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아’의 폭로 아닌 폭로와 ‘우리’의 반응 [이슈&톡]
2020. 01.10(금) 10:31
고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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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어떤 폭로가 단순한 흥밋거리인지 정당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그가 이끌고 오는 파동을 보면 된다. 작은 공동체이든 큰 공동체이든 얽혀 있던 문제가 풀릴 실마리를 얻는다거나 잘못된 관습이나 관행이 바로잡힌다거나 작고 큰 권력 구도가 일으키는 은근한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인다거나 등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파동을 내고 있다면 해당 폭로는 존재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일인 방송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선 화제가 될 일이 많고 많다. 사람들의 구미만 당길 수 있다면 지나간 옛 추억이나 사랑도, 흔히 먹던 밥 한 끼도 다수가 공유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이자 사건이 된다. 하지만 방송이 그렇듯, 이는 편집한 사람의 시각이 철저히 스며 든 상태의 것으로 진위여부가 확실치 않으나, 보고 공유하는 사람들은 단편적인 진실의 모습에 혹하여 호기심 어린 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배우 고은아가 동생 미르의 유투브 채널 ‘미르방(MIRBANG”)을 통해 밝힌 촬영장 비화, 즉, 타배우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일이나 기껏 준비한 시상식 드레스를 빼앗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우선 그녀에게 가혹하게 군 누군가를, 아마도 유명했고 지금도 유명할 여배우의 신상을 지속적으로 추측하게 만드는 까닭이고, 인간의 고약한 호기심으로 볼 때 각자 상상하는 인물이, 그녀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이의 얼굴과 일치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겠다.

게다가 한번쯤,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유사한 일을 겪어보았다면 감정적 동의는 더욱 거세진다. 당시 억울하고 분했던 심정이 곱씹어지며 고은아의 고충이 한번에 이해가 되는 경지에 이른다 할까. 그리고 어떤 정의감 같은 것이 불쑥 올라오는데, 그리하여 호기심과 함께 소환된 옛 기억은 맹렬한 복수심으로 희열을 찾아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하고 엄청난 화제성을 일으키며 수많은 후보자들, 애먼 피해자들을 양산한다.

여기서 우리가 되짚어보아야 할 바는 고은아가 자신이 겪은 연예계의 실상을 알린 것은 어떤 부조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함도 아니고 압도적인 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림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도 아니라는 거다. 연예계의 분위기를 바꾸어 본다거나 이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함도 아니고, 그저 그녀 개인의 시선이나 감정에 의한 판단으로 과거의 ‘썰’을 풀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한 흥밋거리가 애꿎게 문제적 상황으로 변한 것으로서, 폭로의 가장 험악한 예다. 이러한 폭로는 빈 수레가 요란한 격으로 논란만 한바탕 크게 일으킨 후 해당 영상의 조회수만 높인 채, 그 과정에서 몇몇 상처받은 이를 남긴 채 시간과 함께 모습을 감춘다.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얽혀 있을 수도 있는데, 화제성 속에 묻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혹자는 고은아의 폭로가 연예계 내의 불합리한 권력구도를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개인사이고 개인의 인간관계에 관한 것일 뿐 그 어디에도 공론화가 될 만한 거리는 없다. 결국 그녀의 이름이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폭로’라는 것에 있어 진위여부나 사안의 정도는 개의치 않고 자극적인 화제를 취하는 데 급급한 우리가 만들어낸 웃픈 상황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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