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배성우, 평범하게 그리고 비범하게 [인터뷰]
2020. 02.15(토) 11:00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성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성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장르 불문,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배우 배성우가 이번엔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왔다. 배성우의 연기력을 통해 완성된 평범한 가장은 여러 감정의 결로 만들어져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배성우의 힘은 평범한 인물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 마력은 대중이 배성우의 연기에 공감과 찬사를 아낌없이 보내는 이유이기도 했다.

19일 개봉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제작 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배성우는 극 중 사업 실패 후 야간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배우 전도연부터 정우성 신현빈 정가람 정만식 윤여정 등 충무로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는 출연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중 배성우는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됐는데, 한 번 거절한 후 2번째 제의에 수락하게 됐다고. 배성우는 "대본이 좋았지만, 중만이라는 캐릭터가 매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했다. 중만은 돈 가방 앞에 놓인 소시민의 감정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지만, 배성우는 그런 점이 중만 캐릭터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단다. 배성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장점이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연기에 대해서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배성우의 마음을 돌린 건 윤여정과 김용훈 감독이었다. 윤여정은 중만의 어머니 순자 역으로 이미 캐스팅돼 있었고, "윤여정 선생님이 아들로 배성우를 원한다"는 말이 배성우의 마음을 건드렸다. 여기에 김용훈 감독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에 매료됐다고. 배성우는 "김용훈 감독이 이 작품을 오래 준비하셨던 분이라서 그런지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분석도가 높았다"면서 "어떤 영화로 만드실 거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때 감독이 말했던 것과 지금 완성본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합류한 배성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중만의 감정선을 잡는 것이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사우나 안 사물함에 주인 없는 돈 가방을 발견한 중만은 이후 혼자만의 갈등에 빠진다. 돈 가방을 가져가고 싶지만, 출처를 알 수 없어 불안해한다. 이에 배성우는 "중만은 스스로 긴장을 만들어 가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만 하고 있으면 오히려 단선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면서 "돈 가방을 가져가고 싶은 마음과 양심 때문에 고민하는 마음, 뒤탈이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중만의 딜레마를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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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독특한 서사 구조로 인해 배성우는 중만의 서사를 순차적으로 촬영하지 못했다. 이에 촬영 분량들 간의 감정 조절도 관건이었다. 배성우는 "영화라는 게 상황에 맞춰서 연기를 해야 하지 않나. 스케줄이 나오기 전까지 뭘 촬영을 할지 모른다. 중만은 감정의 높낮이가 좁으니까 섬세한 조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배성우는 가방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안전해지는 돈가방과 날로 악화되는 집안 사정에 더욱 깊어지는 중만의 감정선을 유려하게 극에 녹여냈다. 인물의 감정선의 연장 선상으로 탄생된 배성우의 애드리브도 감정선을 연결하는데 일조했다. 일례로 중만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 지배인(허동원)에게 "버릇이 없네"라는 대사는 영화의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면서 중만의 심리를 잘 표현한 배성우의 애드리브였다.

해당 장면에 대해 배성우는 "그 부분은 원래 대본에서도 참다 참다가 그동안 쌓아왔던 걸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돈가방을 가지고 나가는 걸 걸리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긴장한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대사를 생각하다 보니까 그 대사가 나왔다.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대사이지만, 진짜 권위 없는 사람이 그 대사를 쓰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상황을 모면하려는 중만의 심리가 잘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배성우는 다양한 애드리브를 통해 중만이라는 단선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이에 배성우는 "애드리브할 때 웃음 한 번 주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본이라는 건 제가 받은 게 대본이 아니라 완성본에서 나오는 대사가 대본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대본은 관객들이 듣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대사는 애드리브처럼 하고 애드리브를 대사처럼. 실제 필요한 말이니까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애드리브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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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김용훈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배성우는 신인 감독인 김용훈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대부분 '신인 감독들은 불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여유가 없어서 촬영장에서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용훈 감독은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취향도 잘 맞아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가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독창적인 범죄극으로 탄생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우려로 개봉일을 미뤄야 했다. 배성우는 이에 대해 아쉽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촬영한 작품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에 다행이라고 했다.

배성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관전 포인트로 "일단 탄탄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 구성도 신선하다.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맛이 있을 것 같다. 영화 톤 자체도 근래 안 나왔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소재와 톤 때문에 영화가 무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희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재미를 꽤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 연기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온 배성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도 돈 가방을 마주한 뒤 '짐승'으로 변해가는 평범한 소시민을 연기하며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완성한 배성우다. 그런 배성우의 원동력은 단순했다. 재미있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해나가는 거라고. 배성우는 "저는 지금 한창 재미를 많이 느끼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시도도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다. 물론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것들이 퀘스트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메가박스중암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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