였다. 강태오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강태오는 "삼각관계에 있어서 제 바람은 동주가 녹두와 율무 사이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갈등이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동주가 율무를 처다도 안 보니까 너무 서운하더라"면서 "이러니까 율무가 변하지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 자리에 오르면 외로울 것이다"라는 광해군의 경고에도 차율무는 반정 끝에 왕위에 올랐다. 기세 좋게 왕좌까지 걸어갔지만, 앉는 순간 어딘가 처연해 보였던 차율무의 표정이 여운을 더하기도 했다. 강태오는 해당 장면을 "율무가 왕좌에 딱 앉는 순간 꿈을 이뤘지만, 그와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단호(황인엽)도 잃지 않았나. 그 순간 외롭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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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로코-녹두전'으로 '재발견'이라는 호평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깊은 내공과 다채로운 연기력을 인정받은 강태오. 그도 시청자들의 호평에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는데 제 눈으로 확인을 하니까 너무 뿌듯했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강태오는 "워낙 대본과 역할 자체가 좋았다.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겸손이었다.

"2019년은 '조선로코-녹두전'으로 한 해를 보냈어요.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 모두 좋은 분들이라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율무라는 인물과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후련하고 시원함 보다 아쉬움이 커요. 그만큼 애정이 컸죠."

'조선로코-녹두전'을 끝낸 강태오의 다음 목표는 의외로 소박했다. 늘 '지금'과 같았으면 한다고. 내년에도 올해 '조선로코-녹두전'을 만나 행복했던 것처럼만 지냈으면 한다고 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지치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가고 싶을 뿐이다. 성실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강태오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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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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