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이제훈의 마스터피스 [인터뷰]
2020. 05.18(월) 09:00
사냥의 시간 이제훈
사냥의 시간 이제훈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사냥의 시간'에 대한 배우 이제훈의 마음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진심이 가득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모니터 너머로 그의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다 느껴질 정도로,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제훈의 열정과 진심으로 만들어진 '사냥의 시간'은 그의 마스터피스나 다름없었다.

지난달 넷플릭스를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제작 싸이더스)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물이다. 이제훈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이제훈이 영화 '파수꾼' 이후 윤성현 감독과 약 9년 만에 협업한 작품이다. '파수꾼'에서 '사냥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윤성현 감독과 영화적 교감을 나눴던 긴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훈은 고민 없이 '사냥의 시간' 출연을 결정했다. 오히려 "당연히 같이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제훈은 윤성현 감독과의 작업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이제훈은 윤성현 감독의 무궁무진한 영화적 세계를 그림으로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훈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빨리 윤성현 감독이 그린 세계관을 그림을 통해 보고 싶었다. 빨리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태프들을 모아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의지를 다른 작품들보다 더 많이 가졌던 것 같다"고 했다.

윤성현 감독도 이제훈과 같은 생각이었던 걸까. 준석은 애초에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이제훈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인물이었다. 이에 이제훈은 "저 그렇게 거칠고 욕 잘하는 사람 아닌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지만 이제훈과 준석은 분명 같은 결을 지녔다. 목표가 생기면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그렇다. 이제훈은 이에 대해 "준석이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나. 제가 연기하는 모습에서 그런 모습들을 찾았던 것 같다. 항상 작품을 할 대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내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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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은 경제가 붕괴된 근미래 대한민국,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장 금고를 절도한 네 명의 청춘들이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박해수)에게 쫓기는 이야기로, 비교적 단순한 서사구조지만 극한에 몰리는 네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극강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디스토피아적인 영화의 배경 속에 녹아든 이 서스펜스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자, 관객을 마치 영화 한복판에 있는 듯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이제훈에게도 디스토피아로 묘사되는 영화의 배경은 그가 온전히 준석으로서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힘이었다. 이제훈은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이 배경을 어느 정도 상상하고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가 부족했는데, 영화적인 상황에 온몸을 던지면서 연기하다 보니 조금씩 '이런 이야기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분석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며 느낀 걸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은 이제훈에게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특히 한에게 쫓기며 죽음의 위협을 받는 준석의 긴장감은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표현해냈다고. 이제훈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사냥을 당하는 경험들은 체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그것에 대한 상상력은 정답이 없는 거라서 저를 한계치로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지하 주차장 신에서 준석이 한에 대한 공포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장면에 대해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엄청나게 추웠는데, 자세히 보면 제 등 뒤로 아지랑이가 일어난다. 너무 추운데 열을 내고 있으니까 몸에서 증기가 올라오더라. 그걸 보면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이 이런 모습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하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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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코로나 19 감염증 여파로 극장 개봉을 포기 히야 했던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훈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 전 세계 대중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한편으로 배우로서 고무적인 일이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또한 '사냥의 시간' 공개 이후 주연으로서 영화를 이끈 이제훈에 대한 글로벌한 호평이 쏟아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조되는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그의 탄탄한 연기력과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이제훈은 자신에 대한 것보다 작품에 대한 호평에 더 기분 좋은 듯했다. "이런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첫 번째"라는 이제훈은 "한국에 없었던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즐길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한 것만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볼 때 어떤 생각과 의도가 있었나에 대해 곱씹는 편이다. 스토리에 대한 해석이 생긴다면 더 보는 습관이 있다"면서 "넷플릭스로 '사냥의 시간'을 보는 분들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N차 관람하면서 새롭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여운이 더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사냥의 시간'이 되길 너무나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사냥의 시간' 촬영 기간 동안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시험을 계속했다는 이제훈이다. 준석이 한에게 쫓기고 괴로워하는 순간들을 촬영하며 자신도 그런 상태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다. 이제훈은 스스로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며 혼신을 쏟았던 시간들이, 그 당시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지나고 보니 자신을 성장시킨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제훈은 "이후 작품을 할 때 체력적으로나, 작품을 대하는 면에서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면서 "힘든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저를 성숙하게 만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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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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