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박은빈, 홈런을 치다 [인터뷰]
2020. 02.28(금) 01:20
스토브리그, 박은빈
스토브리그, 박은빈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데뷔 23년 차 배우’. 박은빈이 가진 타이틀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내공을 증명이라도 하 듯, 박은빈은 자신에게 날아온 기회라는 공을 시원한 스윙으로 맞받아쳤다. ‘스토브리그’는 앞으로 그가 쏘아 올릴 수많은 홈런 중 하나였다.

박은빈이 처음 연예계에 발을 디딘 건 지난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부터다. 당시 7살이었던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여유롭고 귀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후 박은빈은 ‘명성황후’ ‘유리구두’ ‘내 사랑 팥쥐’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천천히 내공을 쌓아갔다.

아역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박은빈은 점차 ‘누군가의 어린 시절’ 역할에서 벗어나 성인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묵직한 홈런은 아니었지만, 계속해 영향력 있는 안타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박은빈은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렸고, 그 기다림은 한 방의 홈런으로 보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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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은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에서 드림즈의 운영팀장 이세영 역을 맡았다. 이세영(박은빈)은 누구보다 드림즈에 열정적인 인물로, 그의 뜨거운 진심에 보답하듯 ‘스토브리그’는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스토브리그’가 보여준 성장세는 놀라웠다. ‘스토브리그’는 1회가 5.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최종회의 경우 19.1%의 시청률을 보였다.

이런 상승세의 중심엔 박은빈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은빈이 연기한 이세영의 대사와 행동은 ‘스토브리그’의 명장면에 오를 정도로 회자됐고, 이세영이 서영주(차엽)에게 술잔을 던지며 “선은 네가 넘었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담긴 클립은 30만 뷰를 넘게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박은빈은 해당 장면을 회상하며 “사실 촬영에 앞서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평소 이 정도로 소리를 질러본 적이 없어, 얼마나 크게 질러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여러 버전을 준비했는데, 짧은 비속어가 담긴 장면이 선택됐다”고 설명하며 “특히 차엽 배우와 합이 좋았기 때문에 그런 신이 나왔던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박은빈은 정작 ‘스토브리그’의 인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은빈은 “촬영 일정이 바쁘기도 했지만, 스케줄이 없을 땐 거의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몰랐다. 가끔 재밌게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도, 예의상 하는 말씀이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박은빈은 “드라마를 끝내고 인터뷰를 하면서 인기를 체감하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고 겸손히 말했다.

박은빈이 ‘스토브리그’를 선택하게 된 계기도 특별했다. “사실상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할 정도로 확신을 느꼈단다. 박은빈은 “’스토브리그’를 하기 전 공백이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최대한 가벼워지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신중하고 어렵게 작품을 선택했지만, 지나고 나니 이런 선택들이 “최선은 아니었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가볍게 생각하고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럴 때 만난 작품이 바로 ‘스토브리그’였어요. 그간 읽었던 작품에 비해 ‘스토브리그’는 단숨에 읽히는 대본이었고, 바로 결정할 수 있었죠. 돌이켜봐도 ‘다행인 선택’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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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토브리그’가 박은빈에게 처음부터 ‘다행인 선택’은 아니었다. 먼저 그는 사람들이 갖고 있던 편견을 이겨냈어야 했다. 이세영의 극 중 직책은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으로, 평균 40대인 현실 야구팀의 운영팀장보다 현저히 낮은 나이다. 더불어 운영팀장의 상당수가 야구선수 출신일 뿐만 아니라 여성 운영팀장은 존재한 적이 없었기에 이를 표현해야 할 박은빈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운영 팀장님들이 갖고 계신 무게감에 비해 제가 가볍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는 박은빈은 “그래서 이세영의 기존 설정보다 더 유능해 보여야 했다. 야구에 익숙해 보이도록 노력했고, 팀장으로서 갖고 있는 카리스마와 조직력 있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일 수 있도록 촬영 전부터 마음가짐을 많이 다져놨다”고 설명했다.

야구부터 이세영에 대한 연구까지, 박은빈은 누구보다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치며 하루하루 이세영으로 변모해갔다. “드림즈가 PF에 매각됐을 때 마냥 기쁘지가 않았다. 재송 드림즈라는 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초록색과 노란색의 유니폼을 앞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고 토로할 정도로 박은빈은 어느새 이세영과 닮아 있었다.

박은빈도 “이세영을 연기하며 ‘이세영화(化)’ 된 부분이 있었다”며 공감했다. 그는 “과거에는 참거나 인내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해야 할 말은 하게 됐다. 이세영이 워낙 강인하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이라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이미 이세영과 비슷한 면모도 존재했다. 박은빈은 “일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점이 이세영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야무지다’라는 표현을 스스로 하기엔 부끄럽지만,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감성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인 부분도 있다는 점도 내가 가진 방향성과 일치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은빈은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이세영의 강인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 자유로움과 신남을 느낀다. 박은빈이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할 수 없던 걸 캐릭터를 통해 승화시킬 수 있을 때 가장 큰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할이 좋다면, 그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무감을 느끼기도 하죠. 늘 새롭고 입체감 있는 연기로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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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나무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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