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다 큰 어른에게도 혼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스타공감]
2020. 02.04(화)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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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백종원’, 다 큰 어른에게도 혼을 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다 큰 어른을 혼내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회사에서 이루어졌을 때는 꼰대 혹은, 희귀한 경우이긴 하다만 하극상이라 불리기 십상이고, 속엣말이 필터 없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가정에선 더더욱 하지 못할 일이다. 친구 사이엔 가능할까.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나 그녀의 삶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되어 잘못했다가는,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손절 당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굳이 논란이 될 만한, 즉, 팍팍하거나 고집이 센 출연자를 등장시키는 이유가 백종원과 갈등을 빚게 만들어 화제로 삼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방송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산업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아예 없는 소리는 아닐 테지만 백종원이 한 회 걸러 화를 내는 장면을 보다 보면, 앞서 언급한 대목이 부차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 주된 의도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현재 방영 중인 홍제동 문화촌 편에는, ‘골목식당’에서 역대급이라 할 만큼 무기력한 모습을 지닌 감자탕집 주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자관계로, 손님이 없을 때(대부분 없다) 엄마는 방에서 텔레비전으로 드라마를, 아들은 카운터에서 태블릿PC로 축구를 시청한다. 여기까진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그렇다 친다. 문제는 가게를 이어 받겠다는 아들이 장사를 준비하는 엄마 옆에서, 장사의 메인 요리인 감자탕 앞에서 취하는 방관자적인 태도다.

일하는 엄마를 무심히 쳐다보고 말거나, 앞치마를 갖추지 않음은 물론 겉옷도 벗지 않은 채 한쪽 손으로만 요리에 임한다. 백종원이 건넨, 매일 새벽시장에 나가 신선한 재료를 구비해 바쿠테(갈비탕과 비슷한 동남아 음식)를 끓여보라는 숙제에도, 굳이 시장까지 갈 필요 없이 냉동된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본인의 방식을 고수한다. 아들이 그간 잘 풀리지 않는 장사에서 비롯된 권태와 게으름에서 벗어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길 바라는 목적으로 주어진 숙제였는데 전혀 짚어내지 못한 것이다.

담판을 지어야 할 필요를 느낀 백종원은 아들을 앉혀놓고 호되고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요점은 이러하다. 억지로 하고 있는 거라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다른 일 알아보라고.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하는 게, 열정이 없으면 못 버티는 게 외식업이라고. 대신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에 걸맞은 열정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 일이 내 체질에 맞고 해 볼 수 있는 거라면 바꿔야 할 것 아니에요. 나는 가만히 있고 아무런 변화도 없이 어떻게 주위가 변화되길 원해요!”

좋게 말해 충고이지 혼을 낸 거다. 더 큰 어른이라 해도 다 큰 어른을 혼 내는 일은 어렵게만 여겨지는 오늘의 세대에서 백종원의 날카로운 훈수는 어떤 결과를 거두었을까. 놀랍게도 백종원의 말에 아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엔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자존심이 상했을 지 모르겠으나 이내 누구도 해주지 못한, 본인에게 너무도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지나온 궤적을 제대로 되짚기 시작한다.

한층 더 흥미로운 결과는 백종원은 감자탕집 아들만 혼냈을 뿐인데 그것을 시청하는 모든 비슷한 연배의, 비슷한 상황의 다 큰 어른들이 함께 영향을 받더라는 것이다. 덩달아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을 했다 할까. 때때로 다 큰 어른에게도 혼을 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주변에서 단순한 꼰대적 마인드가 아닌, 진심어린 훈수로 혼을 내 줄 더 큰 어른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그런데 백종원이 이 역할을 해준 거다. 간접적이라 해도 강렬한 경험이다. 좋은 분노는 보편적인 특성을 가져, 편히 앉아서 누워서 보고 듣던 우리까지도 어느새 해당되는 관점을 제시한다. 물론 그가 꾸준히 진정성을 획득해 왔기에 가능한 결과다. 화를 내는 백종원이 ‘골목식당’의 시청률을 높인다면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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