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가 어려울수록 영향력은 양날의 검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5.28(목)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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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항상 문제는 긴장이 풀릴 때 즈음 터진다. 염려 속에 긴장을 하고 있을 때는 비집고 들어올 틈을 찾지 못하다가 조였던 끈이 살짝 느슨해졌다 싶은 순간 바로 치고 들어오는 전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저물어간다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코 앞에 놓였다고 여겼다. 하지만 상대의 허를 파고드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했고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은 좀 더 멀어졌다.

확진자가 한 자리수로, 심지어 한 사람도 나오지 않은 날도 생기면서, 그간 억눌러 온 오락의 본능을 마음껏 폭발시키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으리라. 누구나 황금연휴를 앞두고 누리지 못한 봄날에 대한 보상으로, 여러 계획들을 세웠을 테니까.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원했을 일상은 마스크를 벗고 야외에서,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후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듯, 코로나19의 기승이 잠잠해진 직후 맞닥뜨린 짧지 않은 휴일을 이태원의 클럽에서 보낸 이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얼마간의 힘을 되찾을 구실을 얻고야 말았다. 확진자들과 건너건너 접촉한 이들이, 즉 ‘N차 감염’ 사례가 학원, 노래방, PC방, 주점, 음식점, 물류센터(쿠팡) 등을 매개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으니 과연 ‘이태원발’이란 별칭이 붙을 만하다.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린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물론 확진자들 중 누구도 자진해서 전염병의 통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을, 그들 또한 예상치 못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가 즐기고 싶지 않겠냐며, 그저 어서 일상을 회복하기를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건데 막바지에 와서 이 모든 고됨이 결국 허탕 치는 일이 되어 버릴까 염려되는 마음이 분노의 감정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게다가 대상이 어떤 영향력을 지닌, 예를 들어 스타일 경우 분노는 더욱 극대화된다. 영향력을 가졌다는 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선의나 악의, 혹은 의도 없이 벌어진 선행이나 악행일지라도 전파될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니까. 그러므로 그에 대한 책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힘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안일하게 행동하다 때마침 불운과 맞닥뜨려 불미스러운 경우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이만큼 대중의 공분을 살 일이 또 없는 게다.

아이돌 출신의 어느 배우는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았다. 안일하게 행동한 것도 문제였지만 앞서 해당 스타가 고생하는 의료진 및 여러 봉사자들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뜻의 말을 했던 적이 있는 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에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또 다른 아이돌 스타는 강원도 소재의 한 클럽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공연을 펼친 게 대중에게 알려지며 결국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태원발’로 다시 추진력을 얻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그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은 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상황에 사람들은 서서히 지쳐가는 중이다. 이 어려운 시국에 자의든 타의든 영향력을 갖게 된 이들이 지녀야 할 책임감은,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향으로의 힘을 끼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다하기는 커녕 도리어 역방향의 힘을 끼친다면, 해당 상황이 가진 모든 부정적인 기세까지 끌어안게 될 테니까. 영향력은 양날의 검임을 부디 잊지 말기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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