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란 이런 것, ‘먹방’으로 탐욕을 표현한 배우 ‘김갑수'
2019. 12.16(월) 11:31
보좌관2 김갑수
보좌관2 김갑수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탐욕이 인격화된다면 더도 덜도 말고 딱, ‘보좌관2-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2’)의 송희섭이겠다. 국회의원이면서 법무부장관이었던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있지만, 타고났는지 길러진 건지 남들보다 재빠른 상황 판단 능력으로 자신의 잇속을 차리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것 같으면 그게 누구든 가차없이 제거해 버리곤 했으니까.

막을 내린 ‘보좌관2’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의 원동력이기도 했던 송희섭 역은 배우 김갑수가 맡아 열연을 펼쳤는데 천박한 탐욕의 화신으로서의 어느 정치인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냈다. 특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건 바로 그의 먹는 장면, 일명 ‘먹방’으로, 상황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특유의 게걸스러움으로 이기적인 욕망 그 자체로서의 송희섭을 수려하게 구현해냈다.

아무리 눈 치켜 뜨고 싸운 사이라 해도 같은 곳에서 일한 동료 정치인의 장례식장인데 애도는커녕 육개장 한 사발 제대로 말아 먹으며, 자신을 궁지에 몰아 넣으려 한 정치인을 협박하는 용도로 전어를 씹어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씹어 먹히고 싶지 않으면 삭힌 전어처럼 지내라’는 대사까지 얹어 버리니 특히나 밥상머리 앞에선 상종하고 싶지 않은 위선마저 제거된 악인의 민낯이다.

송희섭에게 식사는, 단순히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배가 고프고 부르고는 상관 없다. 그저 자신 안에서 솟아나는 욕심이 더 중요하며, 오로지 욕구를 넘어선 욕망으로 눈 앞에 놓인 음식들을 밑바닥 뚫린 위를 가진 거대한 괴수처럼 게걸스럽게 먹어댈 뿐이다. 실제적 배고픔이야 아득바득 고시를 통과하고 검사가 된 이후, 더욱 정확히는 재력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라진지 오래일 테니, 이제 그에게 배고픔이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또 다른 표현법이다.

대단한 맥락은 이러한 의미를 완벽히 파악하여 표현해낸 김갑수의 내공 깊은 연기력이다. 단순히 못된 말과 악한 표정만 짓는 게 아니라 비릿한 눈빛에 순진무구한 미소를 장착하고 음식을 먹을 때는 혀부터 날름거린다. 순진무구한 미소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만 이는 어린아이가 보이는 악의 모습과 유사한 것으로 희섭이 지닌 악의 순전함을 더욱 강조하는 장치다.

차이가 있다면 어린아이의 악은 사회화되기 이전의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본성인 반면 희섭의 것은 배울 거 다 배운 다 큰 어른이, 악한 본성을 제어하기 위해 사회에서 학습한 모든 도덕적 성품과 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거한 결과라는 점이다. 즉, 희섭의 악은 본연의 모습을 넘어 한층 더 발달된 것으로 그의 입가에 어린 미소 하나가,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먹어치우는 모습이 우리에게 진득한 욕망이 내뿜는 잔혹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갑수가 만들어낸 희섭의 존재는 끝까지 진실된 악인이었다. 드디어 궁지에 몰려 절망할 차례가 왔는데도, 칼이 무디면 제 살을 깎는 법이라며 좌절하기보다 자신의 무기가 날카롭지 못했음을 한탄했고 살아온 생의 방식에 대해서는 한 치의 죄책감도 후회도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의 몰락은 더욱 의미 있었고, ‘보좌관2’는 진정성을 끝까지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김갑수가 허구의 인물 송희섭으로 하여금 현실성을 잔뜩 머금게 한 결과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김갑수 | 보좌관2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