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않아' 안재홍의 힘 [인터뷰]
2020. 01.13(월) 17:21
해치지않아 안재홍
해치지않아 안재홍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배우 안재홍의 연기가 그렇다. 안재홍이 지닌 힘은 캐릭터에 깊이 공감하게 하고, 끝내 응원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15일 개봉되는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제작 어바웃필름)에서도 안재홍의 힘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해치지않아'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 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팔려간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작품이다. 안재홍은 극 중 대형 로펌의 수습 변호사로 일하던 중 동물 없는 동물원의 새 원장 자리까지 떠맡게 된 태수 역을 맡아 연기했다.

사람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을 연기한다니. 이 소재가 스크린으로 구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그러나 영화는 어느 순간 관객을 동산 파크 직원들의 절박한 마음에 이입하게 만든다. 여기엔 안재홍의 힘이 크다.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수습 변호사에서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간절함이 태수가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에 진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는 안재홍이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거대 로펌에 정직원으로 일하는 친구의 호의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자존심 때문에 동문회에도 나가지 않는 태수의 예민함과 열등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안재홍은 "그런 마음이 크면 클수록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하자고 하는 태수 말이 설득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수 캐릭터의 감정선을 잘 쌓아놓는 것이 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는 안재홍이다. 그는 "감독님이 태수라는 인물은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인물로서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영화가 재밌기 위해서 더 힘을 준다거나 포인트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이 인물이 가진 절박하고 절실한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태수의 절박함과 동산 파크를 되살리고 싶은 직원들의 마음이 합쳐져 황당무계하기만 했던 프로젝트는 점차 현실화된다. 이는 영화의 제작 과정과 맞닿아 있었다. 안재홍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신선하고 세련된 소재라고 생각했다. 소재를 뒷받침해줄 동물 탈의 퀄리티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레 뒤따랐다. 그러나 처음 고릴라 탈이 촬영장에 왔을 때 "이거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안재홍이다.

높은 퀄리티의 동물 탈을 쓰고 하는 연기는 안재홍에게 뜻밖의 재미를 안겨다 줬다. 안재홍은 "탈만 쓰면 너무 신났다. 잠깐 연기해도 재밌는 게 나왔다"면서 "북극곰 자체가 사랑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조금만 해도 재밌고 신났다"고 했다. 또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겨울에 야외 촬영을 하는데도 탈을 쓰면 따뜻해서 좋았다"고 했다.

다만 캐릭터의 감정을 위해 재밌고 신난 감정을 눌러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일례로 태수가 북극곰 탈을 쓰고 목이 말라 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SNS를 타고 입소문을 타면서 동산 파크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는다. 태수는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북극곰 탈을 쓰고 계속해서 콜라를 마셔야 했다. 이에 안재홍은 "태수가 콜라를 처음 먹을 때는 원해서 먹은 건 아니지 않나. 갈증이 나서 먹은 게 발각이 돼서 계속 먹어야 하는 태수는 즐거울까 싶었다"면서 "저라는 사람이 재밌어서 북극곰을 재밌게 하면 안 맞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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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파크에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규직의 꿈을 이룬 순간 태수에게 시련 아닌 시련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자신이 한 일이 동산 파크 부지를 비싸게 팔기 위한 윗사람의 계략이었다는 걸 안 태수는 찜찜한 마음을 안고 로펌에 정직원으로 돌아온다. 이후에도 태수는 동산 파크의 존폐 위기를 지켜보며 죄책감을 갖게 되고 영화의 엔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한다.

안재홍은 "태수가 동산 파크에 가서 모험을 하는 것처럼, 로펌보다 더 즐거워 보이고 신나 보였으면 했다. 다시 로펌에 돌아왔을 때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더 느끼게 되는 지점을 찾고 싶었다"면서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으면 했다. 조금은 궁금해졌으면 했다"고 했다.

'해치지않아'는 코미디 영화로서 소소하게 터지는 재미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꽉 채워져 있다. 여기에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지면서 아려한 여운을 남긴다. 안재홍은 이에 대해 "태수라는 인물이 얼떨결에 동물원에 와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님께서 서브플롯으로 그 이야기를 숨겨놓으신 것 같다"면서 "그 주제를 강력하게 주장한다기보다는 '우리도 생각해볼까요'라는 뉘앙스로 메시지를 숨겨놓은 게 저는 좋았다. 재밌게 보고 집에 가서 감도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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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두고 흥행에 대한 부담보다는 그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단다. 안재홍은 "어떤 세대만이 좋아하는 유머보다는 다채로운 유머들이 담겨 있다. 누구와 봐도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불가능한 소재를 가능케 만든 안재홍의 힘으로 가득한 '해치지않아'다. '해치지않아' 이후 개봉되는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안재홍을 만날 수 있다. 어느 작품이든 자신이 지닌 힘으로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들고, 끝내 영화의 방점을 찍어내는 안재홍의 다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코믹한 역할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코믹한 역할로 저라는 사람을 알렸기 때문에 그런 캐릭터들을 많이 접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다양한 결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에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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