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수상 소감이 시사하는 것 [이슈&톡]
2020. 01.10(금) 10:19
봉준호
봉준호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 ‘기생충’의 수상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건 봉준호의 수상 소감,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이겠다.

지난해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상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받은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봉준호와 ‘기생충’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2020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자막 있는 영화, 그러니까 외국어영화에 박하다는 북미 지역에서 흥행에 성공함은 물론이고 오스카상으로 가는 길목이라 여겨 봄직한 골든글로브까지 수상했으니 그야말로 세계 영화의 판을 뒤흔드는 중이다.

“1인치 정도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봉준호의 짧고 굵은 수상 소감이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영화의 세계에서도 강대국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영어를 쓰는 나라의 것, 블록버스터들의 주된 탄생지인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미국 영화라 할 테다. 때마다 가장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는 작품을 떠올려보면 대번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실로, 외국인 우리나라가 이러할진대 본토인 미국은 어떠하랴.

굳이 자막을 보고 읽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아 하는 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외부의 소리를 향한 호기심이나 변화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마음은 빈틈을 만들거나 퇴보를 가져올 따름이다. 그들이 모국어로 된 영화를 보는 것에만 치중할 때 그 밖의 나라들은 밀고 들어오는 타국의 것들을 보아야 했는데, 그 덕에 자신과 다르고, 또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을 접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 두명이 아닌 다수의 대중에게 영화를 보는 눈이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걸출한 감독과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할까. 다양한 세계와 시대를 아우르는 좋은 작품은 어느 날 불쑥 고개를 내민 한 두명의 천재에 의해 무작정 나오지 않는다. 해당 시대의 사람들 혹은 그 이전의 사람들부터 뿌려온 거름을 기반으로 딱딱한 한계를 뚫고 나와 무럭무럭 성장한 어느 천재의 손에 맺히는 게 바로 ‘기생충'과 같은 걸작품이니까.

즉, ‘기생충’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초청되어 나가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권에서 자란 이들의 마음을 공감시킨 유수의 작품들은 실은, 상황으로 인해 우리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매번 뛰어넘은 1인치 정도의 장벽이 선사한 선물인 게다. ‘나’가 보고 듣고 겪는 것만이 전부라는 확신이 깨지면서 가능하게 된, 세계 속 다양한 ‘나’와의 소통이 낳은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틀은 언제 어느 때고 있으며 틀은 깨본 사람이 결국 깬다. 그리고 깨본 사람들은 안다. 자신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오해하지 말 것은 어떤 특정 지역만을 두고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란 점이다. 상황이 그러했을 뿐 우리 또한 언제든 동일한 입장에 놓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어느 면에서는 이미 놓여 있다. 그래서 우리 존재가 ‘공통적'으로, 틀을 깨고 장벽을 뛰어넘는 작업을 성가시게 여기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란 진실을 매순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봉준호의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쓴다”는 말이 단순한 수상 소감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내부에 스며 드는 이유이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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