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 라미란, 천상 코미디 배우의 탄생 [인터뷰]
2020. 02.10(월) 18:55
정직한 후보, 라미란
정직한 후보, 라미란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라미란은 본인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를 소개하며 “별로 웃기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칭찬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눈 높은 그의 평가는 오히려 앞으로 라미란이 보여줄 코미디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천상 코미디 배우의 탄생이다.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로,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에 대해 소개하며 “많이 웃길 줄 알았는데 별로 웃기지 않아서 걱정이다”고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보통의 배우라면 개봉을 앞둔 만큼 자신의 작품의 장점만 꺼내 보여줄 것이기 때문. 심지어 ‘정직한 후보’는 수많은 현실 풍자와 유머로 러닝타임 내내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어떤 작품을 준비하던 항상 부족한 것 같다. 완성된 걸 보면 간혹 절망할 때도 있다”고 털어놓은 라미란은 “나 스스로가 ‘재밌다’라는 평가에 굉장히 야박한 것 같다. 평소에 잘 웃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를 찍을 땐 처절하고 절박하기까지 하다. 이게 재밌는지, 재미가 없는지 늘 고민한다. 다만 ‘배꼽이 빠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선은 다해보자’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미란이 이처럼 자신의 작품에 냉혹한 평가를 내리는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디테일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 그는 먼저 주상숙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라미란은 “전개에 따른 주상숙의 감정 변화를 크게 몇 단계로 나눴다. 정치계에 입문하던 순수했던 시절부터 때묻은 현재까지, 감정의 세기를 점차 변화시켰다. 처음엔 확연히 달라지는 면모를 보여주려 했지만, 그렇게 하니 너무 억지스러워 자연스러워 보이는 선에서 소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작품 속에서 소리를 지르라는 지문도 많았는데, 모두 삭제했다. 너무 많이 나오면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본인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다 점차 녹다운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오버하지 않으려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버전으로 촬영한 뒤 최종 버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주상숙이 가발을 쓰는 것조차 라미란의 아이디어였다. 라미란은 “원래 없었는데 감독님께 넣자고 했다. 제 나이대의 국회의원들을 보면 긴 머리가 별로 없었다. 다들 단발이거나 우아한 머리를 하고 있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됐을 때 이걸 벗는 게 어떠냐고 하니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다”고 털어놨다.

이런 세밀한 연구 끝에 라미란은 주상숙으로 완벽히 변신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그는 “애드리브를 대사처럼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애드리브를 따로 생각지 않고 그때 상황에 맞는 대사를 쳤어요. 심지어 리허설도 하지 않았죠. 관객들이 웃어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신을 만드니 제작 과정부터 웃기지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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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매번 작품에 올인하고 맡은 캐릭터로 완벽 변신하는 라미란이지만, 그의 전성기가 시작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의 첫 시작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라는 점에서 의문은 더 컸다. 이후 그는 ‘괴물’ ‘미쓰 홍당무’ ‘차형사’ ‘자칼이 온다’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큰 임팩트는 남기지 못한 채 조연으로 남았다.

그러나 라미란은 계속해 연구하며 자신을 단련했고, 마침내 신 스틸러로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라미란은 “내가 변했다기보단, 시대가 변한 것 같다. 새로운 비주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다양한 시도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져 최근 들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특별하지 않고 친근해 보이니 더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옆집에 사는 아줌마 같은 사람이 연기를 하니 뭔가 더 크게 공감을 사는 건 아닐까 싶다. 좋은 마음으로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이런 마음은 ‘정직한 후보’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하면서도 담겼다. “어떻게 하면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하며 만든 영화다. 작음 쉼표처럼 마음 편히 웃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그다.

“전 언제나 제 자신을 광대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강요하거나 권유하고 싶지 않아요. 보시는 분들에 따라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정직한 후보’가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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