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국 영화계에 가져온 위기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03.30(월)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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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영화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으쓱했던 때가 불과 몇 달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영화계가 처한 상황은 꽤나 혹독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영화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상영판은 과거의 작품들이 차지했으며, 사람들로 가득해야 할 극장은 빈 자리들만이 남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중이니까.

영화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은, 관련 논란은 차치하고서도, 한국 영화산업 뿐 아니라 세계 영화산업이 어떤 위기 혹은 변화의 지점에 서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우선 피와 땀, 눈물을 섞어 만들어놓고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없는, ‘코로나19’가 가져온 특수한 상황은 영화인들에게 있어 ‘영화산업의 붕괴’라고 표현할 만큼 단순한 당황을 넘어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다.

손익분기점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나와야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텐데, 한국 영화산업이 올리는 전체 매출 중 약 80%를 차지하는 영화관에서 매출을 올리기 힘들게 되었으니 할 수 있는 거라곤 최대한 개봉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작품을 선보일 다른 통로를 찾는 것 뿐일 터.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는 ‘넥플릭스’만큼 탁월한 플랫폼이 또 없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코로나19’ 때문에 갑작스레 벌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극장 개봉과 동시에 해당 플랫폼에서 상영하는 방식을 취한 작품이 여럿 존재하지 않나.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비정상적으로 앞당겨져 주목받고 있을 뿐이지, 영화산업의 구조는 이미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까닭에 예고되어 왔던 위기라 하는 게 옳겠다. 이제 극장이 예전만큼 화려한 수익을 벌어 들일 거라는 기대는 구시대적 사고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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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다각적인 통로로 영화를 접할 것이고, 작품을 제작하는 이들 또한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여 반드시 상영관에 올려야 한다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다양성영화들이 상업영화와 비등한 성과를 낼수 있을 조건을 획득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극장의 필요가 없어질 리는 없다. 분명 극장에서 보고 싶고, 보아야 하는 작품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작품의 콘텐츠가 얼마나 강력하게 관객들을 사로잡느냐가 관건이다.

멀리 내다보면 훨씬 재기발랄하고 질 좋은 영화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한국영화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당연한 것이라, 겪어가야 할 것이라 관전만 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자연스럽게 과정을 밟아간다기보다 비정상적으로 앞당겨진 상황이기에 심각한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곳은 일부일 뿐, 대부분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일상으로 복귀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정이라, 함께 영화를 만들던 식구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기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어차피 올 변혁의 과정이라 이해하고 견디고 버티기에 그 타격이 영화산업 전반을 뭉개버릴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커서 변화를 맞기도 전에 해당 분야 자체가 멸종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25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등 영화계 주요 단체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위기에 놓인 한국영화계를 위한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발생된 위기는 또 다른 외부의 힘이 개입하여 정상적인 조정을 해주어야, 타개 가능하다. 어쩌면 그동안 당연히 돌봄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했던 부분이 드러난 것일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영화계와 영화산업이 쌓아온 것들이 앞으로도 지속되어 더욱 아름다운 성과를 꽃피울 수 있도록 지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영화 포스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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