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적 ‘부부의 세계’, 최종 병기 박해준 [이슈&톡]
2020. 03.28(토) 15:40
부부의 세계 재방송 시청률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 원작 인물관계도 닥터 포스터 첫방송
부부의 세계 재방송 시청률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 원작 인물관계도 닥터 포스터 첫방송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박해준, 선과 악이 야누스적으로 공존한 채 어딘가를 유유히 배회하는 듯한 이 남자는 또 한 번 잔인한 이면을 숨긴 채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사랑의 허구에 관한 단상, 배신을 온몸으로 표출해내는 그의 캐릭터 해석력은 놀라울 만큼 정확하고 예리했다. 명품 배우 김희애와 주거니 받거니 인생의 패착과 독소를 분출해내는 남자, ‘부부의 세계’를 등에 업은 박해준의 연기 날갯짓은 극중 영화감독 역할과 오버랩되는 기묘한 '아트(art, 예술)' 그 자체였다.

박해준은 연기 명문으로 손꼽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오리지널 배우다. 같은 학교 출신 이선균과 돈독한 친분을 자랑하는 그는 앞서 동문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쥔 ‘악질경찰’을 통해 호흡을 맞추는 등 안정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데 여념이 없다. 학연은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로 비춰지게 마련이지만, 이미 탄탄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박해준에게 있어 동료들과의 인맥,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의 작업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애초 연기라는 한우물 뿐이었다. 연극 극단을 시작으로 충무로, 드라마까지 우직하게 섭렵 중인 그는 다양한 동료, 감독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으며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적·집중적으로 소화해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화차’ 속 여성을 무자비하게 농간하는 악마적 남성은 그의 반듯한 이목구비와 불균형을 이루며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비열함을 가늠케 했다.

‘독전’ ‘악질경찰’에 이르기까지 그는 평단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기 시작한 시점부터, 가장 자신 있는 악역 연기의 내공을 천천히 내재화했다. 때론 휴게소에 들르는 것마냥 tvN ‘미생’, ‘나의 아저씨’와도 같은 평범하거나 속세를 떠난 중년 남성을 표상화하기도 했다. 그에게 연기란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치열한 시소놀이이기도, 불철주야 달리다가 허공을 바라보는 한줌의 휴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박해준이 또 한 번 자신에게 가장 특화된 악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캐스팅 디렉터의 공로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BBC 원작 ‘닥터 포스터’의 치정 본질은 박해준이라는 배우의 야누스적인 면모에 최적화됐다는 인상이다. JTBC 첫 오리지널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속 이태오는 겉으로 보기엔 정서적으로 완벽하고 천진한 예술가 남편이지만, 지덕체를 갖춘 아내 지선우(김희애)에게 욕망의 허기마저 느끼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깔끔한 허례허식 아래 숨겨진 인간의 노추, 야망, 폭력성은 박해준의 모범적이고 댄디한 외모 아래에서 섬뜩한 칼날을 품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부부의 세계’ 1회에서는 지선우를 오래도록 속이며 내연녀(한소희)를 품어온 이태오의 잔인무도한 면이 압축적으로 요약됐다. 신뢰를 깨뜨린 남편과 지인들에게 크나큰 배신을 느낀 지선우의 진실 추적이 향후 드라마의 주축 플롯이 될 상황에서, 이태오는 사시나무처럼 떨거나 악에 받친 가녀린 여자 지선우를 끊임없이 흔드는 고통의 촉매제로 기능할 전망이다.

이를테면 인생은 천진난만하고 활기찼던 모두의 꿈을 사정없이 짓밟기도, 손상시키기도 한다. 파멸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대개 처절하고 남루한 인생의 본질을 메스처럼 날카롭게 해부하는 ‘부부의 세계’에서 박해준이 반드시 필요한 최종 병기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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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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