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하정우, '재난 전문 배우' 이면의 비애 [인터뷰]
2019. 12.22(일) 12:00
백두산 하정우
백두산 하정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하정우가 또 '재난 영화' 속 인물로 분했다. 이제는 지겨울 법 하지만, 재난 속에 놓인 하정우는 자꾸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재난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낯간지러워하지만, 하정우와 재난 영화의 조합은 우리를 극장으로 인도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러나 하정우에게는 '재난 전문 배우' 이면에 숨겨진 비애가 있었다.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제작 덱스터스튜디오)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하정우는 극 중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해 투입된 조인창 대위를 연기했다.

'백두산'은 극 초반 백두산 폭발로 인해 강남역이 붕괴되는 장면은 수준 높은 CG 기술로 완벽히 구현해 가히 압도적이다. 해당 장면은 12회 차에 걸쳐 찍을 정도로 제작진과 배우 모두 공을 들인 장면이다. 하정우는 "실제로 강남역 사거리에 나가서 촬영한 건 하루다. 그 도로는 오픈세트에서 아스팔트를 깔아놓고 진행을 했다. 골목길 같은 경우는 무술팀에서 직접 운전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또한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총기 액션,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다.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 액션신을 소화해왔던 하정우지만, 액션신은 촬영할 때마다 긴장이 된다고. 하정우는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니까 더 긴장하고 준비하고 리허설한다"면서 "총기 액션도 탄두만 없지 실제 총이다. 공포탄이어도 3m까지는 화약이 날아가기 때문에 정말 정말 조심해서 한다 제일 긴장되는 순간들이다"라고 했다.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이라는 재난 상황에 놓인 한반도를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CG 작업을 거쳤다. CG 작업에 대한 걱정을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한다는 하정우다. 그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봤다. 장점이 더 큰 영화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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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창 대위는 전역을 하루 앞두고, 또 만삭의 부인을 두고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해 북한으로 향한다. 폭탄 해체를 위해 투입됐지만, 얼떨결에 지휘관이 된 조인창 대위는 점차 목숨을 건 작전을 수행하면서 점차 성장하는 인물이다. 하정우는 이런 조인창 대위의 캐릭터 설정을 영화 '더 락' 속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에서 차용했다.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영화에서 본 것만큼 캐릭터가 확장돼 있지는 않았다. '더 락'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수송기 안에서 다리를 떠는 장면이 있다. 그 작품을 보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인창이 당황하는 모습들을 확장시켜서 감독들에게 제안했다"면서 "리준평(이병헌)이라는 캐릭터와도 확실히 대비도 되고. 이 인물이 그 상황에 적응을 하고 성장해 나간다면 캐릭터가 더 재밌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 들었다. 리준평과 처음 마주한 조인창은 대위라는 직급에 맞지 않게 리준평의 기세에 주눅 들어 하거나 당황하는 모습들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러한 캐릭터성은 이후 리준평과의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 조인창의 모습을 극대화시키면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이에 하정우는 "이 인물이 실제로 전투병이 아닌 기술병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나갈까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백두산'은 조인창과 리준평의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이에 하정우는 "상반된 두 캐릭터가 영화를 끌어가는 게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나 생각들을 영화 보는 내내 던져주면 감상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했다.

조인창과 리준평이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켜켜이 쌓아온 감정들이 마지막 선택 당위성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하정우와 이병헌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정우와 이병헌은 두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러한 감정 서사를 탄탄히 쌓아 올리며 대단한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처음 맞춰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에 하정우는 "처음 '백두산' 프로젝트를 접했을 때, 리준평 역은 병헌이 형이 하면 안성맞춤이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병헌이 애드리브와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오가는 완급조절로 리준평이라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꾸며준 탓에 하정우도 조인창을 더욱 다채롭게 꾸밀 수 있었다. 특히 리준평이 풀밭에서 용변을 보는 장면에서는 이병헌의 애드리브에 맞춰 대사를 고쳤다고. 하정우와 이병헌의 이러한 연기 시너지 덕분에 '백두산'은 재난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피로도가 쌓일 때쯤 한 번씩 터지는 유머들을 배치해 완급조절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정우는 조인창과 리준평의 '버디무비'에 초점을 맞춰 "일단 CG도 CG도 스케일적인 것도 볼거리가 많지만 두 인물이 여정을 함께하는 버디무비에서 나올법한 티키타카가 소소하게 재미를 주고, 그걸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두 인물이 함께하는 여정을 따라간다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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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19일 개봉 첫날부터 45만 명의 관객을 동원, 극장 성수기인 연말 대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천만 관객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하정우는 "예상할 수가 없다. 잘되길 바랄 뿐이다. 단점보다 장점을 봐주시기를 기도할 뿐이다"라고 했다.

'백두산'이라는 또 한 번의 재난영화에서 또다시 깊은 내공의 연기력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하정우. 재난 영화 속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익숙할 정도로 '재난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정작 하정우는 이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실제로 재난영화보다 아닌 영화에 더 많이 출연했다는 하정우는 "좀 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한다. 텐트폴에 들어가는 영화 말고 좀 미니멀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많다. 산업이 커지다 보니까 양극화되는 것 같다. 텐트폴 영화는 더 거대해지고 작은 영화는 더 작아지면서 선택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갈증은 하정우가 영화 제작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배우로서 해야 할 몫이 있기 때문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재난 영화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하정우는 "요즘 재난영화 류의 영화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 같은 영화 만나기 쉽지 않다"면서 "평범하고 일반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지 오래됐다. 마음 한 구석에는 늘 로맨틱 코미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난 상황에 놓인 하정우도 매력적이지만, 로맨틱 코미디에서 타고난 센스와 매력을 마음껏 펼치는 하정우도 이제는 보고 싶은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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