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미, ‘ITZY(있지)’의 이유 있는 선전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3.24(화)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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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굳이 따지자면 그룹 ‘ITZY’(이하 ‘있지')는 JYP엔터테인먼트라는 탁월한 배경 위에 만들어졌으며, 몇몇 멤버는 데뷔에 앞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이미 탄탄한 입지를 다진 바도 있다. 이 정도면 성공을 장담한 등장이라 볼 수 있으나 꼭 그렇지도 않다. 이미 같은 소속사 선배 ‘트와이스’가 압도적인 위치에 올라 있어, 이들과 확연히 구분될 매력을 소유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난 뭔가 달라 달라 YEAH, 난 너랑 달라 달라 YEAH”
데뷔 앨범부터 지속적으로 ‘달라’와 ‘different’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선한 예쁨을 지닌 기존의 여자 아이돌과 달리, 순순하지 않을 것 같은 말괄량이, 버스 뒷자석에 즐겨 앉는, 예쁘장한 날라리처럼 보이는(‘외모만 보고 내가 날라리 같대요’) ‘있지’는 그에 걸맞은 가사와 노래, 의상, 무대 퍼포먼스로 첫 등장 치고 꽤나 인상 깊은 성과를 거두어들인다.

특히 스스로의 존재가 확실히 인식되어 있는 이들만이 가진다는 자존감 충만한 눈빛과 표정, 제스처는 당돌하고 또 강렬해서 ‘있지’의 무대를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괜히 정이 가고 마음이 가게 만드는 ‘트와이스’의 미(美)와 쉽게 접근할 수 없어서 매혹적인 ‘블랙핑크’ 사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즉, 확연하게 구분될 만큼은 아니었단 의미다.

사실 이미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들 사이에서 제 자리, 제 존재감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대중을 유혹해야 하는데 색다르고 낯선 것들은 이미 나올만치 나왔다. 노력과 함께 대중의 마음을 불러들일 운이 따라붙어주어야 하는데, 이는 스펙 혹은 배경이 좋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해당 세계의 사정으로, 전문 인력을 동원하여 좀 더 가능성 높은 준비는 시킬 수 있어도 운이란 건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별개의 문제인 까닭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굳이 뭔가 될 필요는 없어 난 그냥 나일 때 완벽하니까"
그래서 ‘아이씨'(ICY)를 지나 찾아온 두번째 앨범 'IT'z ME'(있지 미)는 더 없이 중요한 맥락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있지’는 ‘있지’로서 제대로 승부수를 띄웠고 이것이 제대로 통했다 하겠다. 특히 ‘있지’의 색을 한껏 뚜렷하게 만든, 타이틀곡 ‘워너비’(WANNABE)는 노래가 지닌 가사의 면면부터 무대까지 상당히 특기할 만하다.

지금까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다른 존재와의 차이점, 다름을 노래했다면, ‘워너비’를 통해서는 본연의 것에 집중하는 방식(‘I wanna be me, One and only me’)을 취하며 ‘있지’만의, 나는 너보다 뛰어나, 가 아닌 나는 나일 때 완벽해, 라는 자존감을 폭발시킨다. 이는 그간 ‘있지’가 가졌던 애매한 위치, 어느 부분은 ‘트와이스’와, 또 어느 부분은 ‘블랙핑크’와 유사했던 모습을 벗어나게 함은 물론, ‘트와이스’도 ‘블랙핑크’도 아닌 ‘있지’만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노래가 미칠 영향력이다. 으레 누군가의 워너비가 되기 위해 존재하고 워너비가 되어온 아이돌그룹이, 워너비는 다름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스스로가, 본인이 본인에게 되어 주어야 한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대해지는 비교의식에 질식 상태가 되어가는 오늘의 대중에게 너무도 필요한 말로, 그것도 비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연예계에서 존재감을 얻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애를 쓰는 아이돌그룹의 입에서 듣다니, 그 힘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성공가도를 달린 아이돌그룹을 살펴보면 그들의 위상에 있어 전과 후를 구분짓는 곡을, 꼭 하나씩 가지고 있다. 현재 ‘있지’의 ‘워너비’가 그러하다.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워너비로 삼겠다 자처한 곡으로 많은 이들의 워너비가 될 터이니 재미있는 현상이다. 결국 존재감은 ‘나’가 ‘나’다울 때 얻을 수 있나 보다. ‘워너비’로 방점을 찍고 있는 ‘있지’의 이유 있는 선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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