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권 "배우에게 요구되는 윤리, 책임감 가져야" [인터뷰]
2020. 02.18(화) 09:38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무명 시절 박혁권은 각종 극단에서 연극을 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덕분에 박혁권은 연기에 있어서 조금 더 성숙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

박혁권이 ‘초인가족 2017’ 이후 오랜만에 주인공으로 돌아온 ‘기도하는 남자’(감독 강동헌·제작 스튜디오 호호)는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처절한 선택을 쫓는 작품. 자본주의를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급하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선택지를 마주하게 되는 태욱과 정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혁권은 ‘기도하는 남자’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어서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보게 됐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인물들 간의 감정 선이 잘 살아있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공감이 되고 이해됐다”고 전했다.

그는 “각자의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었던 행동들이었다. 물론 일반적이진 않지만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감독님의 이름을 들었는데 강동헌이라고 해 배우 강동원인 줄 알았다. 강동원이 영화도 하나 싶었다”며 웃던 박혁권은 “나중에 알고 보니 촬영부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말이 잘 통했고, 저예산 영화다 보니 효율성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도 잘 맞았다.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었고, 현장 돌아가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혁권은 “내가 종교인이 아니다 보니 촬영에 앞서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 박혁권은 “스스로가 종교를 믿지 않다 보니 처음엔 목사라는 직업을 연기하는 데 괴리감이 느껴져 걱정이 많이 됐다”고 설명하며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 목회활동을 하는 친구부터 기도하는 동영상까지 찾아보며 연구했다”고 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음에도 박혁권이 하루아침에 종교를 이해하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떤 장면이 문제가 되고, 문제가 안 될지 몰라 불안했다”고. 박혁권은 “종교를 잘 모른다. 영화 속에 벽에 걸린 십자가를 내팽개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개신교나 천주교 교인들이 봤을 때 어떤 감정으로 보일지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완전히 금기시되는 행동을 내가 했을 가능성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분들의 문화인만큼 불쾌감을 주진 않을지 걱정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박혁권이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태욱을 선택한 데에는 강동헌 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는 감독과의 논의 끝에 목사 직업을 납득했다고. 박혁권은 “처음엔 꼭 목사로 가야 하나 싶었는데, 굳이 목사가 아닐 이유도 없었다.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직업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 박혁권은 자신과 태욱이 가진 공통점도 발견하게 됐다. 박혁권은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아픈 걸 티를 못 낸다는 점일 것”이라고 운을 떼며 “말초 신경에 놓는 침이 있는데, 사실 진짜 아프다. 그런데 난 쑥스러워서 아픈 표정을 짓지 못한다. 태욱도 자신이 가진 고민을 말하지 않는 답답한 면모가 있는데 그런 점이 닮은 것 같다. 다만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큰일이었다면 부인과 얘기했을 것 같다. 극중 태욱은 모두 자신이 책임지려고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가족들과 대화를 잘 안 나눈다는 점도 비슷하다”면서 “난 형제들끼리도, 부모님한테도 전화를 잘 안 하는 편이다. 1년에 4번 정도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집에는 꼭 딸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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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은 지난 1993년 극단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 스크린에는 2004년 영화 ‘시실리 2km’를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비출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펀치’ ‘프로듀사’ ‘육룡이 나르샤’ 등의 드라마는 물론 ‘터널’ ‘택시운전사’ ‘해치지않아’ 등 영화까지 장르와 무대를 넘나들며 남다른 필모그래피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런 그에게도 힘든 무명 시절은 존재했다. 박혁권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과거에도 고정수입이 아닌 순간의 수입으로 생활해야 했다”고 밝히면서 “심지어 극단 시절엔 연기를 무척이나 못했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나 박혁권은 다시 한번 연기에 열정으로 부딪혔다. 박혁권은 “과거엔 무척 열정적이었던 것 같다”며 “하루 종일 연습을 했고, 연극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언제 한 번은 소리 지르는 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물 하나만 가지고 무대 위로 올라가 하루 종일 소리를 질렀고, 귀가 아파져 병원에 가기도 했다”고 토로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그때 공부해 놓은 걸로 지금까지 먹고살고 있는 것 같다”고 농담하던 박혁권은 “열정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더 노련해졌다. 15년 전부터 연극을 안 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때 함께 활동하던 김희원, 배성우 등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토록 연기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박혁권은 “최소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밥 집을 한다면 ‘맛있는 김밥을 만드는 식당’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하고, 격투기를 한다면 실신 K.O.를 당하지 않고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연기자에게는 연기가 그렇다. 직업이 요구하는 상식적인 윤리와 그에 맞는 책임감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박혁권이다.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여기까지에요. 결국 영화를 볼지 안 볼지 선택하는 건 관객의 몫이죠.”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랠리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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